일룸의 '일룸이 이룸' 캠페인이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가구 광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5분이라는 파격적인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스킵하지 않고 봤다"는 반응이 쏟아진 이 캠페인의 성공 비결을,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양측의 시각에서 조명해보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일룸 마케팅팀 서지혜 팀장과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은 "이유 있는 디자인"이라는 일룸의 핵심 가치를 MZ세대에게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이성적이고 기능성 위주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팀이 공통으로 직면한 핵심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디자인 연구소부터 생산 라인까지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며 축적해온 일룸의 제조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변우석, 채수빈 주연의 90년대 감성 멜로 캠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의 핵심은 유명 배우나 영화적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가구는 단순한 기능적 오브젝트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에서 출발한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여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일룸에서의 역할과 경력, 그리고 이번 '일룸이 이룸' 캠페인을 기획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일룸 서지혜 팀장: 저는 일룸 마케팅팀 팀장 서지혜예요. 퍼시스 그룹에 2019년도에 입사해서 처음엔 슬로우베드라는 침대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를 담당하다가, 일룸은 2년 전부터 담당하고 있어요.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브랜드 철학이나 실행 가능한 전략들을 구체화하고, 연간 커뮤니케이션 로드맵 수립, 캠페인 기획, 퍼포먼스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고 있죠.

일룸은 퍼시스 그룹의 유일한 종합 가구 브랜드예요. 다른 브랜드들은 전문적인 영역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일룸만 전체 가구 품목을 다 커버하거든요. 그래서 제품 수가 엄청 많죠. 시즌별로 커뮤니케이션 대상 제품군이 다양하고, 1년 내내 뭔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일룸이 이룸' 캠페인은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감도나 시선으로 소비자와 만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프로젝트였어요. 이전의 "가구를 만듭니다", "이유 있는 디자인", "일상의 진심" 같은 메시지들이 브랜드의 신념, 코어 밸류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이노션에서 돌고래유괴단으로 이직한 이유와 현재 역할은 무엇인가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이노션에서 16년간 뜨겁게 일했어요. 특히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십 수년간 담당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광고업자로서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상의 모습이나 기술의 발전, 유저의 행태 등 저희 일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기술적으로는 퍼포먼스 광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저는 그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본질적인 광고 캠페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기존 방식에 대한 회의감도 컸고요. 그러던 중 돌고래유괴단과 협업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들이 보여준 접근 방식이 정말 신선했어요. 특히 대중을 '타겟이 아닌 관객'으로 본다는 기조가 제가 가진 '광고'라는 비즈니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지점이었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돌고래유괴단에 합류하게 되었죠.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전통적인 AE(Account Executive) 역할을 돌고래유괴단에 맞게 적용하고 확장한 개념이에요.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요즘 대중에 맞는' 광고 전략 수립부터 크리에이티브 방향성 설정, 영상 크리에이티브를 넘어선 온오프라인 IMC 플래닝까지 실행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캠페인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어요. 혼잡도가 높은 마케팅 환경에서 브랜드와 캠페인의 돌출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죠.
"이유 있는 디자인"에서 "일룸이 이룸"감성 마케팅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룸 서지혜 팀장: "이유 있는 디자인"은 여전히 저희 브랜드의 핵심 철학이에요. 이 메시지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니라, 전달 방식을 진화시킨 거죠. 그동안, 이 철학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이어왔지만,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았을까 의문이 있었어요.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기능 중심적인 접근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깊었고요.
시장 환경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 명확한 변화를 감지했어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은 제품 스펙보다 브랜드가 전하는 가치와 스토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요. 동시에 가구 자체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어요. 단순한 기능적 도구에서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한 거죠.

특히 코로나19가 결정적 전환점이었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공간에 대해 훨씬 깊이 있게 사고하기 시작했죠. 이제는 단순히 "좋은 가구"가 아니라 "나의 일상과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는 가구"를 원하게 된 거예요.
이런 변화 속에서 기존 가구 광고들을 다시 보니 한계가 명확했어요. 대부분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적 우수성만 강조하는 방식이었거든요. 물론 그것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이 가구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룸이 이룸'이라는 표현을 통해 제품이 개인의 삶 속에서 갖는 의미와 만들어내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결국 브랜드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되, 전달 방식을 완전히 진화시킨 거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타기팅하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가구 광고에서도 그런 구태의연한 접근을 많이 보셨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제가 2000년대 초반에 광고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가구광고를 떠나서 광고의 작법과 화법이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죠.
