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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마케팅과 브랜딩, 로켓티어·1,812·2019. 11. 20

트렌드 다이어리 2

옥외광고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조금씩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 양 벽에는 에스컬레이터 타는 아래부터 나가는 입구 끝까지 광고판이 줄지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풀방구리처럼 드나들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양 벽에 붙은 광고판에서 공연 중인 작품과 곧 공연할 작품들의 포스터를 보며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고, 보러 가는 작품의 포스터가 붙어 있으면 반갑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기억하는 한 아주 오래전부터 광고판에는 항상 종이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돈주앙, 옥탑방 고양이.. 어떤 작품도 예외 없이 정성들인 디자인의 빳빳한 포스터를 액자에 고이 넣고, 유리 또는 투명 아크릴로 덮어 벽에 걸었습니다. 


그러다 종이포스터가 사라지고 덮개 유리도 필요없는 이미지를 인쇄한 아크릴판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광고판은 슬라이드를 통째로 교체하는 방식이라 유리가 깨지거나 포스터가 훼손될 염려가 없고, 이미지들의 색감이나 선명도가 아주 높아서 산뜻하고 최신식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한동안 종이포스터를 넣었던 액자가 철거되고 소위 미디어월 Media wall 설치 공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최신식이던 미디어 월이 다시 업그레이드 돼서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 라고 하는 Digital signage 가 설치됐습니다다. 제가 갔을 땐 여러 작품의 이미지들이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한 작품의 이미지 두 세개를 바꿔서 보여주다가 다른 작품의 이미지를 또 두 세개 보여주고, 그렇게 몇 작품이 돌아가며 스크린에 나타났습니다.  



혜화역 1번 출구는 울긋불긋합니다


영상이 아닌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공연 홍보는 아직도 포스터나 리플렛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 많이 의존합니다.


간혹 뮤지컬 공연 홍보영상을 대형 광고 패널에서 보기도 합니다. 주로 대극장 작품인데, 제작비가 큰 만큼 광고마케팅 스케일도 큽니다. 그에 비해 대학로 공연들은 대체로 중소극장 작품이고 제작비나 제작여건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홍보영상을 만드는 경우라도 많은 동영상 매체에 원없이 틀 수 있을만큼의 매체비를 든든히 가진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영상을 만들어도 주로 SNS에 올리고, 그나마도 매체비 지출은 하지 않고 rt , 공유하기, repost 등의 이벤트를 통해 타겟 고객들이 알아서 홍보를 대신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때로는 그것도 없이 그저 올려 놓고 organic reach 만 기대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혜화역은 옥외광고업계에서 최고로 치는 S급지 중의 하나로써, 광고비가 비쌉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대학로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20-30대 비중이 극도로 높은 유동인구가 1일 10만여명에 이르고(서울 메트로 집계, 2017년), 주말이면 다양한 연령대와 구성의 인파들이 더 몰려들어 온통 북새통입니다.


그런데 출입구 쪽 광고매체 비용은 같은 혜화역의 역사 내부 광고보다도 비쌉니다. 출입구는 역사에서 광고를 볼 수 있는 또는 걸 수 있는 최후의 영역인데다 좁고 길어서 다른데로 눈을 돌릴 수도 없는 보장된 주목도와 집중도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광고비가 비싸도 집중도와 주목도가 높은 출입구 양 벽에 붙은 열 몇개의 광고판은 빈 자리가 거의 잘 생기지 않습니다.


몇 년전 아는 제작사의 연극 한 편을 올리는 일을 도와드리면서 전철 출입구 쪽에 광고를 하고 싶은데, 원하는 기간에 빈 자리가 나오지 않아서 노심초사 했던 적이 있습니다. 보통 인기 매체의 광고영업권을 갖고 있는 매체 대행사는 아주 느긋하게 영업을 합니다. 매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금방금방 새 광고주가 나타나고, 상당수의 장기 계약 광고주에게 수금을 하는 일 외엔 크게 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광고 게재 의향을 밝히며 줄을 선 광고주들 중 누구에게 자리가 났다고 먼저 연락을 할 건지도 자신들이 정합니다. 그러다보니 광고주지만 대행사 눈치도 보고 수시로 먼저 연락을 해서 매체 자리가 나면 꼭 연락하라고 부탁하는 일도 합니다. 그 때 마침 한 자리가 나서 광고를 하게 됐는데, 일단 광고 걸고 나서는 대체 뭐 얼마나 광고효과가 좋기에! 라며 심통이 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로에 자리한 수많은 극단과 기획사들이 너도나도 동영상 광고를 펑펑 여기저기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야말로 문화가 융성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융성해도 우리나라 인구 규모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공연시장에 비해 작품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있으니까요.



