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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의 작은 브랜드, 작지 않은 스토리·1,339·2018. 01. 02

최고의 스타트업에 던지고 싶은 한가지 질문

약 2년여 동안 어느 작은 스타트업과 협업을 한 적이 있었다. 함께 일하던 컨설턴트 몇 분과 회사의 전략 수립에서부터 제품 개발, 교육 등의 과정을 도왔다. 처음엔 서너 명의 대학생이 지하상가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직원 수 50여 명에 이르는 의젓한 진짜? 기업으로 성장했다(사실 그 전에는 대학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여러 곳의 투자가 이어지더니 새 빌딩, 새로운 사무실에 입주했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 들었다. 반갑고 놀랍고 감사한 소식이었다.

 

'청년창업 스마트 2030 판교'라는 이름의 행사에 팟캐스트 공개방송으로 참여했다. 새삼 그 스타트업에서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이들도 그런 성장과 성공의 꿈을 꾸며 ‘창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 과정은 아마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함께했던 그 스타트업도 지금의 작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그 과정을 내부에서 속속들이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 수년 이상 지하상가의 어둡고 좁은 사무실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숱한 실패들을 경험했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보겠다며 내가 다니던 회사에 컨설팅 의뢰를 왔었다. 

 

적지 않은 창업 멤버들이 힘든 일과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제품을 연예인이 공항에 들고 나오는 기적 같은 일이 없었다면 회사가 존속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저 운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몇 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운을 잡을 수 있었다. 초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의 성공이 그런 견고한 토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는 것이다.

 

팟캐스트 공개방송, '스타트업(작은 기업)을 위한 나만의 브랜드 이야기'

 

공개방송의 첫 질문은 ‘브랜드란 무엇이며, 어떻게 마케팅과 다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7년간 브랜드 전문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묻고 답했던 질문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도 그런 질문과 답이 어울릴까? 필요할까?  

 

브랜드란 흔히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물체’다. 성공한 어느 브랜드를 속속들이 분해하는 벤치마킹만으로 그 성공을 훔쳐?올 수 없다. 마치 한 번 해부한 개구리를 다시 살려낼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성공한 국내외의 스타트업들을 참고하며 무언가를 배워가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의미 있는 일이다. 꼭 필요한 일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빠른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변치 않는 사실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면, 아마도 그 성공의 이유는 모두 다를 거라는 사실이다. 당연하다. 창업자도, 아이템도, 시장도, 소비자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실패할 스타트업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때는 몇 가지 사례와 더불어 무언가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1인 기업으로 일한 지 1년 남짓 된 나 스스로를 위한 말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 단 한 가지를 뽑아서 이곳에 기록해보려고 한다.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것이니까. 스스로 해결하고 찾아야 할 답들이니까. 그건 바로 다음의 한 줄이다. 

 

 

반드시 '업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테오도르 레빗이 쓴 ‘마케팅 상상력’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드릴이 아니라, 그 드릴이 뚫어 놓은 구멍을 산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는가? 드릴을 만드는 회사가 더 좋은 드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드릴을 만드는 회사가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현실이다. 마케팅은 이 드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홍보와 광고, 이벤트와 프로모션에 목을 건다. 분당 회전수를 강조하기도 하고 1+1 이벤트를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관점에서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약간 다르다. 이 드릴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왜 이들은 드릴을 사고자 하는가. 이 드릴을 사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구멍이 필요한 소비자는 대체 누구인가. 이렇게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면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최근에 산 드릴은 유명 메이커의 덩치 큰 제품이 아니라 핸디형 모델이었다. 크기가 작은 만큼 힘은 떨어졌지만 이케아의 가구를 조립하게에 딱인 제품이었다. 아마도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주부나 1인 가구의 여성 고객들이라면 매력을 느낄만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용도로만 생각하면 나오기 힘든 제품이었다. 새로운 고객과 환경에 대한 '다른 질문'을 던졌기에 나올 수 있는 제품임이 틀림없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 아름답고 유니크한데다 숨은 이야기까지 감동적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익숙해지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것은 ‘사람의 생각, 욕구, 본능’을 읽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열풍의 시작은 바로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과 삶의 본질의 문제를 끊임없이 파고드는 소설가와 시인들,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것은 비로소 유용한 일이 된다. 트렌드에 관한 책들 역시 모두가 이러한 질문과 답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은, 쉽게 말해 지금의 사람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욕망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쉴새 없이 던져야만 한다.  

