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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 막국수집의 딜레마

2011.07.21 11:00

신용성

조회수 3,113

댓글 7

시장통에 막국수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깨끗한 간판에 뭔가 허전하게 보이는 모양새가 오픈한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가게에 들어서니 4팀 정도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
자리에 앉으려는 찰라 망설였다.
4팀 모두 식사중이 아니라 식사 나오기를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많이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돌아가는 걸 싫어하는 엉덩이 무거운 나는
자석에 끌리듯 의자에 털퍽 주저앉는다.

그리고....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식사는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와중에 두어팀이 더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바쁜지 내가 가게에 들어와서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몇 분이 지나도록 주문조차 받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말 않고 기다렸다.
그 와중에 한 팀이 기다리다 못해 나가버렸다.
그리고 던지는 한 마디... '뭐야.. 준비도 안 해놓고... XXX'

이윽고 종업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주문을 받기 위해.
그리고 미안하다고 한다.
'지금 반죽이 다 떨어져서 새로 해야 하니 좀 더 기다려달라고.'

헉!!!

하지만 아무 말 않고 기다렸다.

많이 기다리는 나에게 미안했는지 홀서비스하시는 분이
스마트폰으로 딴짓하고 있는 내게
물도 따라주고 수저도 챙겨주는 센스를 보여주셨다.

이윽고 나왔다.
맛있게 생긴 비빔 막국수.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난 물 막국수를 시켰으니깐. -_-;;

여튼 금방 교체가 되었고 한 입 먹어보았다.
'맛있었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메밀 향과 맛이 전해졌다.
강원도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맛으로 서울에서 급조한 맛과는 달랐다.
그릇을 들고 국물도 마셨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알려진 맛집도 아니고 오픈한지 겨우 며칠 되지도 않았으며
시장통의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곳에서 기대치 못한 맛을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해당 업체의 경영 방식을 볼 때에는 우려감이 살짝 들었다.

이 가게가 위치한 곳은 시장통
맛집을 향해 온 사람들도 아니고 그런 기대감이 전혀 없는 고객들
그런 곳에서 의외로 맛있는 곳을 발견하면 그 자체로 무척 좋기는 하겠지만
그런 고객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그 맛에 대해 진정한 평가를 내릴 줄 아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을 것이다.
애초에 미식이나 식탐이 없는 사람들은 관심밖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한 끼를 떼우는 데 그친다.
그렇지 않다면 전국에 있는 식당들의 80~90%는 문닫아야 할 것이다.

이 고객들은 점심을 위해 할당된 예산(5~6천원 정도)으로
할애한 시간(혹은 주어진 시간) 내에 후딱 가서 한 끼 해결하고 오는 것이 주요한 수요다.

그렇기에 이 막국수집은 가격을 비싸게 받지 못한다.
고객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므로 그래서 여기 가격은 6천원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는 '수제'로 만들기에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해결을 하지 못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막국수집은 판매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맛'을 원하는 고객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나 '시간'을 원하는 고객은 충족시켜주지 못하며
가격 또한 비싸지 않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 한정되어 있다.

이대로 계속 운영을 하게 되면 한 마디로 '돈이 안 된다.'
돈이 안 되면 사업자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다.
품질을 고수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이익을 높이고자 하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만약 여기까지 와서 사업자가 비용 절감이라는 방식을 채택하는 순간 '끝'이다.
이제 사업자는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고 여느 음식점과 같아지게 된다.
오이디푸스의 재치에 의해 머리 처박고 죽은 스핑크스가 부활하여
'다르면 살고 같으면 죽는 것은?' '비즈니스'라는 수수께끼라도 하나 내야 할 판이다.

그러니 이 막국수집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포지션을 보다 철저히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집의 막국수는 서비스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판매량이 많을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비싸야 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체되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맛있기만 하다면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팔아야 한다.

거기에 따라 가게의 위치와 인테리어 서비스 등을 맞춰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밖에 그 내용을 붙여 넣을 수도 있다.
'정성스런 맛을 제공하기 위해 수제로 만듭니다. 맛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분만 오세요.'라고.
그럼 시간 때문에 불만을 표할 고객의 입장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불만율을 낮출 수 있고
맛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는 그 문구를 보고서 기대감을 지니고 방문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장사든 사업이든 궁합 맞추기이다.
궁합을 맞추려면 일단 나 스스로가 명확한 컨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컨셉을 좋아하는 사람만 찾으면 된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컨셉 자체가 불투명하다.
그러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조차도 모른다.

컨셉이 분명한 사업자조차도 자기 가치를 존중할 줄 모르는 사업자도 있다.
컨셉은 분명하나 궁합이 맞는 고객을 발굴할 줄 모르는 사업자는
자기 가치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안타까운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똑같아진다. ㅠ.ㅠ

이 시장통 막국수집의 경우
창업 전문가라든지 경영 및 마케팅 이론가라면
애초에 궁합이 맞는 고객을 찾기 위해 위에서 말한 대로
시간이 지체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게를 번듯하게 차리고 인테리어도 치장하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옳다라고 하였지만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이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연 이렇게 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모른다.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시장통이라고 하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그 막국수집.
이론 상으로는 틀렸다. 하지만 과연 이 집이 결국 망하고만 말 것인가?

이 역시 모를 일이다. 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망한다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과 동의어로 해석해달라)

만약, 그 막국수집의 자신의 강점을 잃어버린다면 아마도 망해버릴 것이라는 데에 한표 던진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끝까지 잘 버텨낸다면
어쨌든 알려질 것이고 그 알려짐으로 인해 매출이 궤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중에 더 나은 곳(궁합이 맞는 곳)으로 확장 이전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가가 택한 방식은 아마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러나 잘 먹히기만 한다면 그 초기 투자 비용 어렵지 않게 단기간에 회수하고
성공에 이르는 시간이 짧을 것이다. (물론 잘 먹히지 않는다면 손실이 클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뜻만 크고 오픈 자체를 못할 수도 있고, 투자금이 모자라 오픈하더라도 어슬프게 진행되어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시장통 방식은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성공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어쩌면 그 시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이러니 사업이 어렵다는 것이고
이론가에게 사업을 맡긴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자는 분명한 자기 컨셉을 지니고 그 컨셉을 좋아하는 궁합이 맞는 고객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절대적인 진리로써 인정해줄 수 있다.

이 점은 분명하다. 이론가이든 시장통 방식이든 그 컨셉을 잃게 될 때 아무 것도 안 되게 된다. 반면 그것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경영 방식의 문제다. 자금 회전의 문제이기도 하고. 즉, 컨셉 유지는 필수이고 경영 방식은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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