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자주 눈팅하던 오픈 채팅방이 있어요.
유익한 정보가 올라오거나 혹은
오고 가는 대화가 흥미로워 나가지 않고 멤버로 남아있었죠.
그러다 어느샌가부터 그 방에서 올라오는 대화를 거의 잘 안보게 됐는데요.
갑자기 며칠 전 그 방에서 뜬 메시지 하나가
제 눈을 사로잡아 바로 클릭하게 됐어요.
바로 '이 방은 소수 정예로 운영 중이니
가장 활동을 하지 않는 멤버는 곧 내보내겠다'는 말이었죠.
그러고는 나가기 싫으면 방에 메시지로 의사를 밝히라고 했어요.
이젠 별로 보지도 않고 꼭 필요한 방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제가 채팅방에 말을 치고 있더라고요.
사실 나가면 그만인데 말이죠.
도대체 무엇이 저를 움직이게 만든 걸까요?
우리는 ‘잃는 게’ 너무 무섭다
생각해 보면 별 관심이 없다가도 순간 행동하게 만드는 게 '손실' 같아요.
1년 동안 잘 보지도 않던 채팅방에 말하게 만들 정도로요. 실제 뭔가를 잃게 될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인 데도요. 우리는 무언가를 읽는 걸 왜이리 무서워할까요?
이유를 찾던 중 재밌는 예시를 하나 발견했는데요.
마트에서 카트 사용하려면 100원짜리 동전 넣잖아요. 그 장치 이름이 ‘코인 락’인데, 이것도 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활용해 고안됐다고 해요. 내 100원을 잃지 않기 위해 쇼핑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게 되는 거죠. ‘고작 100원가지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실제 회수율이 68%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100원의 가치가 크다! 가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이 ‘잃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누가 내 DNA에 손실 회피 넣었어
혹시 지금 “난 아닌데?”라고 생각하셨나요?
근데 이건 본능적인 거래요. 유명한 실험이 있죠. 1만원을 얻거나 혹은 잃을 수 있는 게임에 참가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참여하지 않는다고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싶기 때문. 실제 실험 결과 사람들이 1만원을 얻을 때 느끼는 행복보다, 1만원을 잃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2배 이상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런 걸 ‘손실 회피’ 성향이라고 하는데요.
본능적으로 이득보다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성향은 말 그대로 본능적, 즉 ‘DNA’에 새겨져 있는 것이라고요. 많은 진화학자는 손실 회피 성향이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해요. 원시시대에는 자원이 희귀했기에 하나를 오래 사용해야 했고, 이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습관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거죠.
뻔한데 계속해서 사용되고 너무 효과적인 이유입니다.
장점 100개보다, 손실 1개가 더 강력할 수도..?
이게 얼마나 강력하냐면요.
무언가를 설득할 때 심지어는 ‘장점’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요. <처음 읽는 행동 경영학>의 저자 리처드 채터웨이는 ‘온라인 뱅킹으로 변경하세요’라는 문구를 ‘온라인 뱅킹으로 바꾸지 않으면 많은 이득을 놓칠 겁니다’라고 표현한 것 만으로 ‘장점을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고객은 이미 구매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라고 후기를 전했어요. 그만큼 손해를 굉장히 무서워한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이득을 강조하는 것보다, 잃는 고통을 강조하는 게 2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거예요.
손실 회피 심리를 콘텐츠에 활용해 보자
1. 청유형을 손실 강조형으로 바꾸기
일단 간단하게 청유형을 손실 강조형으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독 유도]
- 청유형: ‘구독해 주세요’ 말고
- 손실형: ‘구독 안 하면 이걸 놓쳐요’로.
[클릭 유도]
- 청유형: ‘이 글을 읽으면 일잘러 마케터가 될 수 있어요!’ 보다
- 손실형: ‘이 글을 읽지 않으면, 다른 콘텐츠 마케터보다 뒤처져요’
혹은 ‘쉿, 당신만 모르는 일잘러 마케터의 비결’같이 유용한 정보를 나만 놓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죠.
