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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단편소설 MZ세대라는 괴물

2025.07.13 16:40

송디AI

조회수 347

댓글 3


민재는 오늘도 새벽 2시에 사무실 불 켜놓고 앉아 있었다.

모니터엔 ‘요즘 MZ들이 환장하는 밈 TOP 50’, ‘2025 트렌드 총정리’ 이런 자료들이 줄줄이 떠 있었다.

그는 에너지 드링크를 한 모금 마셨다가 바로 인상부터 찌푸렸다.
"아… 이제 이 맛도 지겹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찍힌 이름을 본 순간, 숨부터 내쉬었다.
상무였다.

"민재 씨! 내일 오전까지 기획안 끝내야 하는 거 알죠? 이번에 MZ 완전 제대로 잡아야 돼. 힙하고, 쿨하고, 터져야 돼! 알겠지? 밈 제대로 넣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민재는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봤다.
짤, 챌린지 영상, 유행 밈… 뭐가 뭔지 머리가 하얘졌다.

"아… 내가 하고 있는 게 마케팅인지, 그냥 장난질인지 모르겠다…."


아침, 민재는 식은 커피를 손에 들고 탕비실에 서 있었다.
동료 지연이 들어오더니 민재 얼굴을 보곤 한숨을 쉬었다.

"야… 너 또 밤새웠냐? 사람 꼴이 아니네."

"어… MZ 기획안 때문에…."

"에휴, 그냥 요즘 짤 몇 개 던져 넣고 ‘힙하다’, ‘갓생’ 이런 단어 좀 뿌리면 다 넘어가잖아. 뭘 그렇게 고민해."

"근데… 나도 MZ인데, 나도 모르겠어. 이게 정말 사람들한테 의미가 있나 싶어."

"야… 너 혹시 꼰대 아냐?"

지연이 피식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민재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때 단톡방 알림이 울렸다.

"⚡ 내일까지 MZ 기획안 제출. 초초초 긴급!!! ⚡"

민재는 커피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진짜 그만좀 보채라..."


자리에 돌아온 민재는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짤 모으고, 챌린지 영상 참고하고, 틱톡 트렌드 정리하고…
그냥 기계처럼 손가락이 움직였다.

후배 준호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형, 이거 보셨어요? 요즘 OO 챌린지 완전 대세래요. 이거 쓰면 무조건 반응 옵니다."

"…넌 이거 진짜 재밌다고 생각하냐? 진짜 좋냐?"

"에… 저는… 다들 하니까 하는 거죠 뭐."

준호의 눈빛에서 민재는 똑같은 공허함을 봤다.
"다들 하니까."
그 말이 유난히 무겁게 들렸다.

몇 시간 뒤, 민재가 만든 기획안이 단톡방에 올라갔다.
바로 반응이 터졌다.

"와, 이거다!", "역시 민재!", "이게 MZ지!"

상무한테 전화까지 왔다.

"민재 씨! 완벽해! 내일 회의 때 이걸로 갑시다! 기대된다구!"


전화를 끊은 민재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민재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날 밤, 민재는 홀로 사무실에 앉아 게시판 댓글을 읽었다.

"또 똑같은 MZ 마케팅이네ㅋㅋㅋ"
"진정성 1도 없다."
"아휴, 식상해."

민재는 모니터를 꺼버렸다.
어두운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참 쳐다봤다.

그는 서랍에서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먼지를 털고, 펜을 잡았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천천히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냥 밈에 묻어가는 게 아니라, 웃기고 울리고 공감받고 싶었다…."

민재는 한참 동안 노트에 글을 적었다.
몇 년 만에 느끼는 뭔가 진짜 같은 감각이었다.


다음 날 회의실.
민재는 전날 밤새워 만든 새로운 기획안을 띄웠다.
화려한 짤, 챌린지 영상, 밈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대신 간단한 흑백 화면과 진심 담은 문구가 보였다.

"이번 기획안은 밈이 아닙니다.
저는 이번엔 진짜 사람 이야기로 가고 싶습니다.
트렌드에 얹히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감정.
저는 그걸 하고 싶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뻑뻑했다.
모두 말없이 민재를 봤다.

상무가 이마를 문지르더니 한참을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게 진정성이 느껴지네. 될 것 같은데? 이거, 한번 더 다듬어봐요."


민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가슴 한쪽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 민재의 노트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MZ라는 괴물을 쫓다가, 나를 놓칠 뻔했다.
이제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조금 알 것 같다."

민재는 창밖을 바라봤다.
밤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좀… 내 얘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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