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가격비교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전략이 한계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2025년 07월 3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꽤나 많이 뒷북이긴 합니다
2025년 7월 23일, 네이버가 ‘쇼핑 커넥트’라는 이름으로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솔루션을 정식 출시했습니다. 광고주와 인플루언서가 제휴 링크를 통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 흔히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 모델은 이미 많이들 익숙하실 텐데요. 쇼핑 커넥트 역시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판매자와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상품을 홍보하고, 성과에 따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 이 설명만 들어도 ‘쿠팡 파트너스’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겁니다. 디테일엔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같은 구조니까요.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실 네이버야말로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이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와 카페를 중심으로 예전부터 상품 추천 콘텐츠가 활발히 만들어졌고,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이를 보고 구매로 이어지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간 이 콘텐츠 제작자들이 주로 활용한 건 ‘쿠팡 파트너스’였습니다. 결국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에서 쌓인 콘텐츠와 트래픽으로 오히려 경쟁사인 쿠팡을 돕고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단순히 뒤늦게 뛰어든 게 아니라 ‘애초에 굳이 나서지 않으려 했던 것’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성과형 광고로서 분명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사용자 경험을 해치거나 신뢰를 떨어뜨릴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그동안 이런 논란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는 신중하게 접근해 온 기업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신중하던 네이버마저 이제 직접 나섰다는 건, 내부적으로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성장의 그늘 속에 감춰진 것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대비 매출이 12% 증가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죠. 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불안감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쿠팡 대비 낮은 성장성이 지적되고 있고, 특히 거래액과 같은 선행 지표가 시장 평균 수준이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쉬운 건, 야심 차게 출시했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성과입니다. 출시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표가 하락하고 있다는 건, 네이버 쇼핑이 기존 가격비교 중심의 모델에서 ‘추천’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그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사실 네이버 쇼핑의 성장을 이끌었던 건 단연 ‘가격비교’ 서비스였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보다 주는 가장 큰 장점이 ‘가격’이었고, 고객들은 최저가를 찾기 위해 네이버를 찾았었죠. 한때는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 역할을 사실상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트래픽이 기능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굳이 쇼핑 커넥트 같은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도 없었던 거고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쇼핑의 중심축이 웹에서 앱으로 옮겨가며,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 구매가 이루어지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그만큼 네이버 가격비교의 영향력도 약해졌고요. 더 나아가, 네이버라는 플랫폼 자체의 힘도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용자 수는 전 국민 모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지만, 이들이 네이버에 머무르는 시간은 줄고 있거든요. 총 사용시간과 인당 평균 사용시간 지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게 이를 보여주죠.
이처럼 트래픽 측면에서 네이버는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커머스 영역에선 쿠팡 등 커머스 서비스들에게, 콘텐츠 영역에선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에 밀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커머스 서비스 경쟁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트래픽을 자신들의 앱 안으로 모아두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쿠팡은 쿠팡 파트너스를 통해 외부 콘텐츠를 자사 앱으로 유입시키고 있고, 무신사·오늘의집·컬리 등은 자체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묶어두려는 시도를 해왔죠. 결국 네이버도 이제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두리 전략이 다시 필요합니다
아직까진 네이버가 쇼핑 커넥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정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한 확장 전략이 나왔어야 하거든요. 실제로 이번 정식 출시 이전의 베타 테스트에선 판매자와 크리에이터 모두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참여할 수 있었고, 링크에 노출된 상품이 실제로 구매됐을 때만 실적이 인정되는 구조였습니다. 당연히 쿠팡 파트너스에 비해 수익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었죠.
이런 한계를 의식한 듯, 정식 출시에서는 참여 조건을 완화했고, 오는 8월 1일부터는 ‘간접 실적’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커넥트 제휴 상품에만 해당된다는 제약은 그대로입니다. 쿠팡 파트너스가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네이버는 이를 ‘판매자의 자율적인 참여와 수수료 설정이 가능한 구조’ 덕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기본 수수료 구조의 제약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쿠팡처럼 마진 여유가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결과적으로 확장성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볼 때, 쇼핑 커넥트는 아직 ‘트래픽 확보의 결정적 한 방’이 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네이버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강점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콘텐츠부터 커머스까지 자체 플랫폼 안에서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물론 이른바 ‘가두리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검색과 콘텐츠 분야에서 구글과의 경쟁을 견뎌낸 것도 결국 네이버 생태계의 방대한 연결성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쇼핑에서도 블로그, 카페, 클립 등 네이버의 콘텐츠 서비스들과 쇼핑 커넥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쿠팡이나 다른 플랫폼으로의 트래픽 유출을 줄여야 합니다. 수수료를 더 줄 수 없다면, 기능적인 차별화로라도 충분히 보완해야겠죠. 베타 테스트에서 제기된 문제를 일부라도 반영해 정식 출시를 한 것처럼, 앞으로도 얼마나 민첩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해 나가느냐가 이 서비스는 물론, 네이버 쇼핑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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