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적응자일수도 있지만 회사 생활은 참 힘드네요
2025.07.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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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년 전 쯤에 여러모로 되게 고민이 많았던 때 사측에서 권고사직을 먼저 제안했고 저도 실업급여 받은 걸로 합의하고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족 문제로 힘든 시기였기도 했고 일에 지쳐 애정이 사라지니 의욕도 없어져서 사측에서도 저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게 마무리하고 나와서 이케아, 맥도날드에서도 일해보다가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현장직보다는 사무직이 더 적성에 맞다고는 느끼지만 여기는 또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마케팅이었지만 어찌저찌 돈이 없으니 공고를 찾다 지금의 MD 직무에 지원했습니다만 제가 MD 일은 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으나 우선 쇼핑몰 월별 마감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것까진 그렇다쳐도 회계 쪽에서 마감은 마무리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뭐 하라면 하는 건데 너무나도 지나치게 비효율적입니다. 고도몰의 특성인 건지 배송비 중복도 찾아내야 하고 상품 특성상 제주도는 추가 운임이 또 부과되기에 기존에 입력된 내역을 한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어드민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오늘도 열심히 엑셀을 굴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효율을 좀 나게 해보려고 파이썬을 다시 처음부터 배우고 ai한테 코드 물어가며 업체별로 분류하는 것까지는 어찌저찌 해냈습니다마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진짜 맞는 건가... 혹시 MD로 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마감 절차나 담당 여부를 귀띔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랑 직접 실무를 진행하는 상사가 두 명인데 각각 A와 B로 칭하겠습니다. A는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혼자 떠안고 있는데 케파가 안 되면 안 된다고 좀 쳐내고 더 메인인 업무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그게 전혀 되지 않아 보입니다. 이건 저 말고도 다른 분들도 거의 다 같은 의견이더라고요. 발을 많이 걸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팀원들의 요청에 한없이 답이 밀리는 건 진짜 너무 빡칩니다. MD가 재고, 재입고 일정을 알아야 하는데 A를 통해서 전달 받으라길래 계속 물어봤는데 톡방에 서너번 물어봐도 답이 안 달릴 때가 많고... 그러면 솔직히 팔고 싶어도 진이 빠져서 ** 욕하고 대려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욕을 하거나 정말 그만 두진 않았습니다만 그러고 싶었어요) 다들 골뱅이로 A를 소환하기 바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분장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게 보이기에 갑갑합니다.
B는 일을 참 잘하신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땐 너무 많은 일을 신경쓰고 찾아내고 그게 저에게 오면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매번은 아닌 것 같지만 제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당연하지만) 아직 다 파악이 안 돼서 노파심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B의 열정을 긍정적으로 봤는데 제가 이젠 뭐... 별 생각이 없어지니 오히려 그런 지적들이 껄끄럽고 버겁게 느껴집니다.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는 것들도 본인의 어떤 확고한 기준에선 절대 그렇지 않고 디테일에 집요한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일하면서 다 배우는 것이니 어쩔 땐 좀 돌아가거나 헛발질해도 괜찮다는 주의인데 B는 효율 아니면 죽음, 이라는 마인드로 일에 임하는 것 같아서 그게 다르니 좀 힘듭니다.
물론 A는 대외적으로는 단점이지만 흘려들은 얘기로는 본인은 번아웃을 한번도 겪은 적이 없다길래 그 멘탈만큼은 본받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빡쳐할 만큼 속이 편한 것도 문제긴 합니다만. B는 일에 열정이 있는 만큼 꼼꼼히 잘 하시고... 그런 점은 항상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칠 법도 한데 매번 싫다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합니다.
슬랙에 익숙해져 있다가 카톡 쓰니까 아카이빙도 안 돼서 진짜 *같고... 사람들은 대부분 좋긴 한데 사무실 분위기는 너무 적막한... 이상한 곳입니다. 근데 또 예전 회사에서는 동료 분들이랑 워낙 친하게 지냈다 보니까 그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지금 상황에 낮은 점수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엔 스타트업이라 돈이 딸려서 매번 그거 듣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여기는 제조도 같이 하니 현금이 모자랄 일은 없을 것 같으나 매출로 쪼는 건 매한가지고 비수기 때는 대표 히스티리가 장난 아니라길래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반말하는 게 왜 이렇게 싫을까요? 면접 볼 때는 서로 예의를 갖춰 존댓말로 썼으면서 출근하니 바로 반말 까는 **들 ***를 뽀개버리고 싶습니다. 더 악질인 건 A는 슬슬 눈치 봐가면서 섞어 반말합니다. 반존대도 아니고 너무 기분 나쁩니다. 제가 제일 어리긴 하지만 다같이 나온 사회생활에서 서로 존댓말하는 건 이제 기본 아닌가요? 형님 형님 깍듯할 때는 존댓말 잘 하면서 저한테 말할 때는 말끝 흐리고 미친놈인가 진짜
재고 관리하는 것도 물류 쪽에서 바로바로 피드백이 없고 입고 일정도 컨테이너 용량 때문에 또 밀리는 데 그걸 또 제때 공유를 안 해서 미출 송장 쌓이게 하고... 이렇게 얼렁뚱땅 사업이 돌아가는 것도 참 웃깁니다.
쓰다보니 두서 없이 길어졌습니다. 하여튼 MD란 도대체 뭘까... 생각하며 채용 사이트를 또 둘러보러 가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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