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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의 작은 브랜드, 작지 않은 스토리·1,120·2019. 09. 06

그래도 브랜딩이 필요한가요?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에 던지는 당돌한 질문 한 가지

그것은 마법과도 같았다. 몇천 원짜리 은이 수십 만원을 홋가하는 티파니로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그들이 만든 티파니 박스는 청혼을 완성하는 지니의 램프와도 같았다. 그 상자의 청아하고 오묘한 빛깔을 우리는 티파니 블루라고 불렀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할리 데이비슨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넣었다. 나이키의 'Just Do It'은 성공을 위한 주문이 되었다. 지금도 몇 백만원짜리 몽블랑 만년필과 수천 만원 짜리 롤렉스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여전히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위한 최고의 전리품으로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수많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으뜸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의 키노트는 한 편의 판타지 영화와도 같았다. 이제 그의 이름은 신화가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그를 추억하고, 추모하고, 또 추앙한다. 그러나 이 신화에도 금이 가고 있다. 세상이 좋아진 탓이다. 선택과 구매의 전 과정을 현미경처럼 관찰하고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이 일반화되면서부터다. 어제 만난 어느 마케터는 그런 의심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매출이 곧 인격이죠. 브랜드가 이런 시대에... 과연 필요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에 그는 마법사와도 같은 존재였다.


정직한 질문이었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랜드 전문지에서 약 7년여 간 몸부림치며 답을 찾던 고민이었다. 그때는 신화의 시대였다. 모두가 잡스가 되고 싶어했다. 모두가 애플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다 망하는 브랜드들을 적잖이 보았다. 많은 시간 혼란을 겪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팔면 그만 아닌가? 누구나 이름만 대도 알만한 종합쇼핑몰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말에는 의심을 넘어선 확신이 엿보였다. 부질없는 브랜딩에 돈을 쏟아붓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처럼 들렸다. 그러면서 망가진 어느 화장품 브랜드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가 실제로 일했던, 브랜드를 그토록 중요시했던, 그러나 결국 갈대처럼 꺾여버린 어느 브랜드의 흥망을 생생히 지켜본 결과이기도 했다. 그 많던 브랜드 컨설턴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마법과도 같은 주문을 외우던 애플과 잡스의  추종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융단처럼 TV 광고를 집행하면 매출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일 년에 두 편의 CF만 찍으면 한 해의 마케팅을 끝냈다고 보아도 좋을 그런 호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의 마케터들은 구매의 시작과 끝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결과와 숫자로 말해야 하는, 아니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어떤 유형의 소비자가 어느 제품을 어디에서 얼마에 구매했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더 이상 정성적인 평가로 얼버무릴 수 있는 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이다. 애플스러운 브랜딩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 시대의 마케터는 오직 그 결과를 숫자로 말해야 한다. 누가 이 제품을 샀는가. 어디서 얼마에 샀는가.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면 어디서 얼마에 팔아야 하는가. 신화는 사라지고 숫자만 남았다. 더 이상 애플같은 브랜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애플마저 잡스의 시대가 아닌  팀 쿡의 시대가 아니던가. 이른바 컨텐츠의 시대는 가고 퍼포먼서의 시대가 온 것일까. 한 시간 여의 인터뷰 동안 단 하나의 주제로만 대화가 이어졌다. 마케터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묵묵히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떠올리는 아주 익숙한 질문 하나,


애플은 최근 카드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그들의 신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시대에 브랜딩은 꼭 필요한가?"


그가 떠나고 동행했던 다른 마케터와 함께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현직 디지털 마케터였다. 그의 회사는 디지털 마케팅으로 스무 명의 직원을 100여 명으로 키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말없이 노트북을 들이밀었다. 거기엔 얼마 전 퇴사한 회사 동료가 운영 중인 웹사이트가 있었다. 그 회사는 이른바 '과잠'으로 불리는 단체복을 판다고 했다. 잘 되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믿는지 물었다. 그는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체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바우더스'라는 그 살아있는 사례라고 했다. 모두가 공장에서 소재와 단가를 가지고 승부하고 있을 때, 이 신생 브랜드는 '브랜딩'을 하고 있었다. 누가 왜 이런 단체복을 필요로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함께 입는 옷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늘에 가려진 장인들의 손길을 재조명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사이트의 주문 리스트가 모니터 위에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득 지금의 '로우로우' 브랜드를 만든 멤버들이 회사를 찾았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들은 그때 창업을 준비하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었다. 불과 수 년만에 그들은 이른바 '브랜드'가 되어 돌아왔다. 어바우더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숫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세상에는 판매의 시작과 끝을 낱낱히 까발려주는 똑똑한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이제는 마케팅을 원하는 거의 모든 회사들이 구글 애널리틱스를 위시한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매출을 추적한다. 숫자와 결과를 만들어낸다. 일단 생존과 매출을 고민해야 하는 그만그만한 회사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문제는 모두가 이 도구를 알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런 숫자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네이밍이나 카피나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오직 가격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이 숫자의 세계는 다시 마법사를 필요로 한다. 왜 사람들은 이 제품을 샀을까? 굳이 이 서비스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숫자에 대한 해석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젠틀 몬스터, 숫자만이 아닌 '경험'으로 그들은 이제 글로블 브랜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들은 단지 가성비만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의 파리 바게뜨가 이번 달에 문을 닫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에만 500여 군데의 독립서점이 문을 연 이 사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좀 더 싼 가격의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다. 자신도 몰랐던 필요와 니즈를 발견해주는 누군가를 그 어느 때보다도 바라고 있다. 어바우더스는 공장에서 단가를 맞춰 찍어져 나오는 과잠에 의문을 던졌다. 와이즐리는 세상의 면도기는 왜 그렇게 비싼가 라는 질문의 답으로 정기 배송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독일의 기술을 강조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질레트를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성비의 도루코를 쓰지도 않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믿을 수 있는 품질을 기대케 하는 독일의 칼날, 와이즐리를 쓴다.


지금은 혼돈의 시대다. 브랜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이 시대는 갔다. 마법사들은 죽었다. 컨설팅으로 인해 성공한 브랜드보다 망한 브랜드가 몇 배는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숫자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에도 의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아는 그 트래킹의 기술을 상대 회사도 가지고 있다. 왕홍의 힘의 기대어 수천 억의 매출을 올린 그 화장품을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 회사는 과연 몇 년 후에도 같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 이름(브랜드)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마법사가 죽어버린 지금,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마술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이 글의 결론은 이것이다. 마법사와 마술사를 한 자리에 모아야 한다. 숫자 뒤에 나타난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마케터는 마법과 마술에 모두 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바우더스'의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그들이 새롭게 쓰는 작은 신화는 과거의 마법과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지,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내기 위한 그들만의 마술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서다. 이 발견의 여정을 오랫동안 계속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스토리에 목말라 있다면 나의 이 작은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시길. 아직 마법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음으로. 마술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다. 매출이 인격이라는 말은 진리다. 그러나 그 진리의 절반을 마법으로 채우는 브랜드들 역시 적지 않음을 안다. 그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아나서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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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철
7년간 ‘유니타스브랜드’ 에디터 및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개인 및 기업, 스타트업, 공기업 등을 상대로 브랜드 컨설팅 및 소셜미디어 운영, 컨텐츠 제작, 글쓰기 등을 주제로 강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관련 글쓰기와 단행본 작업도 병행 중에 있습니다. 네이밍, 슬로건, 스토리텔링, 브로슈어, 브랜드북, 단행본 등의 작업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최고의 작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E-mail: hiclean@gmail.com
* Mobile: 010-2252-9506
* Site: www.beaver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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