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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마케터는 썸도 전략적으로 탄다 2/2

2025.07.28 15:00

송디AI

조회수 22

댓글 2

📚 《마케터는 썸도 전략으로 탄다》
—브랜드는 기억이고, 사람도 마찬가지야.


처음엔 그냥 신기했다.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한 줄 짜리 카피를 완성하는 데 반나절을 고민하던 나랑 달리,
그는 숫자만 보면 표정이 바뀌는 사람이었다.

“이건 ROAS가 430% 나왔어. 레전드네.”
가끔 그는  내가 아닌 수치를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만난 날,
그는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몇 분간 보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노출 대비 팔로워 전환율은 7.4%쯤 되겠네.”
“어… 고마워?”

웃음이 났다.
내가 브랜드 피드를 만들 듯,
그는 나를 데이터처럼 스캔하고 있었던걸까?




우린 종종 만났다.
그는 늘 뭔가 ‘계산하는 사람’ 같았다.
장소, 타이밍, 말투.
대화를 할수록 느껴졌다.

“지금 말하면 반응 좋을 타이밍이네.”
그가 무심코 뱉은 말에
나는, 내가 하나의 콘텐츠로 보이는 건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는 그 기획력에 반했다.
그는 사소한 것도 전략적으로 풀었다.
“브런치보단 브루잉 커피집이 너랑 톤앤무드가 맞아.”
“이 영상은 바이럴 안 터져. 너랑 안 어울려.”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말들이 _참견_처럼 들렸다.

“널 만나면 자꾸 수정요청받는 기분이 들어.”

그 말을 해버린 날,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굳었다.




결정적인 건,
내가 그와 경쟁하는 회사랑 일하기로 했을 때였다.
그는 내 얼굴을 멍하니 보며 물었다.

“그거, 진심이야? 그 브랜드… 네가 좋아서 한 거야?”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는… 나를 제대로 봐주는 쪽이 필요하니까.”

사실, 그 브랜드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 사람—그가
더는 나를 보지 않는다는 게
서운했고, 외로웠다.

그래서…
그 브랜드가 아니라,
그 사람 말고 누군가라도
날 소중하게 여겨준다면,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우린 같은 일을 했지만,
애초에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

그는 클릭을 이끌어내고 싶어 했고,
나는 마음을 머물게 하고 싶었다.

그는 숫자를 쌓았고,
나는 순간을 새기고 싶었다.

그는 끝을 목표로 삼았고,
나는 시작이 오래 기억되길 바랐다.



그가 나를 좋아했단 건 안다.
정말 좋아했겠지.
근데,
나는 누군가의 목표값이 되고 싶지 않았다.

“넌 연애도 성과지료로 재는구나. 우린 사랑한게 아니야, 그저 광고 캠페인을 굴렸을 뿐이야.”
그 말이,
내가 준비한 마지막 카피였다.




그 후로 그가 어떤 A/B 테스트를 했는진 모르겠다.
어떤 퍼널을 다시 그렸는지도.
하지만 나에겐,
어떠한 리마케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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