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논리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소상인들

지난 7월 16일 PD수첩에서는 '벼랑 끝에 선 임차상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종로, 가로수길 등의 임차상인이 당하고 있는 억울한 사연을 소개하였습니다.

내용은 임대인이 리모델링, 재건축,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 등의 이유로 임차인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싼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날리면서 내쫓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로수길의 경우 한 임차인은 권리금으로 약 3억원을 지불하고 임차를 하였는데 임대인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내쫓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임대인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계약자가 기존 보증금과 월세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계약자는 외국계 대기업으로 가로수길이 명소로 뜨자 여기에 매장을 내어 홍보 겸용으로 이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회계 처리상 권리금을 지불할 수가 없자 임대인에게 권리금 대신 더 높은 보증금과 권리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에 임대인은 흔들리지가 않을 수 없겠죠.

'권리금'이라는 것은 일종의 '무형의 재산'입니다. 이 재산이 어떤 계기에 의해 형성되었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할 것입니다. 임차인의 노력으로 키워진 경우도 있을 테고 해당 지역 자체가 주목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고, 그 형성 계기는 다양하겠지만 여하튼 임차인이 지니고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재산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는 임대인이 그것을 가로챈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특정 영역이 주목 받으면 대기업의 등장으로 소상인이 밀려나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필연인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검색엔진에서의 키워드광고 영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과거 클릭비용이 200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5,000원 가량으로 올라 있는 업종이 어디 한두 군데이겠습니까? 수많은 업종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지요.

경쟁에 의해 클릭비용이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서는 클릭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그 과정에는 대기업이라 불리는 곳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대출쪽에서도 그랬고, 보험쪽에서도 그랬습니다.

사실 대기업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경쟁력이 약한 소상인의 입장에서는 클릭비용을 급격히 높여버린 주체는 모두 같아보일 것이니까요.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인라인 스케이팅을 처음 배울 때, 수영을 처음 배울 때 어떤 사람들은 정말 혹독하게 홀로 놔둬도 잘 배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 잡아주기'가 필요합니다.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세상은 손 잡아주는 데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자 새끼도 아닌데 절벽에 밀어넣고 알아서 살아오라고 합니다.

요즘 '상생'이 화두입니다.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의 지배 시스템이 온전히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치어는 방류해야 합니다. 키워 먹어야지요.

다행히 임대차 보호법도 개정된다고 합니다. 3억원 이상의 임차인도 원한다면 5년간 계속 빌려쓸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리뉴얼이나 재건축 등의 이유로 내쫓는 것도 금지시키고. 그리고 네이버에서도 상생을 약속하는 발표를 얼마 전에 하였습니다. 어떤 형태로의 상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