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하는 척 해"
"버티자 그냥"
"쟤네 다 병신들이야"
솔직히 월급쟁이가 무슨 힘이 있을까나이도 20대 중후반으로 밖에 안보이는데 어린 여자애들을 대상으로 조금 미안하긴 하다...
위에 언급한 카톡이 공개되기 이전의 내 마음이다.
적극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농성에 참여하게 된 것은
연민이 분노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 데이터를 다 쓰고 난 뒤 무제한으로 받고 있던 3mbps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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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14시
열심히 운전하여 강남에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하였다.
평소 강남에 갈 때면 무조건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알뜰살뜰 효율중시 김야차는
돈 뜯긴 사기 피해자로써 주차비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전력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티몬 본사에 도착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최초의 순번 시스템 일명 '공책번호부'에
이름과 핸드폰 뒷자리를 기입한 후 스타벅스 앞에 주차를 해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대책 없이 그냥 사람 수를 모아서 공권력의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정말 단순한 농성이었고
현장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유모차에서 아이가 잠들고 어르신들은 그늘에서도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한 환불을 재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번호부에 순번만 기입한 후 근처에 주차하고 스타벅스에서 에어컨 바람을 온전히 느끼며 꿀 대신 커피만 빨던
꿀벌들은 도로교통과의 전통놀이인 딱지앞에 속수무책으로 주차비느낌의 과태료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7월 24일 16시
당장 대책은 없었고 선발대(1~20번)로 출발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금일 공정위가 위메프에 조사차 나가게 된다는 소식을 입수하여 선발대에게 공정위와의 접촉을 제안했다.
당연히 공정위는 만나주지 않았으며 티몬 본사(구사옥) 앞에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사업부서가 신사옥에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정위는 티몬 신사옥 지하 사무실에서 티몬 직원들과의 미팅을 하고 있다는걸 선발대에서 알게 되었다.
바로 자동차로 달려가 티몬 신사옥으로 이동하여 공정위의 퇴로를 막는 역할을 받았고
지하 사무실이 문이 열림 틈을 타 구사옥분들을 호출하여 티몬 본사의 점거가 시작되었다.
'이거 불법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티몬측의 대규모 사기극을 밝히는데 어렵지 않았고
경찰들 입장에서도 불법점거로 보기에는 관리인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신 것이라 일단은 약 300~400여명의
신사옥 입장이 시작되었다.
퇴로를 막기 위해 티몬에 주차를 했던 나는 훗날 약 30만원의 주차비를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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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20시
공정위 직원들과 티몬 직원들이 회의를 하여 입장발표를 하기로 했던 것은 18시
약 2시간이 더 지난 뒤인 20시가 되어서야 그들이 모습을 비췄다.
거의 강제(?)로 대책을 갈구한다음 나와달라는 피해자측의 입장에 따라 몇 시간을 회의하고 나와서
최대한 피해자쪽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라는 공정위쪽 발표가 있었으나
이미 피해액이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천만원에 달하는 피해자에게 명확한 보상을 제시하지 않은 시점에서
사람들의 분노는 이미 한지 위에 떨어트린 물방울 처럼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었다.
여기서 한 피해자가 사진을 단톡방에 공유하며 외쳤다.
"제가 여기 안에서 회의하고 있던 직원들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확대해보니 카톡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협조하는 척 해"
"버티자 그냥"
"쟤네 다 병신들이야"
솔직히 월급쟁이가 무슨 힘이 있을까
나이도 20대 중후반으로 밖에 안보이는데 어린 여자애들을 대상으로 조금 미안하긴 하다...
위에 언급한 카톡이 공개되기 이전의 내 마음이다.
적극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농성에 참여하게 된 것은
연민이 분노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 데이터를 다 쓰고 난 뒤 무제한으로 받고 있던 3mbps 였다.
7월 24일 21시
사람들은 분노하였고 지하 사무실의 전면통제가 시작되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두고간 다이어리와 메모 등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연재했던 명탐정 코난을 다들 한 번 두 번 씩은 본 것일까
직원들의 노트, 쓰레기통, 종이 분쇄기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얻어내기 시작했다.