 

근래 들어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소개되는 ‘브래들리’ 시계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이 시계를 교대역 근처 야채 가게의 아저씨 손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페친 수락을 요청받은 한 여성분의 페북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갖고 싶어 하다가 최근 선물을 받았다며 자랑하는 포스팅이었다. 

 

이 제품은 시각 장애인이 가진 보이지 않는 불편, 그러니까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드러내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시계’가 아닌 ‘타임피스’로 불렀다. 게다가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계를 만들었다. 그 유니크함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더 열광하게 되었다. 기능상의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 시계는 나 역시 가장 갖고 싶은 시계가 되었다. 

 

그래서 던지는 질문, 과연 브래들리에 있어 ‘시계란 무엇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저 ‘더 좋은 시계’를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거란 사실이다.

 

 

일본 시계 ‘놋토’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의 ‘Made in Japan’ 시계로 승승장구 중이다. 

 

놋토는 기존의 시계 브랜드가 가진 다른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자신만의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기존의 시계 브랜드가 ‘더 정확하고 튼튼한 비싼 시계’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놋토는 지금의 소비자들이 가진 ‘시계에 대한 또 다른 필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부품 단위로 판매해 수천 개의 조합이 가능하며, Made in Japan을 고집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신의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커스텀 오더'의 욕구를 읽어낸 브랜드가 바로 ‘놋토’였다. 

 

사실 이곳은 도쿄의 골목 깊은 곳, 5평 남짓한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만일 기존 시계 브랜드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놋토'라는 브랜드는 지금의 명성은커녕 시장에 안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조합에 따라 수천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Made in Japan' 시계, 놋토

 

스타트업도 회사이다. 기업이다. 브랜드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기존의 회사나 기업과 다른 브랜딩 방법론이 적용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규모도, 자본도 작은 만큼 더 치열하게 브랜딩을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부연해서 말하자면 앞서 소개한 스타트업은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다. 이 기업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들이 일하는 이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할머니들이 손수 그린 패턴을 활용해 핸드폰 케이스와 같은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가 마리몬드의 폰 케이스를 들고 공항에 나타났다. 몇 달 후에는 박보검이 해당 브랜드 옷을 입었다. 내가 아는 한 협찬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이 브랜드의 성공이 이들 연예인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실례’되는 말이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몇 년간의 지하 사무실 생활이 있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소녀상을 지키는 수요집회에 직원이 돌아가며 참석했다. 수익의 일부를 정대협과 같은 관련 단체에 투명하게 기부했다. 그들은 한 질문은 한결같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을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돌 대신 할머니의 생일 축하 사진을 지하철 광고로 내거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질문이 다르니 다른 답이 나왔다. 나는 이것이 스타트업이 해야 할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딩은 마케팅과 큰 의미에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모든 마케팅은 ‘브랜딩’을 지향해야 한다. ‘더 많이 팔 궁리’에 더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할 때 누구도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를 고민한다. 그 ‘관계’가 100일, 1000일 이상 오래 갈 방법을 궁리한다. 이 ‘지속가능한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그러니 가진 재산도, 선물로 줄 다이아몬드도 없는 스타트업은 더 치열하게 ‘브랜딩’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무얼 만들고 있는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소비자들은 무엇을 가장 아쉽고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마치 100일 선물로, 1000일의 이벤트로 머리를 싸매는 누군가처럼. 그리고 그 고민은 어렵지만 당연하고, 힘들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그것이 ‘브랜딩’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답은 오직 매일 던지는 치열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라고 굳게 믿는다.

 

 

 

 

ⓒBrand Story Finder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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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
7년간 ‘유니타스브랜드’ 에디터및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스타트업, 공기업 등을 상대로 브랜드 컨설팅 및 소셜미디어 운영, 컨텐츠 제작, 글쓰기 등을 주제로 강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관련 글쓰기와 단행본 작업도 병행 중에 있습니다. 네이밍, 슬로건, 스토리텔링, 브로슈어, 브랜드북, 단행본 등의 작업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최고의 작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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