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데이터분석가인 저도 영업사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행사에서의 미디어 플래너 경험 후, ‘나는 매체를 사던 사람이니까 파는 것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의 이직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콜드 메일/콜드콜 같은 건 못하는 성향이거든요. ‘지금 회의 중이면 어떡해… 살 맘도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꾸 전화를 해’… 그런데 세일즈를 담당하게 된거죠. 회의 기회를 얻으려고 대행사 로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저의 당시 강점은 데이터였기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해보았습니다.
1️⃣ 고객의 목소리 듣기
당시 광고 상품 판매를 대행하던 대행사, 렙사와의 고강도 인터뷰 세션을 잡았습니다. 하루에 한 회사씩, 각 회사의 담당자 분들과 30분~1시간씩 거의 1주일 내내 인터뷰를 했어요.
. 현재 영업시 가장 어려운 점
. 판매가 잘되는 광고주 특성 & 안되는 광고주 특성
. 개선을 원하는 점
. 각 담당자별 커버 중인 광고주리스트
에 대해 여쭤봤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허심탄회하게 답변해주셨어요. 시급했던 점이 복잡한 청약 프로세스 개선 / 상품 소개서 개편 / 타겟팅 옵션 확대 등으로 좁혀졌고 바로 액션으로 옮겼죠.
입사하자마자 회사에 대해 잘 모르니 당연한 온보딩 프로세스라 생각하며 진행했는데요. 고객사에서 “이런 자리 너무 필요했다. 할 말이 너무 많다.”라고 의견을 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2️⃣ 집중할 고객사 리스트 뽑기
누가 주요 고객인지 리스트업을 하면, 좀 더 연락할 때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긴 무조건 연락해야지 어떡해! 영업 안할거야??’와 같은 심정인거죠. 시중에는 내가 판매하고 있는 서비스를 어떤 회사에서 많이 구매하고 있는지, 어떤 업종이나 회사 규모가 적합한지 참고할 데이터가 꽤 있어요. 저는 광고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는 회사 중 TV 광고비가 높은 브랜드들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당시 판매하던 광고 상품의 강점이 TV 광고와 많이 겹쳤거든요.
이 회사들을 또 1) 현재 집행 중 2) 집행하다가 중지 3) 한 번도 집행 안함으로 나누어서 접근 방식을 달리했어요.
3️⃣ 고객 맞춤 제안하기
의견도 들었고, 리스트업과 접근 방식도 정했으니 제안만 하면 되겠죠?! 광고 판매할 때 ‘무조건 할인율이야’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행사와 렙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제안 거리’에요. 매체사와 함께 고민해서 얼마나 브랜드에 맞는 제안을 했느냐가 중요하죠.
예를 들어 교육 브랜드는 연간제안에 성수기인 1-2월, 7-8월 노출 서비스를 몰고 해당 기간 인기 컨텐츠의 SOV를 높이는 제안, 제약 브랜드는 감기약, 잇몸약, 영양제별로 아예 캘린더를 만들어 집행 기간과 타겟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더니 ‘정말 우리 브랜드를 깊이 들여다봤네요.’라는 좋은 반응이 있었어요.
저는 사적인 관계에서는 너무나 편안한 스타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업무로 만난 분들과는 Ice breaking도 잘 못했어요. ‘저는 의견을 너무 듣고 싶고, 그 의견을 진심으로 반영했습니다’라는 것만 보여줬죠.
그 결과 n십억의 연간제안을 수주할 수 있었고, 연간 업무 성과 평가 때 회사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제가 보여드린 1-2-3번, 하나도 새롭지 않죠? 실제 업무에서 실천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사진은 무려 6년 전 영업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모습인데, 사진만 봐도 너무 얼어 있어 그 때 생각이 나고 안쓰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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