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PT #40. 고객 교육
고객을 훌륭한 세일즈맨으로 만들어야 매출이 더 커지는 제품군들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 고객이 혼자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제품군들이 그렇죠.
- 장난감 구매를 위해 엄마를 설득해야 하는 아이
- 낚시, 캠핑, 골프 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남편
- 소프트웨어 구독 혹은 에이전시 계약을 위해 대표를 설득해야 하는 실무자
(*여러분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은 설득해야 할 대상이 있나요?)
기업은 보통 아이, 남편,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합니다. 그들이 우리 제품의 실제 고객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도, 그들이 엄마, 아내, 대표를 설득하지 못하면 구매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효과가 있는데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브랜드 애플도 이 문제를 겪었습니다. 맥북의 주요 고객 중 한 부류인 ‘대학생’들은 150만 원짜리 맥북을 살 돈이 없습니다. 실제 사용자 고객인 대학생들이 그들의 부모를 설득하지 못하면 애플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출을 놓치는 셈입니다.
애플은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작은 기업도 충분히 모방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겼죠. 오늘은 애플에게 한 수 배워보겠습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애플은 맥북을 간절히 원하는 대학생들을 훌륭한 세일즈맨으로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최근 애플 공식 웹사이트에는 대학생들이 부모님을 설득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약 80장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템플릿이 공개됐습니다. (템플릿은 이 링크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매번 탁월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애플답게 무료 자료의 퀄리티 역시 매우 높습니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지 아주 멋지게 가르쳐주죠. 매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창업자, 마케터에게도 유용한 팁들이 넘쳐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랜딩페이지, 광고 메시지 등을 기획할 때도 참고할 수 있는 9가지 [설득의 기술]을 정리해 봤습니다.
1. 감정적인 연결로 시작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부모님과 함께 겪어온 시간들, 추억으로 남은 일화들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원하는 것을 말하기 전 상대와의 라포(친밀감)를 형성하며 마음의 벽을 허뭅니다.
2. 가격에 대한 인식을 바꿉니다.
맥북은 가격이 비싸지만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150만 원 대 맥북을 5년 간 사용할 경우 월 단위 가치는 약 2만 원 수준입니다. 비슷한 가격대로 부모님이 매월 구매하시는 2만 원 대 작은 사치품들(캔들 등)과 그 가치를 비교한다면? 맥북은 '비싼 제품'이 아닌 '아이의 학업을 위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금액대의 제품'이 됩니다.
3. 대안을 선택했을 때 겪을 실패를 미리 보여줍니다.
저렴한 다른 노트북을 선택할 경우 당장은 돈을 아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맥북의 폭넓은 활용성과 애플 생태계 이점 등을 고려하면 결국 돈을 아끼는 것과 같음을 언급합니다.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 맥북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4. 제품이 가져다 줄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하게 합니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뛰어난 학업 성적을 내고, 멋진 커리어를 시작(=상대도 바라는 미래)하는데 맥북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5. 기술력은 '스토리'로 풀어서 설명합니다.
부모님들은 대학생 세대만큼 테크 제품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맥북의 뛰어난 기술력은 그들이 관심을 가질 스토리 속에 녹여 풀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 지문 인식 로그인 : 룸메이트로부터 안전하게 내 정보와 자료를 보호할 수 있어요.
- 오래가는 배터리 : 더 오랜 시간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겠죠?
- 칩의 뛰어난 성능 : 디자인, 편집 프로그램도 다 돌아가니까 복수 전공 공부도 가능해져요.
*애플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영상을 만드는 방법은 이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을 피할 수 있다고 약속합니다.
부모는 늘 자녀가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자녀의 건강이 악화된다면 부모에게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없겠죠. 우리의 제품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묘사하면 상대의 마음을 더 강하게 흔들 수 있습니다.
- 맥북의 가벼운 무게는 가방을 가볍게 만들어 척추에 부담을 줄여줍니다.
- 배터리가 오래가면 콘센트가 없는 캠퍼스 잔디밭에서도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해질 일은 없죠.
7. 구체적인 사회적 증거를 제시합니다.
사람들은 '후회'를 두려워합니다. 구체적인 사회적 증거는 '이 제품을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애플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 증거들을 활용했습니다.
- 맥북에 대한 테크 전문가들의 평가
- 기존 맥북 사용자들의 만족도 수치
- 유명 혁신 기업들이 맥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통계자료 등
8. 기억에 남는 비유를 활용합니다.
맥북이 없는 대학 생활을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뛰는 마라톤'에 비유해 이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대방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유를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9. 다음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모든 설득의 목적지는 상대방의 특정 행동(구매, 구독, 계약 등)입니다. 가장 가까운 애플스토어 링크를 삽입해 상대가 다음 해야 할 행동(=맥북 구매)을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랜딩페이지에 CTA 버튼을 넣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우리 제품의 고객군 중 혼자서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운 고객군이 있다면, 그들이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배포해 그들의 설득 작업을 도와주세요.
꼭 피피티 템플릿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제품의 특성, 실사용자와 구매 결정권자의 관계, 그들의 성향에 따라 형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간의 위트와 유머를 더한다면 그 자료 자체로 바이럴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죠.
-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엄마와의 대화법' 애니메이션 유튜브 영상
(부모님들이 봐도 만족스러울 만큼 교육과 재미를 섞어 내용을 구성해야겠죠?)
- 캠핑 용품을 사도 되냐고 묻기 전에 '아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 10가지'가 담긴 전자책
(논리적인 설득용 PPT보다는 더 사랑스러운 내용들을 담으면 좋겠네요.)
- 실무자들이 대표님 설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타사 vs 우리 회사의 비교 자료
(그분들이 실제 보고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알아내 커스텀 자료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고객의 전체 여정에서 구매 전환을 막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다'는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 보세요. 고객을 돕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애플처럼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나 인력 없이도 애플만큼 창의적인 전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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