AR로 남의 광고판 불지르기


해외의 옥외광고를 보면 꽤나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공연시장이 영세해서 광고도 포스터를 겨우 벗어난 수주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달리 해외의 옥외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놀랍습니다.  


올해 칸에서 수상한 버거킹은 AR을 활용한 옥외광고로 만년 2등의 설움을 활활 불질러 버렸습니다. 소비자들도 꽤나 재미있어 했구요. AR이라는 흔한(?) 최신 기술을 접목했는데요, 맥도날드 광고에 버거킹 앱을 대면 광고매체가 불타오르면서 버거킹으로 바뀌게 만들었습니다. 미션에 성공한 사람들은 무료 버거킹 세트를 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버거킹은 1등을 공공연히 놀리면서,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을 브랜드와 한 편으로 만드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물론 이 캠페인은 옥외광고만이 아니라 리플렛 같은 프린트에도 작동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옥외광고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캠페인이 준 가장 큰 임팩트는 역시 대형 옥외광고판이 활활 타는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경쟁 브랜드의 옥외광고매체를 가지고 이런 장난을 하고도 뻔뻔한 버거킹, 쿨 & 시크한 척 하고 있는 맥도날드 모두 이 캠페인의 위너인 것 같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면 서바이벌을 체험하자, 광고판 앞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옥외광고 캠페인 한편 소개해 드립니다. 2016년 칸에서 수상을 한 툼레이더 광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에서 툼레이더 게임 출시를 홍보하기 위해 실제 옥외광고판을 서바이벌 보드로 만들어 지원자를 받아 세웠습니다. 그들은 게임 홍보앱으로 조종되는 가혹한 날씨를 견디며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하는 게임을 실제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전자들에게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비와 바람, 눈보라를 수시로 내려줬지요. 결국 마지막 두 명의 참가자 중 한명이 포기하고, 최후의 1인이 우승을 하는 모습으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거대한 옥외 광고판 앞에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천재지변 수준의 악조건을 견뎌내며 수십시간을 버티는 모습을 보면 툼레이더 게임이 어떤지 전달하는데 성공했냐를 묻는 것이 어리석을 것 같습니다.




두서 없는 마무리


위의 두 광고 캠페인은 아주아주 돈이 많은 글로벌 기업의 것이라 어디 쥐구멍에 볕들 날을 기대하는 공연 광고와 비교를 하느냐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옥외광고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매체의 창의적 사용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옥외광고가 뭐 변하겠나 싶었습니다. 그래봤자 영상 보여주는게 전부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 영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판교로 가는 전철 안에서 달리는 기차의 속도를 계산해 표출되는 게임 홍보영상을 보며 어쨌거나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가집니다. 20년도 더 전에, 몇 킬로 되는 터널에서 기차의 달리는 속도에 맞춘 영상 광고가 가능하지 않을까? 궁금해 했었는데, 올해 판교로 가는 전철에서 20년전 상상했던 광경을 눈으로 보고 감격했습니다.


바로 TAS (Tunnel Advertising System) 라는 광고기법인데, 지하철 터널에 수백 개의 LED 패널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 영상이 표출됩니다.


20년 전에 이거 얘기했다가 꿈꾸고 있다고 욕먹었습니다..


기술이 상상을 현실화 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지금은 비싼 매체도 싸지겠지, 돈 없는 누군가도 활용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는 역시 돈이 문제겠지요. 광고업계에선 조용히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곳은 항상 매체를 가진 곳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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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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