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1993년 주요 광고주였던 모 식품회사에서 색다른 임무를 주었다. 자신들이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 조사 과정에 광고회사에서도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같이 조사하던 일도 많고 해서, 우리 팀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2~3주 간격을 두고 광고주 마케팅팀의 담당자가 연구소에서 만들었다는 음료를 시험용으로 가지고 왔다. 그럼 그걸 맛보고 평하고 무엇을 더했으면 좋을지 등의 의견을 제시하는 게 우리 일이었다. 그 의견이 얼마큼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따로 조사도 하고 싶었으나, 신제품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극도로 보안을 걸어서 할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들 자신이 소비자를 대변한다고 했지만, 일반 조사 대상자와 별다를 바 없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음료 회사 측에서도 조금 더 과감한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공헌했는지는 몰라도 그 음료 제품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나와서 지금까지도 꽤 잘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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