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팔고 싶은 대표는 3가지를 파악해라.
M&A 시장도 일반 시장과 다르지 않다. 매수자 vs 매도자로 양분되고 이를 중개하거나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회계사, 변호사, 금융사 등 여러 집단이 있다. 회사를 팔고자 하는 매도자는 둘 중 하나다. 회사가 엄청 잘 나가고 있거나, 슬슬 망하는 중이거나. 현재 대한민국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대부분 망해가는 회사들이다. 즉, 현금 흐름이 막혀가거나, 막혔거나, 뚫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매수자는 그럼 회사를 왜 살까? 매도자는 반드시 매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쫄딱 망하기 전에 본전은 못 건져도 노숙자 꼴은 면한다.
1. 내 회사의 시간 가치
1-1. 제품 개발
내가 만들면 되는 걸 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남의 회사를 살까? 그것은 절대적으로 “시간”의 문제다. 내가 직접 만들거나 개발하는데 2년이 걸리는데 누군가의 회사는 이미 비슷하거나 같은 걸 하고 있어. 그럼 그 회사를 사 버리면 2년의 시간이 단축되겠지? 내가 신사업을 개발해서 월 2억의 매출을 예상하고 1년 후에는 약 2.5~3배 상승시켜 월 5억, 연간 60억의 매출을 예상해. 1차년도 24억, 다음 해 60억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약 85억의 가치를 미리 땡겨 올 수 있어. 그럼 현재 허덕이는 회사를 약 5-20억 정도에 사들인다면 개이득이겠지? 자 그럼 반대로 얼마나 시간을 세이브 시켜 줄 수 없는지에 따라 가격을 얼마나 받느냐, 혹은 받을 수 없느냐가 결정되겠지?
1-2. 대표의 경험
당신의 회사를 어떤 돈 많은 사람 혹은 회사가 샀을 때 그 회사는 바로 만들어 팔긴 힘들 거야. 경험이 없잖아. 그래서 M&A 후에도 보통 대표들이 남아서 약 2-5년 간 회사가 안정화될 때까지 회사를 운영해 주거나 자문하는 경우가 많지. 직원들도 마찬가지야.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가 다른 데 팔리면 불안하겠지? 그래서 대표이사가 월급 사장이든 배당이든 일정 금액을 받으며 양사가 제대로 통합될 때까지 경영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
아무튼 이름만 대표지 다들 가난한 거 우리 잘 알잖아? 오랜만에 두둑한 현금을 손에 넣고 회사를 잘 팔고 떠나기 전까지 열심히 너에게 현금을 쥐어준 매수자에 충성해야지. 자, 네가 그들한테 줄 수 있는 건 뭘까? 왜 너의 경험을 돈주고 사야할까, 매도자야. 주제 파악을 잘 해야 수능 언어를 잘 친다며? 수리영역도 마찬가진 것 같거든.
2. 재고 및 자산 현황
2-1. 재고 상태
이건 때에 따라 똥이 될 때가 있고 금이 될 때가 있어. 빨리 폐기하는 게 나은 쪽으면 당연히 똥일 테고. 뷰티나 푸드는 전부 유통기한(현. 소비기한)이란 게 있어. 특히 음료나 식품은 6개월 이하면 온오프라인 리테일에선 안 받아줌. 그때부턴 땡처리란 걸 해야 돼.
폐기를 한다 해도 전부 비용이지. 인건비 부터 폐기물처리비까지 전부 폐기비용이 들어. 지금 창고의 네 제품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반값, 아니 10%라도 주고, 아니 운송비만 들여서라도 전부 처분해서 비용을 세이브해. 혹은 최소한의 현금이라도 만들어. 현금없어 국세 못 내면 평생 다시 창업 하지도 못해.
2-2. 현금화 가능한 자산 현황
대차대조표 보면 차변에 자산나오지? 그 종이쪼가리 말고 정말로 냉정하게 내 기계들을 팔 수 있을지 생각해 봐. 가장 빠르게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건 뭐가 있는지 재빨리 파악해서 당근에라도 팔아.
