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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에 대하여

2017.11.21 19:32

w7910

조회수 1,387

댓글 9

여러분들은 얼마나 농도 짙은 꼰대와 근무하시나요?

꼰대라는 표현이 거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먹고 시대에 뒤쳐지는 순간이 오니까요. 근데 그건 그냥 일상에서 누구한테나 일어나는 일이고 월급을 받고 성과를 내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꼰대의 특징으로 인해 업무 퍼포먼스가 현저히 달라진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부서 직원 평균 연령이 30초반 입니다. 관리자가 내일 모레 60을 바라보는 분입니다.

저는 상급 관리자와 일반 평직원 중간 직원입니다.

 

11개월째 꼰대 상사를 모시는 중인데 쉽지 않은 것 같네요. 그 이유를 나열해 보자면

 

첫째, 일단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웃긴건 이슈가 있을 때 물어는 봅니다.

누가 보면 되게 의견을 구하고 귀기울이는것 같지만 그 의견들이 자기 뜻과 안맞으면 짜증을 냅니다.

차라리 물어보질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매번 물어봅니다. 데이타 기반으로 의견을 내비치면

본인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때 짜증으로 끝내다가 데이타가 들이밀어지면 직원들 의견을 1차로 따릅니다. 그 의견을 토대로 제품 개발을 한참 진행하고 있으면 결국은 본인이 원했던 정책으로 다 바꿉니다.

기획 의도, 예측 데이터 이런건 다 필요 없습니다. 본인은 사업성 기반으로 이런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논리적인 설명이나 설득을 당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은 불만을 가득 안은채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보고한 내용의 절반은 기억을 못합니다.

처음 함께 일하게 됐을 때 업무 파악 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 이해되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같은 얘기를 일년 가까이 설명해줘도 기억을 못하는게 절반이고 어제 다 보고 한 내용을 오늘이 되면 까맣게 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물어봅니다. 그럼 저희 직원들은 어제 대답한 그대로 다시 보고를 합니다. 소름끼치게 어제랑 똑같은 말을 하면서 보고를 받습니다.

 

가만히 관찰하니까 본인이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거나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면 실컷 다 들어놓고 기억을 안합니다. 안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업무가 많은 직원들은 같은 보고를 몇번씩 하는거에 대해서 상당한 시간 낭비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중 한명이 저구요.

 

셋째, 모든 이야기의 시점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죠. 본인이 대기업 재직중일 그 때에 모든게 머물러 있습니다.

치매 환자 수준과 유사할 정도로 어떤 보고를 해도 그 때는 이랬다로 끝납니다.

2~3년전도 아니고 20년 전이면 연관 없는 이야기가 절반도 넘습니다.

 

오늘도 꼰대는 헛소리로 시작해 개소리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본인의 연륜을 묻힌 냉철한 지적과 논리는 온데간데 없고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추측과 상상으로 업무를 결정합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모니터링 하면서 오늘 가입자가 구매 이력없이 당일탈퇴하는 내용을 보더니 "뭐지? 왜 가입했지? 가입을 했으면 그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몇일 더 머물러야 하는거 아닌가? 희한하네~ 이해가 안가네?" 라는 소리를 일상처럼 합니다. 고객이 왜 당일 탈퇴를 하는지,

서비스가 얼마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힘들게 가입해놓고 1시간만에 탈퇴를 하는지 데이터를 봐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고객의 행동 이력 데이타를 구경하며 온갖 상상을 합니다. 가입해놓고 활동 시간이 짧은 고객 데이타를 보면 "월요일이라 바빴나? 주말이라 놀러다니느라 바빴나?" 이런 의도로 모든걸 접근합니다.

 

어느 곳이나 농도 짙은 개 꼰대 상사는 있을텐데 전 그 경험치가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1년간 같이 지냈던 경험을 토대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반으로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꼰대는 의견을 굽히려면 본인의 과거 모든걸 부정하지 않으면 그 결정이 아무리 작은것이라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 성과를 내야 하는 사업담당이라 이런 사람을 모시면서 사업의 발전을 논하기가 더 이상 힘들 것 같아서 내린 결정입니다. 11년동안 근무했던 첫 직장을 이런 이유로 퇴사하게 될 것이라는 건 상상을 잘 못했었습니다. 중소 기업의 첫 직장을 나름 11년동안 몸담으면서 다양한 업무를 했었고 짧고도 많은 상사를 모셨고 같이 일했었습니다. 근데 이런 농도 짙고 고집이 쎈 꼰대는 모셔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함께 일을 하며 성과를 내는건 불가능 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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