광고의 본질적 목적은 '차별화'예요. 그런데 모든 브랜드가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한다면, 역설적으로 차별화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 제품이 더 좋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라는 반응밖에 나올 게 없죠.
특히 가구업계 전체는 어떤 관성에 빠져 있는 것 같았어요. "가구 광고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정말 강한 듯 보였죠.
일룸과의 첫 미팅 때도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했어요. "지금 가구 브랜드들이 너무 비슷해서 소비자들이 구분을 못 한다. 일룸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바꾸자는 게 아니다. 담는 그릇을 바꿔야 사람들에게 제대로 닿을 수가 있다"라고요. 다행히 일룸에서도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계셔서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광고로 먹고사는 플랫폼인 유튜브가 광고를 보지 않는 서비스를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고, 사람들이 SNS 게시물 하나를 올려도 사람들이 '좋아요'로 반응해야 의미가 생기는 시대잖아요. 브랜드의 자랑을 늘어놓기보다 '하고 싶은 말'을 '고객이 듣고 싶은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필요해요.
돌고래유괴단 선택 시 내부에서 "또 실험적인 광고 하려고 하나?"라는 우려는 없었나요?
일룸 서지혜 팀장: 사실 가장 큰 우려를 표한 사람이 저였어요. 일룸이 그동안 정말 일관성 있게 브랜드 톤앤매너를 유지해 왔거든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혹시 너무 실험적인 시도로 그 이미지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돌고래유괴단의 작업 프로세스가 기존과 어떻게 달랐나요?
일룸 서지혜 팀장: 가장 큰 차이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감독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일반적인 광고회사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런 컨셉으로 가자"고 방향을 정하면, 그에 맞는 감독을 섭외해서 "이 컨셉을 영상으로 구현해 주세요"라고 의뢰하는 구조잖아요. 그러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의 브랜드 이해와 실제 촬영 현장에서의 해석 사이에 미묘한 괴리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돌고래유괴단은 감독님이 처음 브랜드 스터디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서 저희 제품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다 파악하고, 동시에 그걸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지까지 구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깊었고, 저희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최종 결과물 사이의 일관성이 완벽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시간은 비슷하게 걸렸는데,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완성도는 훨씬 높았어요. 처음엔 불안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단계별로 나누어서 진행하다 보면 초기 컨셉이 희석되거나 변질될 위험이 있는데,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가져가니까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거든요.
일룸과의 첫 미팅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첫 만남에서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은 형식적인 소개와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룸은 정말 진지하게 브랜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만남 때는 아예 정식 워크숍을 제안했어요.
그날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몇십 장의 자료를 준비해서 일룸이 어떤 회사인지, 어떤 철학으로 제품을 만드는지, 왜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지를 장장 몇 시간에 걸쳐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저는 원래 브랜드의 본질을 깊이 파고드는 작업을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거든요.
보통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저희도 다른 브랜드랑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차별화하면 좋을까요?" 정도의 고민을 갖고 오시거든요. 그런데 일룸은 정말 절절하고 진심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캠페인 제안 드릴 때 전략 페이지의 가장 첫 페이지가 '억울해서 어떻게 사셨어요'였다니까요.
일룸은 제조 기반 회사예요. 다른 브랜드들이 통상 외부에서 사입해 온 제품들을 함께 판매하는 것과 달리, 일룸은 디자인 연구소부터 생산 라인까지 모든 걸 직접 운영하거든요. 제품 하나를 만들 때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상품 기획자, 마케터, 연구소 엔지니어들이 모두 참여해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부터 생산 공정까지 치밀하게 고민해서 나오는 결과물이에요.

예를 들어 책상 모서리가 왜 특정 각도로 라운드 처리되어 있는지, 서랍 손잡이가 왜 그런 형태인지, 하나하나에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공감이 많이 됐어요. 이렇게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들여서 진지하게 '가구'라는 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대동소이한 광고 때문에 제품도 브랜드도 대동소이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하물며 듣기 전까지는 저 역시도 일룸이나 한샘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가구라는 기능적 제품을 어떻게 감정적 연결고리로 만드셨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사실 이건 억지로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라, 일룸이라는 브랜드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한 것 같아요. 제가 일룸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창의적이려고 고지식하다'는 거였거든요. 이게 나쁜 의미가 아니에요.
