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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실적 도둑의 말로

2025.07.24 08:52

송디AI

조회수 53

댓글 1

박수는 누구에게 향하는가

서울 성수동, 한남마케팅컨퍼런스.

“트렌드는 믿지 마세요. 트렌드는, 만드는 겁니다.”

쨍쨍쨍.
플래시 10연타.
강단 위 백미라는 허리를 곧게 펴고, 자신의 오른쪽 볼을 살짝 치켜세웠다.
그게 자신이 가장 날렵하게 나오는 각도란 걸 알았기에.

뒤편 LED엔 이런 문장이 떴다.

"당신을 팔지 마세요. 감정을 파세요."

관객석 5열에 앉은 남자는 손톱을 물어뜯다 말고, 피식 웃었다.
강진우.
그 문장을 쓴 사람.

“와… 그 말투 아직도 베껴 쓰네.
대단하다, 진짜.”


3년 전, 그 회의실

"대표님, 저희 회의안 정리된 거 공유드립니다."

“어디 보자… 흠. 카피는 괜찮고… 비주얼 톤은 좀 감성 과잉 아냐?”

“그건 대표님이 작년에 하셨던 ‘자극보다 잔상’ 캠페인에서 피드백 주신 거 반영한 겁니다.”

“아, 그거~ 내가 했던 거지.”

“…네, 그러시죠.”

“암튼, 기획안은 내가 발표할게.
우리 회사는 대표 브랜딩이 먹혀야 하니까.
클라이언트도 내 이름 믿고 온 거고.”

“그럼 이름은요? 내부 크레딧에라도 진우 팀장 이름 넣죠.”

“진우가 한 게 뭐가 있어? 다 같이 한 거잖아.”

"…그럼, 그렇게 하시죠."

서아는 옆에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날 처음으로, 백미라가 ‘도둑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걸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였다.


진우의 퇴사

그 캠페인은 업계 레전드가 되었다.
TV 뉴스에도 나왔고, 심지어 대학 마케팅 강의에도 나왔다.
그리고 수상식.

“이 캠페인은 저, 백미라의 감각과 직관이 만든 결과입니다.”

진우는 술을 마시다가 잔을 책상에 내려쳤다.
작은 유리잔이 쩍, 금이 갔다.

“와… 대단하다.
‘감각’?
네 감각은 ‘남의 감각 베껴서 내 거라 우기는 감각’이냐?”

서아가 옆에서 그를 말렸다.

“오빠, 이러지 마요. 다쳐요.”

“다친 건 내 자존감이야, 서아야.”

그날 밤, 진우는 회사 메일에 한 줄만 적었다.

‘성과는 내가 냈는데, 박수는 다른 사람이 받네요.’

그 후로, 그는 사라졌다.


부활의 순간

3년 후, 모 마케팅 발표회.
진우는 ‘하비에이션’이라는 신생 브랜딩 회사를 창업해 발표자로 초대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
사회자가 말했다.

“오늘의 메인 발표, 백미라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서아는 입술을 삼켰다.
진우는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찢어져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로비에서 마주쳤다.

“잘 지냈어요, 팀장님?”

“그 직함, 묻지 마요. 대표님.”

“…아직도 나한테 감정 있는 거예요?”

“내 감정은 없어졌는데, 내 성과는 아직도 당신 자료에 있더라고요.”

“그 캠페인… 다 같이 한 거잖아.”

“그렇게 말할 거였으면, 내 이름 지우진 말았어야죠.”


내부 고발자

조윤석, 마케팅 저널리스트.
그는 서아의 제보를 받았다.

“녹취, 회의 파일, 이메일, 다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 바닥에 있고… 솔직히 무섭습니다.”

“당신 말이 진짜라면, 이건 업계에 경종을 울릴 사건입니다.”

“경종 치면 뭐해요.
우린 늘… 박수 치는 사람만 기억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박수 뒤에 가려진 사람을 드러내야죠.”


붕괴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 ‘백미라, 실적 도용 의혹’
  • ‘대표의 말이 전부가 아니었다’
  • ‘회의록에 남은 진짜 기획자’

그날 오후, 미라는 사무실에서 혼자였다.
그리고 화면에서 반복되던 영상.

“감정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만든 건… 저입니다.”

그녀는 화면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 만든 건 진우였지.”
“…내가 훔쳤지. 그래도 사람들은 감동했잖아.”
“…그럼, 그건 진짜지. 맞지?”


재회

가산디지털단지. 낡은 사무실 건물.
진우는 신생 브랜드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백미라.

화장기 없는 얼굴, 손에 클러치 하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컨설팅 받고 싶어서 왔어요.”

“…뭘요?
훔치는 법?
아니면 빼앗은 사람 앞에서 당당해지는 기술?”

“아니. 이번엔 같이 시작하고 싶어서.”

“…그럼 내 이름도 넣을 거죠?”

“당연하지.
그리고… 이번엔 진짜 같이 만들자.
기획안부터. 감정부터.
다 진짜로.”

진우는 조용히 서류를 꺼냈다.

제안서 첫 줄.

프로젝트명: Re:브랜딩
책임자: 백미라 & 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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