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학개론] 팀장이 됐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이번에 팀장 됐어요. 근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연락 온 후배와의 저녁자리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던진 말이다. 몇 년 전 같은 팀에 팀원으로 근무했던 후배는 그때 직함 그대로 아직 나를 ‘팀장님’이라고 호칭한다. 갑작스런 질문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회사를 옮겨 팀장으로 승진을 해 팀을 맡았는데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 없고, 팀원 뭘 하는지 모르고, 나는 바쁘기 만하고 일은 진도가 안 나가고, 온통 뒤죽박죽이라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과 하소연이었다.“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팀장 일이야 초대한 단순하게 정리하고 하나하나를 잡고 내 스타일대로 만들어가는 게 좋아. 팀장이 되면 일단 일이 많아지는 건 당연해, 그리고 책임도 커지지, 그런데 권한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슬픈 일이지”
그래도 사수라고 찾아온 녀석이 기특했다. 그냥 오가는 술잔 속에 내가 생각하는 팀장업무를 하나씩 담아주었다.
팀장업무를 단순하고 단순하게 정리하면 4개의 키워드로 모아진다. 그 첫 번째는 ‘지시’다. 지시 받고 지시하는 것이 팀장의 업무다. 팀장이 되면 지시를 내릴 팀원이 생긴다. 상사로부터는 이전보다 더 큰 일을 지시 받게 된다. 새내기 팀장이 힘들어하는 일이 바로 ‘지시 내리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을 잘 알아야 하고, 그 일을 적당히 쪼개야 하고 일정에 맞춰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팀원에게 골고루 분배를 해야 하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배는 지시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본인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서 팀원에게 일을 주지 못하고 도맡으려 했다.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안해서 일을 못 시키겠다’는 마음이었다. “계속 그래라. 그러면 네 몸 축나고 팀원들은 널 안 믿고 널 떠날 거다! 미안할게 뭐가 있어? 같이 일 하는 게 팀이야! 일을 안주는 건 팀원에게 역할을 할 기회를 뺏는 거고 네가 팀원을 믿지 못한다고 광고하는 거랑 같아!.” 혀를 끌끌 차며 제대로 확실히 지시할 것을 잔소리했다.
두 번째는 ‘보고’다. 팀장이 되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중 하나다. 당장 내 상사에게 진행사항과 결과를 직접 맞닥뜨려 설명해야 하고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설득해야 하고 결과에 대해 바로 지적과 질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팀장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업무인 것이다. 혹자는 보고만 없다면 팀장도 해 먹을 만 하다고 한다. 원형탈모가 생기고 위장병이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피해갈수 없으니 잘해보도록 해야 한다. 상사의 선호 스타일(보고서 서체부터 보고내용의 순서와 참고자료의 양 등등)부터 파악하고 보고서는 간단명료한 것부터 시작해 핵심사항에 대한 보충자료까지 준비하는 법을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다. “ 너 그거 아냐? 네 보고 스타일대로 팀원들도 네게 보고하게 된 다는 거. 네가 바쁘다고 팀원에게 보고 받는 것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그 보고하려고 계들도 밤샌단 말이야! 네가 하는 보고도 중요하지만 받는 보고도 중요해!!”
세 번째는 ‘평가’다. 대부분의 팀장들이 팀장의 업무임에도 등한시하는 것이 바로 평가다. 네이버국어사전은 이렇게 평가를 정의한다. ‘1. 물건값을 헤아려 매김, 또는 그 값 2.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 팀장의 업무는 팀과 팀원 그리고 과제의 진행과 결과에 대하여 가치나 수준을 평가해야만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황을 파악하여 판단해 추가적인 진행이나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팀원들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거나 잘한 것을 칭찬해 주기 위함이다. 팀장은 팀원을 평가해 그 가치나 수준을 기준치 이상으로 성장시키고 유지해야 만 한다. 그래야 일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팀원들의 인사고과를 통해 상벌을 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걸 제가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를 치는 후배에게 따끔하게 말해 줬다. “그럼 네 새끼들을 다른 팀장이 평가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게 만들 꺼야? 네 팀원이야! 네가 책임지는!평가해서 뭐가 부족한데 이걸 해보라고 가르쳐야지!” 조금 충격을 받은 듯한 후배에게 덧붙였다. “교육시키면 꼭 평가해!! 그래야 늘어. 너도, 팀원도!!”
마지막은 ‘성과’다. 팀장이면 꼭 따라오는 것이다. 팀장은 성과를 내게 만들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다. 그 성과는 매출일 수도 있고, 비용절감일 수도 있고, 판매량일 수도 있고, 고객만족도 일 수도 있다. 보통 정량적인 수치로 표현된다. 이 성과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 팀장이다. 성과는 ‘이루어 낸 결실’(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위에 열거한 지시, 보고, 평가가 성과란 결실을 잘 맺게 하기 위한 팀장의 업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가 꼭 정량적인 것 만 있는 것은 아니야! 정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성과도 있어! 일에 대한 보람, 팀원의 성장, 어려운 일을 함께 극복한 팀워크와 신뢰감. 이런 것도 중요한 성과야!”
마지막 술잔을 입안에 털면서 조금 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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