7월 초 부터 환불 버튼을 자체적으로 없앴으며
환불 요청 고객에 대한 대응 스크립트
환불이 안되게 설정한 이후 큰 할인율을 적용시킨 상품의 기획 등..
모두 한마음 한통속으로 소비자를 우롱하였던 것을 알아차렸다.
커져버린 분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논리와 명분들의 등장에 항의는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고
이 때 119에서 지하 사무실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에 있는 직원이 임산부인데 지금 복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잠시 비켜주세요"
자녀를 둔 부모의 비중이 90% 이상이었기에 우리 모두 잠시 주춤했다.
공교롭게도 앞 서 공개한 "협조하는 척 해" 라고 했던 직원이어서 의아해 했지만 119 대원을 해당 직원과 접촉해서 빨리 대응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119 구급대원의 한마디가 모두의 화를 2배 3배 이상 확산시킨다.
"임신이 아니시고 당장 위급하지 않으십니다."
해당 여직원의 첨언이 예술적으로 붙었다.
"임신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근데 배가아파요"
피해자분들 중 실제 임신하여 오신분들이 임산부 뱃지를 흔들며 분노를 더욱 호소했고
가임기 여성의 상상임신 복통드립으로 인하여 피해자들 모두 더더욱 강압적으로 변했다.
책임자가 오기 전 까지는 숨겨준 공정위 직원까지 모두 한패라고 생각하여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고
책임자 소환을 목이터져라 계속 외치기 시작했다.
7월 25일 01시
본부장이 도착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본부장과 비주얼은 조금 달랐지만 자신의 직원과 공정위 직원들이 곤란해지자 등장을 하였고
그 순간의 멋은 솔직히 같은 남자가 보아도 모든 것을 해결할 만한 남자의 등장처럼 웅장하기 짝이 없었다.
(아는 사람들은 공감할만한 문장을 고르자면, 샹크스를 보는 듯 했다.)
본부장은 협의에 앞서 여직원들은 여자라서 좀 더 힘들테니까 먼저 보내고 자기가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현장의 피해자의 60%는 여자들이었기 때문에
"나도 여자야 이새끼야!!!! 집가고 싶으니까 환불해줘라~~!!!!" 라고 하며 항의를 시작했다.
실제로 뒤에 계시던 아주머니는 장나라 - 나도 여자랍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ㄹㅇ)
7월 25일 03시
구대표와 통화를 마친 본부장이 시드머니 30억이라는 쾌거와 함께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장으로 티몬직원 4~5명이 추가로 투입되었고 현장의 피해자 약 500명은 본부장이 제시한 양식에 맞춰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여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 현장 도착부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물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들 지친 얼굴에서 웃음을 하나 둘 되찾기 시작했다.
반나절 정도의 배고픔과 졸음은 우리의 돈 보다 우선시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우선적으로
처음에 종이로 작성하여 직원에게 확인을 받고 넘긴다음 집에 가도 좋다고 하였으나.
중간에 네이버 폼을 이용하여 한 번 더 신청을 해야한다고 하였고
네이버 폼을 이용한 신청이 오전 5시부터 시작하여 시간당 약 50명 씩 접수가 끝나고 있었다.
오전 11시까지 약 400번대 정도까지 접수가 끝난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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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지하
처음에는 모두 다 지하였다.
건물 한 층을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 출동하여
압사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최대 약 400명정도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구분 짓기 시작했다.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나가면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1명씩 유입되는 방식으로
차에 물건을 두고오거나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도 지하사람들은 나갈 수 없었고
지상사람들은 밖에서 비도 오고 꿉꿉했지만 원한다면 줄을 이탈하여 식사도하고 잠도 주무시고 오시는 분들 도 있었다.
지하에만 있던 사람으로써 배고픔과 지속적인 항의와 농성을 직접적으로 하는 스트레스는 조금 있었지만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 안에서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여름에는 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대립 구도가 있을 수도 없었던게 본부장이 환불 관련되어서 얘기할 때는 지상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하에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한다고 하였고
해당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택시타고 아침까지 쭉 모였지만 경찰의 통제하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지상그룹과 지하그룹이 제대로 만들어 진 것은 25일 오전 4시 이후라고 보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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