현재 가구 시장의 생태계를 보면, 제작은 정말 쉬워졌어요. 디자인은 인기 있는 제품을 벤치마킹하고, 제작은 중국 ODM 업체에서 일주일이면 수백 개씩 찍어주고, 유통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거든요. 많은 브랜드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안 나죠.
그런데 일룸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요. 내부 디자인 연구소에서 디자인하고, 자체 공장에서 제작하고, 품질 관리도 직접 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거든요. 경영학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이죠.
바로 그 지점에서 감정적 연결고리를 찾았어요. 왜 일룸이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집할까? 그건 결국 사람들이 진짜 좋아할 만한, 진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거든요. 그 안에 '일룸만의 마음'이 담겨 있는 거죠.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는데, 제가 일룸 책상을 썼었거든요. 20년도 더 전 일이에요. 당시에는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비쌌어요.

그때 문득 의문이 들었어요. 우리 집 다른 가구들은 평범한 브랜드였거든요. 소파도, 식탁도, 장롱도 그냥 동네 가구점에서 산 것들이었어요. 우리 부모님이 가구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대단한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유독 제 책상만 비싼 일룸으로 사주셨을까?
생각해 보니 답은 명확했어요. 부모님에게 아이의 책상은 그냥 '가구'가 아니었던 거죠. "내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잘하고 성공해서 나중에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거였어요. 다른 가구는 좀 싸도 괜찮지만, 아이 책상만큼은 좋은 걸로 해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 순간 깨달았죠. 가구는 단순한 기능적 오브젝트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걸요. 책상 하나에도 부모의 사랑이 담기고, 소파 하나에도 가족에 대한 배려가 담기는 거죠.
그래서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을 '제품 너머에 있는 마음'에 두기로 했어요. 단순히 "이 소파가 편해요", "이 책상이 튼튼해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룸이 하나하나의 가구를 만들 때 '어떤 마음들이 담기기를 바라고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가구를 사는 사람들도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공감할 거라고 믿었어요.
5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우려는 없었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설득 과정이 전혀 필요 없었어요. 오히려 일룸 측에서 첫 미팅부터 "길어도 상관없으니 저희 브랜드에 맞는 방식으로 해주세요"라는 명확한 요청이 있었죠.
'숏폼의 시대'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고 싶으면 충분히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어요. 저희 광고들은 평균적으로 5분이 훌쩍 넘지만 완청률이 일반적인 광고 대비 세 배 이상 높죠. 단순 시청이 아니라 댓글 개수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은 것만 봐도 단순히 광고비로 노출 수를 만든 게 아니라 본 사람들의 인게이지먼트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특히 이번 일룸 캠페인의 경우에는 만든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몰입과 교감의 깊이가 중요했어요. 그래서 유머러스하지만 감정적인 빌드업을 할 충분한 러닝타임이 필요했죠.
일룸 서지혜 팀장: 저희가 돌고래유괴단과 작업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기존의 15초, 30초 TVC 형태는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요즘 콘텐츠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걸 경영진에서도 잘 알고 계셨거든요. 오히려 돌고래유괴단과 한다고 했을 때 "드디어 뭔가 다른 걸 해보는구나"라며 기대감을 보여주셨어요.
실제 구조를 보면 5분이 하나의 긴 영상이라기보다는 1-2분짜리 세 개의 에피소드가 연결된 형태예요. 각각 독립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연결해서 보면 하나의 완전한 스토리가 되는 구조로 기획했어요. 그래서 필요에 따라 15초, 30초 버전도 따로 편집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변우석과 채수빈의 "투 톱 캐스팅"을 결정할 때, 내부에서 "너무 영화 같다", "가구 광고 같지 않다"는 반대 의견은 없었나요?

