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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2013.04.13 04:15

소라모모

조회수 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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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저는 세상 넓은 줄(?) 모르고,  


교내에서 성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던지 

집 평수가 전용면적 34평이었던 현대아파트 1차 였다던지

아버지 자동차가 대우 브로엄이었다던지

유난히 기가 쎈 전학생을 힘으로 눌러버렸다던지 하는


되도 않는 지적(?), 경제적(?), 육체적(?) 허영심을 바탕으로 한

기고만장함이 분수령에 이를 지경이었죠.

 


그러니까 딱 그 때 즈음에,

생전 처음으로 도서관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 물론 어떤 계기로 가게 되었는 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요 -

 


처음 열람실에 들어가자마자, 정말이지 화들짝 놀랐었어요.


동년배로 보이는 녀석들에서부터 중고등학생, 일반인, 심지어는 할아버지까지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그 공간에서, 모두들 열심히.. 아주 열심히 책을 읽고 있더군요.

 

그 때 그 장면을 보자마자 정말이지 큰 충격 비스무리한 것을 먹었었는데,

그 때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자면,


"학교라는 우물 안에서 맨날 보는 녀석들, 맨날 보는 환경이 전부가 아니였구나."


"우물 안에서 내 잘났다고 외쳐댈 때,

 내가 모르는 다른 어딘가에서는 나보다 더 노력하고 있는 인간들이 이렇게나 미어터질 

 정도로 많구나.." 


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아무런 감흥이 없을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그 충격이 너무나도 크게 와 버려서

그 한 장의 장면이 제 삶의 방식을 규정짓게 해 버렸죠.

 

그 날 이후로 제 곁에는 항상 가상의 경쟁자가 뚜렷한 인식의 범위 안에 존재했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를 매우 가혹하게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더군요.


어떤 미션과 시련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그걸 달성하면,

또 다른 미션과 시련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 삶의 낙이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판단이었지만..

의지의 각오를 기리는 수단으로 대학도 들어가지 않았고,

아무도 배우지 못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군대에는 6년이나 있었죠.


미련했지만 만족스러운 삶의 방식이었어요.

 


현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수도 없이 방문했던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마케팅 서적이 매우 각별한 재미가 있어

이 부분을 조금씩 파기 시작했었는데 어느새 직업이 되어 버렸네요.

 


..그리고 어제는 "사업자"를 만났습니다.


지금 저는

내 스스로가 완전한 "사업자"가 되지 않으면

사업이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대명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그 무거운 침묵이 잠을 달아나게 하고

한동안 실체화되지 않았던 가상의 누군가가 저의 곁에 시나브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껏 사업자 흉내를 낸 적은 있어도

진짜 사업자가 되어 본 적은 없습니다.

 

 

진짜 사업자가 되지 못한다면, 저는 영원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업도 모르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정도로 사업을 논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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