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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직장생활·2,454·2018. 09. 11

필터 버블

마케팅, 브랜드, 트렌드, 필터버블

예전보다 세상은 훨씬 더 넓어지고 수많은 정보와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역설적으로 시야는 점점 더 편협해지는 것 같다. 

친한 형님 차를 함께 타고 가다가 문득 느꼈다. 차가 너무 막혀서 음악을 틀었는데, 내게 익숙한 곡들 뿐 아니라 조금은 낯선 곡들, 혹은 완전히 낯선 곡들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몇몇은 별로였고 또 몇몇은 그냥 들을만했는데, 몇몇은 귀에 확 꽂혔다. 평소 내가 듣는 음악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내가 어느순간부터 남들이 많이 듣는 음악 혹은 철저히 내 취향에만 맞는 것들만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았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음악에 푹 빠져있어서 몇몇 장르는 계보도를 꽤고 있을만큼  준매니아였다. 당연히 평소에는 이미 좋아하고 익숙한 음악들을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익숙한 음악들이 느끼하게 느껴질때, 혹은 무슨 이유에서든지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길거리에나 주위에서 우연히 귀에 꽂히는 음악을 들었을 때, 아니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을 때... 일부러 시내에 나가서 길거리 음악들이나(당시 리어커에서 불법으로 편집한 테이프를 팔았는데, 소위 길보드차트, 모객을 위해 크게 틀어놓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악들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면 음반점에 가서 CD나 테이프를 하나하나 구경하고 미리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된 음반은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들어보았다. 

지금은 음악이 디지털음원 중심으로 재편되어있어서 무형의 상품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시 음악은 유형의 상품으로 취급되었다. 손에 잡히고 (CD, 테이프 등) 그 안의 리플릿과 음반 디자인을 즐기고 마지막에는 음악을 즐기고... 대형음반점부터 소형 음반점이나 특정 장르에 특화된 음반점이 있어서,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음반점에서 그 공간을 즐기는 동시에 평소 접할 수 없는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온라인으로 찾아서 다양하게 들을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물리적 접근은 훨씬 편해졌지만, 오히려 다양하게 접할 기회는 줄었다. 한눈에 펼쳐진 공간 속에서 휘젓듯 쇼핑을 하다가 득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갑자기 아주 쌩뚱 맞은 모험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복잡한 루트를 타고 들어가서 일일이 하나하나 눌러보는 것 보다 한눈에 펼쳐진 유형의 쇼핑 환경이 다양함을 위해서는 훨씬 편리한 환경이다. 더구나 온라인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갈 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여기에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들이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춰 찾아준다는 서비스들은 점점 더 듣던 음악만 듣게 만든다. 팝을 듣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클래식이나 록음악을 들을 일이 별로 없다. 음악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기 쉽지 않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상영관 수는 엄청나지만 하는 영화들은 예전보다 훨씬 종류가 적다. 겨우 개봉을 해도 흥행이 떨어지면 며칠만에 내려간다. 예전에는 다양한 관점과 목적을 가진 많은 영화잡지들을 통해 폭넓게 정보를 접할 수 있었고 상영관수는 적었지만, 각 극장에서 다른 영화들이 관객몰이와 상관없이 일정기간 걸렸다. 그래서 평소 익숙한 영화들 뿐 아니라, 발품을 팔면 다양한 영화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자극도 받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그렇게 해서 찾아낸 감독이 지금은 거장이 된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과 대니 보일 등이었다. 처음 접했을 당시만해도 그들은 장편 데뷔작이 하나 둘 뿐인 신인감독이었다. 그리고 음악과 마찬가지로 비디오나 DVD 대여점이 있어서, 무형의 상품을 유형의 상품처럼 고를 수 있었다. 평소 SF액션이나 호러, 스릴러를 보다가도,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려서 멜로나 드라마 중 확 꽂히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음악이나 영화나 예전처럼 나만을 위한 '숨은 보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음악이나 영화에 비하면, 책은 여전히 쌩뚱맞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서점이 있어서 차분히 구경하다가 평소 잘 읽지 않는 엉뚱한 책을 살 수도 있다. 물론 매대가 많아지고 잘보이는 곳에 노출되는 책들은 음악이나 영화와 사정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둘러볼 수 있다는 물리적 공간 덕분에 새로운 모험을 하기가 그나마 가능하다.

음악과 영화, 책을 예시로 들기는 했지만, 세상을 접하는 모든 접점이 모두 비슷하게 변했다. 인터넷이나 SNS나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와 접점을 자랑하지만, 하나하나 인식해서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도 너무 넘어서서 어느 사이에 편집되어 제공되는 정보에 익숙해지고, 취향과 관점에 맞춰 쌓아간 정보와 접점만 접하게 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세상은 빠져있을 때 얼핏 세상의 전체처럼 보이지만, 내가 클릭클릭할 때마다 모아진 선택의 집합이 모여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만든 결과물이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모든 수단들 역시 비슷하다. 그 결정 기준이 내 취향, 혹은 정보편집자이다. 진보부터 보수까지 각 신문이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했을 때, 그 신문들을 다 읽고 내 관점을 정리하는게 오히려 더 세상을 넓게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넓어지지만 더 좁아지는 세상 속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더 정신 바짝 차리고 비판적 시선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익숙함을 벗어나 낯설음을 더욱 적극적으로 접해야만 할 것 같다.



글쓴이 : 강재상 (www.facebook.com/suljikcar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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