전통주 회사를 받으면 기가 차는 게 쓰지도 못할 고철덩어리, 키로당 500원에 팔면 딱 좋을 걸 전부 중고로 팔 수 있겠냐고 하는데, 잘 들어. 발효탱크 중고로 파는 샛기들은 다 사기꾼이야. 남의 양조장에서 쓰던 발효탱크 너네집에선 못 쓰니까 새거 사. 이유는 구구절절 설명 안 한다. 누가 사기꾼인지 난 분명히 말했다. 술기계는 새거랑 중고가 큰 차이 없고 중고의 출처를 알아내기 힘들어. 보이는 곳은 멀쩡해도 내부가 녹슬거나 망가지는 경우가 많거든.
ESG의 현현인 나같은 사람이 사업 초기에 중고기계 유통이나 줏어다 쓰는 거 고려 안 했겠니? 술과 음식, 특히 알코올 발효와 에탄올이 추출되는 술에 한해서는 새기계를 사라고 추천한다. 내가 이번에도 컨설팅하러 갔다가 2천만원이나 중고기계를 사 놨는데 그 중에 쓸 수 있는게…(할말하않)
중고기계를 판 사람들도 전부 아는 사람들이라 뭐라 말 꺼내기도 힘들고. 지자체 인구증가에 쓰여야 할 돈이나 활성화 자금, 창업 지원금들이 다 이런 곳들로 흘러들어간다. 오호 통재라.
3. 현금 흐름 및 사업 현황
동산, 부동산 등 회사 내 다양한 자산들은 과연 얼마일까? 마트나 백화점, 공장처럼 사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사업과 관계없이 여유자금으로 구매해 둔 부동산, 유가증권이 있는가? 보통 이렇게 회사가 망해가면 부동산은 다 팔아치우긴 하지. 하다 못해 내 집, 자동차, 컴퓨터까지 팔아치워야지. 수집해 둔 스피커, 프라모델이 있다면 그것까지 전부. 만약 자기 시설 및 토지를 보유한 제조공장이라면 회사를 매각할 때 땅이나 건물 가치까지 좀 더 받을 수 있겠지. 임대라면 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얼마 전에 주류회사에서 연락와서 출고가/납품가/소비자가 등, 현재 유통경로 등을 꼬치꼬치 물었는데 대표가 왜 이걸 대답 못 해? 대기업 회장님이냐? 그런데 회사를 어떻게 팔아? 최소한 핵심 제품/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판매 현황 및 회수 가부, 이후의 AS부터 남은 고객에 대한 배려까지, 대표는 대역 죄인인 거 몰라? 무릎 꿇고 다 사죄하고 넘어가는 거야. 대표님 대표님 소리 들을 때나 좋았냐? 세상에 제정신 아닌 도른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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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처음이겠지만, 회사를 말아먹는 것도 처음인 당신을 위해 이 글을 바친다. 시작 보다 힘든 게 끝내는 거야. 부디 잘 말아먹고 좀 쉰 다음, 다시 일어서길 바랄게. 잘 못 망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특별히 써 봤어. 명심해, 대한민국은 망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어.
잘 망하고 싶으면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지 말고 과연 내가 팔 수 있는 게 뭔지를 냉수마찰이라도 하고 냉정하게 평가해. 마지막 남은 티끌을 모아 나같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빈손으로 오는 건 좋은데, 그럴 거면 제발 너와 네 회사에 대한 메타인지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
(2편: 메타인지가 안 되는 대표와 그런 회사를 팔아주기 힘든 유형, 혹은 이유에 대한 내용. 솔직히 자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글을 읽는 페친 바로 너희들이야. "난가?"싶은 바로 너. 갑갑하다 정말…)
2️⃣편 맛보기
>물건을 팔아달라
유통기한 6개월 이하는 리테일에서 안 받아줌. 땡처리란…
>>사업부를 팔아달라
해당 사업부 손익/비용 현황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는데 어떻게…
>>>회사를 팔아달라
껍데기도 없는 회사를 누가…
10년 짬빠가 되니까 회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접는 걸 엄청 도와주게 되네. 이게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대통령 부터 나라를 말아 먹는데 어딘들 잘 될까?
희망은 어디에도 없다.
빛은 오로지 내 가슴 속에만 있어요.
원문 출처 : 술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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