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폰이 뜬다고?
요즘 미국의 Z세대가 멍청이폰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멍청이폰은 영어로 dumb phone이라 부르는데요. 국내 일부 기사에서는 이를 ‘멍청이폰’으로 번역하다보니 저도 이번 글은 ‘멍청이폰’을 그대로 인용해 쓰겠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멍청이폰이라는 용어 대신 ‘고삼폰’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CNBC)
멍청이폰은 쉽게 이야기하면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아주 기본적인 전화와 문자 메시지 정도가 가능한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던 피처폰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dumb phone, 멍청이폰이라 부르는 이유가 스마트폰에 비해 너무 기능이 거의 없고 단순해서 그렇게 이름을 부른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좌우간, 최근 미국 z세대 사이에서는 멍청이폰이 꽤나 큰 열풍이라고 합니다.
Z세대라 하면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어릴적부터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세대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들은 쇼핑, 배달, 채팅, 뱅킹,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소비 등 대체로 모든 영역의 경험을 스마트폰을 통해 해 왔습니다. 24시간 내내 붙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멍청이 폰 검색량과 열풍의 진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디지털마케팅 솔루션 회사인 SEM 러쉬에서 2018년-2021년 사이 구글에서의 ‘멍청이폰’ 검색량은 이전대비 89%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구글 트렌드)
저도 실제 검색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궁금해서 ‘구글트렌드’에 들어가 미국지역의 2019-2023년 사이의 ‘dumb phone’ 검색어 추이를 봤는데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에서는 콜로라도, 유타 지역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지난 1년간 인스타, 블로그, 트위터 상에서 ‘멍청이폰’의 언급량 추이를 보면 거의 미미한 정도입니다. 최근 뉴스가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급격히 검색량이 올랐지만, 전체 검색수를 따져보면 전반적으로 멍청이폰 이라는 키워드 언급량은 매우 저조합니다..
검색이 왜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혹시나 해서 트위터에 언급되는 원문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고삼폰인데’ 라는 단어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멍청이폰의 연관어를 살펴봤습니다.
역시나 ‘멍청이폰’ 과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에 ‘고삼’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 트위터 상에서 ‘고삼폰’으로 지난 12개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언급량이 발생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다 합쳐봐야 21건에 불과합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국내 Z 세대는 ‘고삼폰’ ‘멍청이폰’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고, 이 피처폰에 대한 열풍도 전혀 감지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네! 심지어 네이버 키워드 검색 결과도 이렇게 수평으로 나옵니다.
알고보니 미국 한정 (USA Limited)이었어?
정리해보면, ‘멍청이폰’ ‘고삼폰’ 키워드와 관련한 언급과 열풍은 미국 한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HMD Global의 2022년 피처폰(Feature phone) 판매량이 매달 수만 대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한데에 비해 아프리카 및 인도, 중동 등 그동안 피처폰의 80% 수요를 담당했던 지역에서는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즉 글로벌에서 피처폰 판매량은 감소세지만, 미국만 지난 몇 년간 증가세라는 것입니다.
(출처: CNBC)
추가적으로 피처폰의 대표주자인 노키아도 지난 2022년 미국에서만 매월 수 만대씩 소위 ‘멍청이폰’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노키아의 2022년 영업이익은 약 3조 2,2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56%나 증가했죠.
(출처: 아시아뉴스 네트워크)
그래서 궁금한 것은 z세대의 최근 멍청이폰에 대한 열풍은 스치듯 흘러가는 ‘챌린지’와 같은 일시적인 현상인지 과거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처럼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지 입니다.
참고로 러다이트 운동은 1811년-1817년 사이에 산업 혁명으로 인해 기계가 우위를 점하면서 경쟁에서 패배한 수공업자들이 기계 파괴운동을 펼쳤던 것을 의미합니다.
유튜브나 틱톡에 dumb phone을 검색하면 “n개월간 멍청이폰을 이용한 후기”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서로 경험을 인증하면서 유행을 재확산 시키는 거죠.
마케터의 시선
그렇다면 z세대를 중심으로 ‘멍청이폰’이 인기있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외신에 나온 기사를 보면, 사람들이 불안,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과 같은 스마트폰 중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점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아시아 뉴스 네트워크)
사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알람 공해 수준이 심각하긴 합니다. 구독하는 콘텐츠, 즐겨찾기한 쇼핑몰앱, 뉴스레터 등 그리고 주변 친구들과의 앱 메신저, 카톡, 문자 등 하루에도 지칠 정도로 오는 끊임없는 알람은 집중과 몰입을 방해합니다.
국내 언론 매체인 티타임스에서 이야기한 지표를 살펴보면, 미국 비영리단체인 커먼센스 미디어에서 미국 10대의 84%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중독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5시간 24분으로 10분에 한번 꼴로 스마트폰을 열어본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행위는 우울증, 불안, 눈의 피로, 수면부족과 비만율 증가와 같은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언어 발달 및 행동장애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러한 중독을 경험했던 미국의 z세대들도 현재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산만함에서 벗어나 현재에 몰입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조금은 나 다움을 찾기 위함
이러한 고민의 해결로 피처폰, 즉 멍청이폰을 찾은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