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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7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쓰리피'로 돌아옵니다
최근 가장 잘 나간다는 다이소도 요즘엔 고민이 제법 많아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다이소의 입지를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인데요. 특히 일본 다이소의 재진출설은 꽤 민감하게 다가올 만한 이슈입니다. 지난 5월 ‘쓰리피(THREEPPY)’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상표를 출원하면서, 이제는 일본 다이소의 재진출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죠.
사실 다이소는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줄곧 왕좌를 지켜왔습니다. 2016년 국내에 들어와 한때 70개 넘는 매장을 열었던 미니소는 결국 2021년 철수했고, 같은 해 한국에 발을 들인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도 올해 3월 운영 종료를 알렸죠.
이처럼 생활용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낸 다이소는, 최근엔 패션·뷰티·건강기능식품 등으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아직까진 ‘가성비’라는 다이소의 핵심 무기를 이겨낸 브랜드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요즘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이소도 긴장할 때'라는 말이 슬슬 나오고 있거든요. 과연 어떤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걸까요? 일본 현지에서 둘러본 일본 다이소, 쓰리피, 그리고 스탠다드 프로덕트 매장에서 느낀 인상을 나누며, 한국 다이소가 마주한 고민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때론 가격 인상도 필요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쓰리피’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쓰리피는 일본 다이소가 운영하는 상위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300엔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된다고 하죠. 앞서 언급한 ‘스탠다드 프로덕트’는 이보다 더 프리미엄을 지향하며, 가격대도 300엔부터 1,000엔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고 하고요. 쓰리피는 2018년, 스탠다드 프로덕트는 2021년에 각각 론칭된 브랜드였죠.
일본 다이소가 한국에서 이러한 쓰리피를 앞세우려는 데는 사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 다이소는 상표권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 ‘다이소’라는 이름을 쓸 수 없거든요.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브랜드가 바로 쓰리피였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다이소는 왜 이 브랜드로 한국 시장을 다시 두드리는 걸까요? 마침 도쿄 긴자에 위치한 ‘다이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이소, 쓰리피, 스탠다드 프로덕트 매장이 모두 모여 있기에, 직접 세 곳을 둘러보고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가보니 세 브랜드의 차이가 꽤 뚜렷했습니다. 다이소는 익숙한 생필품 중심의 구성에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고요. 쓰리피는 ‘어른들을 위한 귀엽고 잡다한 물건’을 콘셉트로, 매장이 온통 파스텔톤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반면 스탠다드 프로덕트는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누가 봐도 무인양품이 떠오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가격은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주방 식기를 기준으로 보면, 다이소는 200엔대, 쓰리피는 3~400엔대, 스탠다드 프로덕트는 주로 500엔 정도였는데요. 가장 비싼 브랜드조차도 우리 돈으로 4,5천 원 수준이라,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고요. 덕분에 여전히 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유지되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확실한 차이는 ‘무엇을 파느냐’에 있었습니다. 다이소는 여전히 생필품 비중이 높았지만요. 쓰리피와 스탠다드 프로덕트는 주방용품이나 패션 잡화처럼, 품질 또는 디자인이 중요한 상품군에 집중했던 거죠. 그리고 이 상품군들에선 단순한 ‘저렴함’보다는 ‘디자인’이나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기존 다이소가 고수해 온 100엔 중심 가격 구조로는 품질을 끌어올리기도, 감각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너무 싼 가격이 브랜드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만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소 브랜드의 가격을 직접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가격을 건드리는 순간,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되고 고객 반발도 불가피하니까요. 그래서 일본 다이소는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그 안에서 디자인·품질·가격을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브랜드를 바꾸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기대를 전환시킨 셈이고요. 이 일련의 선택은 단순한 ‘가격 인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전략이자, 일본 다이소가 가진 유연한 대응력과 저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다이소는 배워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구조를 유지하려면 납품업체의 원가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매장 출점도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 더 이상 빠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야 할 텐데, 그렇다고 무작정 인상하는 건 브랜드 이미지나 소비자 반발을 감안할 때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고요. 그런 점에서 일본 다이소처럼 서브 브랜드를 통해 가격대를 나누는 방식은 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생활용품 시장 자체가 ‘가성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얼마 전 재진출을 선언한 미니소가 대표적입니다. 한때 철수했던 브랜드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캐릭터 IP를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며 다시 성장 중이고요. 한국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 다이소는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습니다. 다만 지금의 전략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명확해 보이죠.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일본 다이소의 ‘쓰리피’, 그리고 미니소 같은 해외 브랜드와 다시 맞붙게 되더라도 밀리지 않을 테니까요. 과연 한국 다이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며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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