일룸 서지혜 팀장: 사실 저희 브랜드 모델 히스토리를 보면 공유 배우가 8년 정도 함께해 주셨는데, 지금도 브랜드 인식 조사를 하면 '일룸 하면 공유'라는 연상이 압도적이에요. 그만큼 브랜드 모델 한 분의 임팩트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 변우석, 채수빈 캐스팅은 더욱 신중했어요. 오히려 그 "영화 같은" 느낌이 저희가 의도한 바였거든요. 기존 가구 광고들이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형태라면, 저희는 처음부터 90년대 일본이나 한국의 감성적인 멜로 영화 분위기를 목표로 하며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하고 싶었어요.
변우석 배우는 이미 작년에 브랜드 모델로 계약이 되어 있었는데, '선재 업고 튀어' 인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전부터 모델 출신에서 배우로 전환하면서 치열하게 노력했던 과정들이 인상적이었고, 본인 일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거든요. 채수빈 배우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 캐스팅했는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저희가 원하는 청춘 멜로 무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어요.
무엇보다 촬영 현장에서 두 배우가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어요. 돌고래유괴단의 원래 팬이었다며 녹음할 때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톤 조절을 제안하는 등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게 임해주셨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티징에서 일룸 브랜드명을 빼고 '헤이븐'만 노출한 이유는?
일룸 서지혜 팀장: 촬영 현장에서 나온 무드가 너무 좋아서 "이걸 티징으로 먼저 보여드리면 사람들이 엄청난 기대감을 가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돌고래에서 제안하신 건 '일룸이 이룸'이라는 메인 카피를 중심으로 티징하는 거였는데, 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제안했어요. "브랜드명도, 카피도 다 빼고 그냥 '헤이븐'이라는 제품명만 남겨두자"고 했거든요.
제가 생각한 건 이거였어요. 'HAVEN'이라는 영문 타이틀만 심플하게 들어가면, 사람들이 이걸 가구 광고가 아니라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 예고편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봤어요. 실제로 90년대 일본 멜로 영화 포스터 같은 느낌을 의도했거든요.
내부에서는 처음에 "브랜드명도 안 넣고 제품명만 넣으면 사람들이 일룸인지 어떻게 알아요?"라는 우려가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
결과적으로 일주일 동안 티징을 돌렸는데, 노출 정보는 정말 최소한으로 했어요. '일룸', '돌고래유괴단', '변우석', '채수빈' 이 네 개 이름만 크레딧으로 넣고 다른 설명은 일체 없이요.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어요. "이게 영화야 드라마야?", "변우석 채수빈 케미 뭐야", "돌고래유괴단이면 또 뭔가 재미있는 거 나올 것 같은데" 이런 댓글들이 쏟아졌거든요. 두 배우의 시각적 임팩트와 돌고래유괴단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기대감이 완벽하게 시너지를 낸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걸 '광고'가 아니라 '영화 예고편'으로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본편이 공개됐을 때도 "광고인 줄 몰랐다", "영화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온 거고요. 결과적으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력한 브랜드 임팩트를 만들어낸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1,000만 조회수와 "5분을 스킵 없이 봤다"는 대중들의 반응을 어떻게 보시나요?
일룸 서지혜 팀장: 정말 흥미로운 반응이었어요. "5분을 한 번도 스킵 안 하고 봤다", "몰입해서 보다 보니까 어느새 끝났다" 이런 반응들이 수백 개씩 달렸거든요. 이게 단순히 재밌어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그동안 "이유 있는 디자인", "일상의 진심" 같은 브랜드 철학을 계속 이야기해 왔지만, 솔직히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기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메시지가 스토리와 감정을 통해 경험으로 전환된 것 같아요.
특히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걸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로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이거 광고 맞아?", "드라마인 줄 알았다" 이런 댓글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게 바로 저희가 원했던 지점이거든요. 브랜드 메시지가 억지스럽지 않게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때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캠페인 후 실제 매출이나 브랜드 인지도 변화가 있었나요?
일룸 서지혜 팀장: 가구라는 특성상 즉각적인 매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보통 캠페인 이후 3개월 정도 지나야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저희 제품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라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구매하시니까요.
하지만 정말 놀라운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검색 데이터예요. 캠페인 전에는 '일룸'이라고 막연하게 검색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헤이븐 매트리스', '플로코 소파', '업모션 테이블' 이런 구체적인 제품명으로 검색하시는 분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그리고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거든요.
