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터는 썸도 전략으로 탄다》
—전환은 있었지만, 리텐션은 없었다.
“이 관계… 이탈률 몇 퍼센트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누가 보면 미쳤다 하겠지만,
마케터에겐 이 말이 사랑의 언어다.
그녀를 처음 본 건 한 브랜드 세미나였다.
네이비 재킷에 코랄 립스틱, 피드 정갈하게 관리하는 감성 마케터.
난 퍼포먼스 팀장이었고, 그녀는 브랜딩 컨설턴트였다.
극과 극.
하지만 이상하게,
함께 한 프로젝트 이후 같이 밥을 먹는 일이 많아졌다.
“너는 연애할 때도 KPI 설정하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목표는 잡아야지.”
“뭐, 전환율?”
“응. 썸에서 연애로 가는 건 퍼널 구조가 확실해야 하니까.”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러곤 내 얼굴을 가만히 보다 말했다.
“그래서 넌 사랑을 놓치는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대사가 리텐션의 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람을 봤고,
나는 반응률을 봤다.
우리는 확실히 달랐다.
그녀는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도,
‘이 브랜드가 내 감성을 담아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나는 콘텐츠 하나에 ‘ROI(투자 대비 수익)가 얼마나 나올까’만 따졌다.
그녀는 “브랜드는 감정이야.”라고 했고,
나는 “광고는 효율이야.”라고 말했다.
결국 그 차이가,
우릴 서서히 벗어나게 했다.
이탈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온다.
대화 텀이 길어지고,
답장이 단어 수 세 자 이내로 줄고,
그녀의 인스타에 내 사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피드에 올라온 문구.
“요즘은 이 브랜드가 좋아요 :)”
…그 브랜드는 우리 경쟁사였다.
한때 같이 욕했던 바로 그곳.
“그거… 일부러야?”
그녀를 불러내고 묻자,
그녀는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너랑 있을 땐, 내가 감정 아닌 수치로 소비되는 느낌이었거든.”
“….”
“넌 사람이 아니라, 반응률만 보잖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내가 보낸 이모티콘,
말 끝마다 붙인 ‘ㅎㅎ’,
심지어 대화의 타이밍까지.
모두 A/B 테스트 결과였다.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었단 소리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혼자 그녀와의 시간들을 기록했던 노션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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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DM은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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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이트는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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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통화는 3월 14일.
세 달, 정확히 72일.
우리 관계의 평균 체류 시간이었다.
사랑도 마케팅 같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사랑은 클릭이 아니라, 머무름이다.
그녀는 들어왔고,
나는 붙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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