[시간 관리]
- 청유형: ‘이렇게 일정을 관리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요’ 보다
- 손실형: ‘이렇게 시간 관리하지 않으면, 곧 엄청난 스트레스가 됩니다’ 처럼요.
'~하세요'보다 '~를 하지 않았을 때'의 손해를 강조해 행동을 유도하는 겁니다.
2. 지금 아니면 안돼🙅 기회 한정성 강조하기
오늘 글 제목 어떠셨나요?
당장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곧 사라진다고 하니(손해) 저절로 누르게 되지 않았나요?
이렇게 기회를 희소성 있게 제공하면 사람들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해요. 아마 익숙하실 거예요. ‘단 일주일만 진행하는 이벤트!, 100명 한정’ 등이 그 예시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즉시 행동하게 되거든요. 보통 커머스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콘텐츠에서는 어떻게 활용해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운영 방식을 아예 한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선착순 100명만 구독 가능한 뉴스레터’ 라던지, 혹은 시즌제로만 신청을 받을 수도 있고요.
혹은 콘텐츠 자체에도 한정성을 줄 수 있어요.
‘오늘이 지나면 사라지는 글’처럼요.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도 이런 한정성을 활용해 1일 1아티클을 읽지 않으면 사라지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죠.
계속해서 한정성을 강조하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예요.
3. 오히려 걱정을 미리 덜어주기
사람들이 뭔가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바로 ‘후회할까봐’ 라고 해요. 내가 이 선택을 해서 미래에 손해를 보고 후회하게 될까봐. 막연한 손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죠. 그러니 우리는 그 ‘후회’에 대한 걱정을 미리 덜어주면 돼요.
유료 뉴스레터를 예시로 들어 볼게요.
아마 사람들은 ‘돈만 내고 안 읽어서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가입을 주저할 거예요. 이 때 구독자 모집 글에 이런 문구를 추가해 보는 거죠. “한 달 구독 후 단 1편의 레터도 읽지 않으면 환불해 드립니다”라고요. 이런 메시지는 후회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기 때문에 결정을 더 편안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혹은 콘텐츠 내용에서 걱정을 줄여줄 수도 있는데요.
''후회'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정말 사소한 것에서도 작용하거든요. 심지어는 이 글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정도로요. 내 시간을 소요한 것에 대한 후회죠. 그래서 콘텐츠의 경우에도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사전에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좋아요.
하나의 장치로 '3줄 요약'를 추천드려요.
특히 롱폼의 경우 글의 시작 부분에 요약을 제공하거나 핵심 포인트를 미리 알려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그들이 이 글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알려줄 수 있죠.
읽은 후에 후회할 것에 대한 걱정을 줄여 내 글을 읽게 만들 수 있어요.
[📌탐구 요약] 손실 회피 심리를 콘텐츠에 활용하는 법?
1. 청유형을 손실 강조형으로 바꾸기
'~하세요'보다 '~를 하지 않았을 때'의 손해를 강조하기
2. 지금 아니면 안돼🙅 기회 한정성 강조하기
한정적인 기회를 놓칠 수 있음을 어필해 즉각적인 행동 유도하기
3. 오히려 걱정을 미리 덜어주기
후회할만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 망설이지 않고 편안히 선택하게 하기
눈팅하던 오픈 채팅방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저를 움직이게 만든 손실 회피 성향. 그리고 이걸 자극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콘텐츠 전략을 알아봤는데요.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간다는 게 이 전략의 진짜 효과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다간 신뢰를 잃거나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주목도를 조금 높이는 트리거 정도로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꼭 약속된 가치를 제공하도록 해요. 정말 놓치면 후회할 만한, 기대에 맞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요. 그럼 우리는 다음주에 또 봐요. 모두 티엠바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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