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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의 작은 브랜드, 작지 않은 스토리·4,469·2017. 11. 29

아주 작은, 디테일의 브랜딩

첫눈, 첫키스, 첫사랑... 어떤 단어에 ‘처음’이라는 뜻의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그 말 자체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종종 느낀다. 무언가를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이 가지는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경험’ 자체를 판매?하는 재미있는 서비스나 돋영상을 자주 만나곤 한다. 예를 들어 나처럼 새로운 전자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큰 사람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개봉기’를 즐겨 본다. 그것을 살만한 돈도 없지만, 당장 필요도 없는 스마트폰과 같은 고가의 제품 개봉기를 유심히 보는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이런 동영상들은 흡사 어느 종교의 특별한 ‘의식’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들은 아주 ‘경건하게’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비닐포장과 박스를 벗긴다. 그리고 개봉하는 그 순간의 경험을 지켜보는 사람들과 감격적으로 공유한다. 그 모습을 숨죽여 보고 있노라면 묘한 경외심까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다시 번뜩 정신이 들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다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사이트를 찾아 동영상을 클릭하곤 한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라면 중독이겠다.

 

‘스킨미소’라는 화장품 회사가 있다. 오랫동안 ‘모공’만을 전문으로 한 화장품을 만들어왔다. 지난 7년간 ‘모공’과 상관없는 라인업은 거의 늘리지 않고 오직 모공만 연구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슷한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고민도 함께 커졌다. 요란한 ‘비포어 앤 애프터’ 영상이 넘쳐난지 오래다. 워낙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이라 페이스북 광고 시장에서 가장 광고 단가가 높고 효율은 낮은 카테고리가 되어 버렸다.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지난 7년간 오직 ‘모공’ 하나에만 집중해온 전문성과 진정성, 신뢰를 전달할 방법이 쉽지 않은 듯 했다. 대기업이라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는 스토리 하나만 잘 전달해도 어느 정도의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는 그런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붇기도 쉽지 않다. 평소의 친분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해당 제품의 리뷰를 무심코 살펴보던 내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리뷰들은 제품의 성분이나 효과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아주 작고 소소한 커뮤니케이션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공 뿅~'이라니...  (*이미지 출처: http://bit.ly/2yB6BqG)

 

여기서 Sebum은 '피지'를 말한다. (*이미지 출처: http://bit.ly/2zrT0Fw)

 

예를 들어 ‘스킨미소’는 화장품을 개봉하는 포장지의 ‘접힌’ 부분에 간단한 메시지를 인쇄해 넣는다. 모공 코르셋 세럼에는 ‘모공 뿅’이라는 문구를, 세범리스에는 ‘세범, 바이바이’라는 간단하고도 위트 넘치는, 친근한 메시지를 넣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한 제품에만 문구를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뷰마다 빠지지 않고 이 사진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그 대상을 하나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제품의 특색을 전하면서도 친근감있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리고 새 제품을 개봉하는 그 순간의 기분 좋은 ‘흥분’의 순간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디자이너의 센스 있는 이 카피 하나가, 길고 긴 성분 설명이나 다소 뻔해보일 수 있는 제품 홍보글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리뷰마다 이 사진이 올라오니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추가적인 비용은? ...사실상 전무하다.

 

스킨미소는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하는 그 ‘첫 오픈’의 순간에 다른 장치도 하나 추가했다. 모든 제품의 개봉일을 적을 수 있는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이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 제품은 ‘한 번도 개봉된 적이 없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품 사용 기한을 확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능도 함께 전할 수 있다. 모든 소비자들이 이 스티커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걸 본 소비자들은 한 번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정도라면 제품 자체에도 그만한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굳이 이것을 우리 말로 옮기자면 ‘신뢰’와 ‘진정성’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작은 기만이자 사기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모든 제품에는 개봉일자를 적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미지 출처: http://bit.ly/2iFKVCZ)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제품’을 사지 않고 ‘취향’을 산다. 이 말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본적인 기능을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본이 된 제품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차별화’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컨설팅을 하면서 특정 제품군의 웹사이트를 들어가 제품들을 비교해보면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아마도 서로서로 벤치마킹하기 때문이리라. 이럴 때일수록 ‘그들만이 가진 무엇’이라는 차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 차별화 요소가 다이슨의 기술력이나 애플의 디자인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지 못할 때는 반드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싸움은 사람들 머릿 속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츠타야 서점이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도,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제 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남다른’ 커피숍으로 재정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 제품을 쓴다거나(꼭 광고가 아니더라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준 독특한 ‘경험’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제 차별화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자산’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브랜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킨미소’는 어떻게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광고나 홍보가 아닌, 사소해보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홍보 전략으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7년이 ‘모공’이라는 아주 작은 틈새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해온 것이라면 또 한 번의 7년은 이와는 다른 방향의 차별화를 도모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의 한 가지가 그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모공의 크기는 0.02mm, 이 작은 모공을 관리하는 것이 피부와 기초 화장의 기본 중의 기본임을 스킨미소는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말해왔다. 다른 회사들이 치장하고 가리는 것에 집중할 때 스킨미소는 민낯의 아름다움이 시작되는 기초 중의 기초, 기본 중의 기본인 모공에 집중해왔다. 그렇다면 이 0.02mm의 섬세한 차이를 어쩌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이미 제품의 포장과 개봉이라는 아주 ‘작은 경험’의 과정을 통해서 소비자들과 교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품의 포장을 열고 화장품 케이스를 꺼내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모공 뿅!’이라는 친근한 메시지와 확실한 기능성을 어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가진 지금 현재의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스킨미소는 '브랜드 스토리'를 작은 책으로 만들어 함께 배송한다. 리뷰에 자주 등장한다. (*이미지 출처: http://bit.ly/2yQf2kX

 

내가 사장님께 부탁드린 것은 이런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을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요란한 포장도, 화려한 실적도, 압도적인 기능 보다는 ‘이런 데까지 신경을 쓰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꼼꼼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늘려달라는 거였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이런 소소한 커뮤니케이션이 당장의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소비자들은 분명 이런 꼼꼼한 배려를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발견하고, 인지하고, 전파하고 있었다.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눈에 보이도록’ 전달하는 브랜딩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애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 내부까지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은 거의 없다. 박스에서 제품을 꺼낼 때의 손잡이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토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사실은 나처럼 관련 도서를 꼼꼼히 챙겨 읽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전설처럼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든다. 그런 스토리는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전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은 다른 제품에도 이런 메시지를 동일하게 넣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품의 포장재를 바꾸면서 환경 보호를 위해 코팅을 없앴다는 사실도, 제품의 용기에 화려한 디자인을 넣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함인 사실도 함께 알려주었다. 너무나 소소하지만 이 제품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이 다름아닌 ‘브랜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몇 억의 예산을 들여 ‘로고’와 ‘슬로건’을 바꾸는 것이 브랜딩이 전부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의 소비자들은 이런 작은 차이와 정성에 열광한다는 사실도 알려드리고 싶었다. 바로 내가 그런 브랜드에 열광하는 첫 번째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브랜드가 더 많아지는 것이 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또 한 가지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Brand Story Finder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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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
7년간 ‘유니타스브랜드’ 에디터및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스타트업, 공기업 등을 상대로 브랜드 컨설팅 및 소셜미디어 운영, 컨텐츠 제작, 글쓰기 등을 주제로 강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관련 글쓰기와 단행본 작업도 병행 중에 있습니다. 네이밍, 슬로건, 스토리텔링, 브로슈어, 브랜드북, 단행본 등의 작업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최고의 작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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