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마케터
“하민 씨, 이거 부탁 좀 할게요. 아시죠? 부담은 안 줘요. 박대리 명의로 나가니까.”
팀장의 입버릇 같은 말이 하민의 왼쪽 발등을 또 한 번 찍었다.
부담이 없다는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부담인 사람.
김하민, 디지털 마케팅 회사 ‘메이커스랩’의 계약직 6개월차.
회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기획서는 항상 ‘박대리 외 2인’.
그 2인 중 한 명이 하민이었다.
🍤발등튀김
어느 날 밤이었다. 하민은 고민 끝에 마케팅 커뮤니티 아이보스에 가입했다.
닉네임 입력창이 보였다.
‘이거 뭐라고 짓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자신의 발등을 내려다봤다.
며칠 전 회사에서 팀장에게 억울하게 혼난 날,
스트레스에 못 이겨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다 실수로 뜨거운 튀김을 발등에 떨어뜨렸던 자국이 아직 남아있었다.
순간 하민은 웃었다.
“맨날 회사에서 발등 찍히는 것도 서러운데, 집에서까지 발등에 튀김을 떨어뜨렸네.
이게 진짜 리얼한 내 인생이구나. 발등 찍힌 것도 억울한데, 발등에 튀김까지… 하하.”
하민은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닉네임 칸에 이렇게 입력했다.
발등튀김
📈 ‘발등튀김’이 터지다
그날부터 하민은 아이보스와 블로그에 마케터로서의 진솔한 경험담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넋두리였다.
‘기획서에 왜 내 이름은 없을까?’
‘왜 성공하면 팀장 덕, 실패하면 계약직 탓인가?’
그런데 며칠 후 올린 글 하나가 대박을 쳤다.
[마케팅 업계의 진짜 현실 - 기획서에 내 이름 없는 이유]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
아이보스 댓글엔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발등튀김 님, 이름부터 찐 마케터 느낌 납니다ㅋㅋㅋㅋ”
“저도 매일 발등 찍히는데, 발등튀김 보면서 웃습니다.”
“발등튀김, 혹시 저희 회사에 다니세요? 100% 공감합니다.”
발등튀김이란 닉네임은 금세 아이보스의 인기 유저가 됐다.
🌸 그녀의 한 마디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후배 정유하가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 혹시 아이보스 하세요?”
“아이보스요?”
“네. 마케팅 커뮤니티요.”
“아… 하는데요, 왜요?”
유하는 웃음을 참으며 핸드폰을 보여줬다.
“혹시… 이 ‘발등튀김’이라는 분 아니세요?”
“네? 아니 그걸 어떻게…?”
유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글에서 선배 냄새가 나서요.
진짜 리얼한 마케터 이야기라서 저도 맨날 봐요.
실은… 발등튀김 님 글 보려고 아이보스 가입했거든요.”
그 말에 하민은 발등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엔 뜨거운 튀김 때문이 아니라,
부끄럽고도 기분 좋은 설렘 때문이었다.
🚀 마지막 콘텐츠의 반란
얼마 뒤 A 브랜드사와의 큰 캠페인 미팅에서,
팀장은 평소처럼 말했다.
“하민 씨, 또 부탁 좀 할게요. 간단히만.”
하민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근데 이번엔 ‘박대리 외 2인’ 아니고… 김하민, 제 이름 넣어주셔야겠습니다.”
“왜요?”
“A사에서 발등튀김한테 기획서 직접 받고 싶다고 해서요.”
팀장은 눈이 커졌다.
옆에 있던 유하가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발등튀김, 아이보스에서 되게 유명한 분이세요. 기획 진짜 잘한다고 이미 업계에서 소문났거든요.”
🎉 발등튀김은 이제 브랜드가 됐다
지금 하민은 회사 밖에서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아이보스의 발등튀김이란 닉네임으로 얻은 인기로
여러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민이 글을 쓸 때마다 아이보스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역시 발등튀김님 글은 언제 봐도 맛있어요ㅋㅋㅋ”
“읽으면 내 발등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에요ㅋㅋ”
하민은 댓글을 보며 항상 기분 좋게 웃는다.
그는 진솔한 현실 마케터 이야기로
아이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늘도 발등튀김님 덕분에 마케터들은 뜨겁고 고소하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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