더 의미 있는 건 브랜드 인지의 질적 변화예요. 예전에는 '일룸=비싼 가구' 정도의 인식이었다면, 지금은 '일룸=스토리가 있는 가구', '일룸=감성이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실제로 매장에 오시는 고객들도 "그 광고 보고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이분들이 계속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갖고 계시도록 하는 게 이제 저희가 해야 할 숙제죠. 좋은 첫인상을 받으신 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
일룸과 돌고래유괴단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저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라는 전통적인 수직 관계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십에 더 가치를 둡니다. 프로젝트에서는 서로의 성공이 곧 상대방의 성공이 되는 구조거든요.
일룸과 작업하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기업 문화가 개인의 업무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목격한 거예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협업해 본 경험상, 조직 문화가 구성원들의 소통 방식과 업무 철학에 그대로 투영되더라고요.
일룸 담당자분들은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갖고 계셨어요. 광고업계에서 종종 마주하는 '빠른 성과'나 '화제성 위주'의 접근과는 확실히 달랐죠. 처음엔 이런 신중한 접근이 혹시 프로젝트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작업해 보니 완전히 반대였어요.
오히려 브랜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찾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더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결과물이 나왔거든요. 급하게 만든 화제성보다 진짜 브랜드 스토리에서 나온 울림이 훨씬 강력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일룸 서지혜 팀장: 저희 기업 사명이 "바로 알고 바로 살며 서로 도와 하나 되자"인데, 이게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체화되어 있어요. 사무실 곳곳에 게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살아있는 가치죠.
진정한 파트너십은 에이전시가 단순히 클라이언트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직적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수평적 협력이어야 하죠.
기존은 정해진 기간 내 완결되는 프로젝트성 업무였다면, 이번 돌고래유괴단과의 협업은 완전히 달랐어요. 정말 한 팀이 되어 브랜드의 장기적 비전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해 나간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단순한 광고 제작을 넘어서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룸 캠페인 성공이 다른 브랜드들의 모방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시나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기존의 획일화된 가구 광고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이게 또 다른 프레임이 되는... 사실 저희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그렇게 된 케이스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일룸 캠페인이 성공한 이유는 멜로 영화 형식이나 유명 배우 때문이 아니라, 일룸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진정성과 그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거든요. 똑같은 형식을 다른 브랜드에 억지로 씌우면 껍데기만 비슷한 어색한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
광고업계의 오래된 습성 중 하나가 성공 사례를 보면 일단 따라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접근은 표면적인 모방에 그칠 뿐, 진짜 차별화와는 거리가 멀죠. 일룸 캠페인의 본질은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찾아서 그에 맞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었거든요.

오히려 저는 이런 현상이 업계에 좋은 자극이 되길 바라요. "우리도 일룸처럼"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라는 방향으로 시도들이 일어나면 좋겠어요. '원래 그런 거야, 다들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라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각자의 브랜드 DNA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 그게 바로 '브랜드 차별화의 시작'이라는 게 캠페인의 행간에 있는 저희의 주장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거죠. 브랜드 고유의 내러티브를 찾아내면, 거기에 딱 맞는 표현 방식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어요. 이게 바로 진짜 브랜드 차별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룸 프로젝트를 통해 '진심이 담긴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돌고래유괴단의 크리에이티브 방향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돌고래유괴단 이성헌 부대표: 특히 일룸 프로젝트에서는 "브랜드의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리 화제가 되어도 무의미하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세우고 진행했어요. 이번 캠페인은 분명 대중적 관심과 화제성을 의식한 부분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와 진정성의 농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일룸만의 고유한 브랜드 내러티브를 구축해나가고 싶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건 단발성 임팩트가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이에요. 그런 면에서 일룸은 저희에게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 오늘의 큐터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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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터는 이성과 감성이 딱 반반씩 필요하다 (솔루엠 김민영 CMO)
■ 마케팅은 고객의 체감으로 완성된다 (보나비 최승희 CMO)
■ IMF 때 미국으로 간 청년, CIA와 FBI의 극비 프로젝트를 맡다 (JLB인터내셔널 제이슨 리 대표)
■ 착한 척으로는 브랜드가 커지기 어렵다 (톤28 박준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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