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을 읽기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1. 다이소는 (이마트, 코스트코보다) 매출은 적지만,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공략하여 훨씬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순 박리다매 아님)
2. 소비자에게 ①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 ②예상치 못한 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 ③가격 걱정 없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라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3. 결국 다이소의 진짜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만족시켜 재방문을 유도하고 충동구매를 이끌어내는 전략에 있습니다.
다이소의 작년 (2024년) 매출은 약 4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마트 본사 매출은 15조가 넘고 코스트코는 6조 5,000억 원이 넘습니다.
4조라면 큰 매출이긴 합니다만, 이마트 본사와 코스트코와 비교하면 작은 매출입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다이소 실적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이소 영업이익은 3,700억 원정도가 됩니다. 이마트 본사 영업이익은 1,218억 원이며 코스트코 영업이익은 2,186억 원입니다. 매출은 작지만 다이소 영업이익은 다른 두 회사보다 많습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다이소 전략을 박리다매 (작게 남기고 많이 팔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다이소 매출 원가는 62%입니다. 다이소는 1,000원짜리를 팔면 600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코스트코 (85%), 이마트 (72%)에 비하면 다이소는 절대 매우 작은 마진을 많이만 팔아서 남기는 수익 구조가 아닙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다이소의 성공 전략을 많이 다뤘으니 이번 글은 다이소를 이용하는 소비자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특정 브랜드를 선택할 때 모든 소비자의 구매이유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나이키를 예를 들면, 누군가는 농구선수 조단이 좋아서 구매합니다. 어떤 소비자는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아디다스나 리복보다 기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구매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소비자 구매 이유가 존재합니다.
다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소를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가 동일한 단 하나만의 이유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심리학적인 이유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1. 실패할 자유를 제공
자주 이야기하는 소비자 심리입니다. 인간이 의사결정을 망설이는 많은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노트북을 사려는 소비자가 있습니다. 장바구니까지 담아뒀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혹시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면 어쩌지라는 고민 때문입니다. 특히, 같은 제품을 비싸게 사는 실패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다이소 제품은 대체로 1,000원이나 2,000원짜리 제품이 주를 이룹니다. 대부분 5,000원 미만의 제품입니다.
다이소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많은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평소에 발생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1,000원이니까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합니다.
물건 하나 사러 다이소 매장을 갔다가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글을 쓰다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 같이 돈 많은 사람에겐 백화점 명품관이 그에겐 다이소 매장처럼 실패할 자유를 누리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약간 슬퍼졌습니다.
2. 발견의 즐거움
소비자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서 깊은 만족감을 경험합니다.
다이소는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약 3만 개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다이소 매장에는 늘 새로운 제품, 독특한 상품, 그리고 한정 수량의 아이템들이 등장합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뷰티 브랜드만 60개가 넘고 상품수는 500여 종이 넘습니다. 이 중 상당수가 매월 신제품으로 추가됩니다.
제 딸들이 다이소를 갈 때 저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얼마까지 써도 돼?'
무엇을 사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습니다. '이거 사도 돼?'의 질문이 아닙니다. 사실 이 질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아이들도 본인이 무엇을 사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의 허용 범위'만 물어보게 됩니다.
이런 소비 경험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소비자는 발견 자체가 주는 희열, 즉 ‘소소한 성취감’에서 만족을 느낍니다. 다이소는 바로 이런 심리적 보상 구조를 아주 자연스럽게 설계한 공간입니다. 이 경험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자연스럽게 재방문고객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방문 고객이 제 딸들입니다.
3.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공간
우리는 무언가를 늘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어디서 살아야 할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선택들은 대부분 주어진 조건 안에서의 '타협'일 때가 많습니다.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조차도 "내 상황에 맞게" "예산에 맞게" 어쩔 수 없이 고른 것들입니다.
우리는 선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선택하고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선택은 생각보다 드문 경험입니다. 그런데 다이소에 가면 그 드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이소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저렴함’이나 ‘가성비’ 이상의 것입니다. 그건 심리적 해방감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걸 마음껏 골라도 괜찮다”는 그런 선택의 순간을 제공합니다.
물론, 다이소의 선택지는 한정적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단순하고, 브랜드도 없고, 제품 간 품질 차이도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표 앞에서 멈추지 않아도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 다이소입니다.
소비자가 다이소를 가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이 아닙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얻을 수 없는 '심리적 해방감'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 가서는 제 딸들에게 원하는 것 무엇이든 5개를 사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이소를 가면 5개가 무엇이든 사줄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심리적 해방감을 느끼는 멋진 아빠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곳이 다이소입니다.
결국 다이소의 진짜 무기는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 심리 이해’입니다.
"1,000원 짜리라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망을 깔아주고, 매장 한 바퀴만 돌면 예상 못 한 신상을 ‘발견’하게 해 주고, 지갑 걱정 없이 마음껏 ‘선택’할 자유를 다이소는 제공합니다."
이 세 가지 감정을 정교하게 엮어낸 덕분에 다이소는 매출 규모보다 훨씬 높은 영업이익을 만들었습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선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은 숫자 싸움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마음을 이해하는 게임입니다.
고객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 성공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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