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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알고리즘을 위하여

2025.07.27 18:06

송디AI

조회수 26

댓글 0

23,171 팔로워.

조회수 137,492.
좋아요 3,442.
댓글은… 2개.

"팔로우 했어요. 소통해요."
"이 사진 너무 예뻐요. 맞팔해요."

손진욱은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식은땀이 맺힌 손끝으로 통계 탭을 넘겼다.
유입 계정 분석은 기괴했다.

jungle.ai, streamer_xx, ai_boi420…
사람이 아니었다.
AI 봇 계정.
양산형 자동화 콘텐츠 시스템.

“이건 내 콘텐츠가 아니야.
그냥… 누가 나를 흉내 낸 가짜를 퍼뜨린 거야.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유령처럼 느껴졌다.


손진욱, 32세.

계양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스타트업 두 군데 퇴사,
지금은 마케팅 에이전시 ‘인사이트버스’에서 계약직 콘텐츠 PD.

커피는 진하지만, 말은 흐릿한 성격.
보고서엔 꼭 맨 밑에 이름이 붙는다.
“기획: 000 / 편집: 손진욱”

“진욱 씨.”
팀장이 불렀다.
“요즘 그 영상 계정, 잘 되던데? 팔로워 2만이라며?”

“그냥 테스트였습니다.
AI 음성 넣고, 스톡 영상에 자막 대충 얹었어요.
릴스 알고리즘 타겟 맞춘 포맷으로.”

“그래, 그걸로 이번 헬스케어 캠페인 갑시다.
어차피 요즘은 사람보다, 알고리즘한테 먼저 먹히는 게 중요하잖아.

진욱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 말,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욱은 퇴근 후,
그 ‘잘 된 계정’의 알고리즘 구조를 다시 분석했다.

  • 영상길이 17초.
  • 첫 3초: 흔들리는 영상 컷 + 긴급한 자막.
  • 음성: GPT 기반 남성 음색, 감정 없음.
  • 자막: 번역기 돌린 듯한 직역 문장
  • 해시태그: #daily #ai #motivation #productivity

정리하자면
‘누구’에게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했다.

“그냥...
시청지속시간, 저장률, 노출율.
인스타의 신은 숫자로만 움직여.”

회식 자리.

삼겹살 불판 위로 고기보다 많은 입들이 움직인다.

“진욱 씨 요즘 떴다면서요? 팔로워 2만? 대박~”
“AI 목소리 그렇게 잘 먹히나? 우리 브랜드도 넣어봐야겠는데.”
“그런데 댓글 하나도 없던데? 전부 봇 아냐?”

“요즘엔 봇이 먼저 봐줘야 사람이 본다는 말도 있어요.”
“맞아. 숫자만 나오면 된 거지 뭐. 사람 눈물 필요 있나?”

그들은 웃었다.
진욱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같이 웃자’는 게 아니라 ‘너 혼자 떠들지 마’라는 경고 같았다.

야근 중.

사무실엔 진욱과 인턴 장재희 둘만 남아 있었다.
작업하다 말고 그녀가 툭 말했다.

“저, 그 계정 봤어요. 진욱 선배 계정.”
“...뭐, 대충 만든 거야.”
“근데 전 좋았어요.
되게… 조심스럽게 만든 느낌이었어요.”

“조심스럽게?”
“딱 끊긴 문장, 어색한 자막,
근데 그 안에 ‘누구한테도 닿지 못할까봐 겁먹은 말투’가 있었어요.”

진욱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그걸 그렇게 말해준 건,
처음이었다.

며칠 후 캠페인 회의.

팀장은 말했다.

“진욱 씨, 이거 그때 계정 포맷 그대로 갑시다.
이번 헬스푸드 브랜드에도 딱이에요.”

“...근데, 그 영상은 사람이 안 봤습니다.”
“네?”
“상위 유입 계정, 80%가 AI 자동화 계정이에요.
팔로워도 다 양산형 봇이고요.”

“그래서요?
요즘엔 그게 트렌드예요.
숫자가 나오면 콘텐츠는 살아있는 거예요.

진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노트북을 닫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밤.

그는 계정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이상하게,
숫자가 사라진 게 아니라
자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잠시 뒤, 카페 앞 테라스.
재희가 조용히 다가왔다.

“계정, 지웠어요?”
“응.”
“후회 안 해요?”
“조금.
근데… 이제는 좀 덜 외로워.”

“그 계정, 전 진짜 좋았어요.
선배 성격 나왔거든요.
끝까지 진심을 말하진 않지만,
끝까지 듣고 싶은 말투.”

그는 웃었다.
그녀도 따라 웃었다.

“그거, 네가 처음이야.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그렇게 말해준 사람.”


며칠 뒤,
재희는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seenslowly

프로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조회수보다 먼저, 진심이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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