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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시선·942·2023. 05. 22

돈 쓰면 욕 먹는 곳, 거지방의 정체는?

오픈채팅방에 요즘 핫하다는 ‘거지방’의 정체  

 

  

 

(출처: 헬로티비뉴스)  

 

 

작년 하반기만 해도 MZ 세대에게 인기있었던 챌린지가 ‘무지출 챌린지’였습니다. 그 동안의 럭셔리 소비, 플렉스 소비에 대항하는 측면에서 지출 자체를 없애는 0원 소비, 즉 무지출 챌린지가 화제였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무지출챌린지, 짠테크에서 한단계 더 심화된 버전으로 아예 ‘거지방’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지방은 카카오톡에 있는 오픈 채팅방으로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소비 습관을 공유하고 절약에 대해 일침을 나누는 방입니다.  

 

한마디로 소비습관 공개하고 욕먹는 방인 거죠. 

 

거지방 에서는 서로의 지출 내역을 낱낱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채팅방이 운영됩니다. 각자 닉네임에 이달에 얼마를 쓰겠다! 라고 하여 지출 목표도 세워두고 이를 채팅방에 공유하는 것이죠.  

 

이 방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해 모여서 자신이 얼마를 썼는지도 인증하고 만약 과소비라 싶은 인증이 올라오면 단체로 욕을 해줍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 커피 마시고 싶어요”라고 올리면 “집에서 믹스 커피 드세요” 라든지 

 

 

  

 

(출처: 서울신문) 

 

 

“아이패드 사고 싶은데 따끔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라고 올리면 “어차피 사봐야 유튜브만 볼텐데 왜 돈을 쓰죠?” 라는 식으로 톡들이 올라오는 거죠.  

 

저는 사실 이렇게 비난, 꾸중, 욕을 먹으면서 소비 습관을 자제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의문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외부 충격 요법으로 절약 습관을 강하게 마음 먹는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거지방이 인기있는 이유?  

 

 

그렇다면 거지방은 왜 최근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특히 MZ세대들에게 ‘거지방’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경제 흐름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코로나 기간 중에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투자자산의 흐름이 좋았습니다. 코인, 주식시장, 부동산 모두 불타올랐죠. 


그리고 MZ세대들은 이 분야에 모두 뛰어 들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시장의 상승을 맛봤습니다. 영끌해서 부동산에 투자도 했고,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주식에 올인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본격적인 엔데믹 환경 속에 놓여지면서 급격히 물가가 올라간 경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죠.


 한국,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아주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으로 전세계 투자 시장에 압박으로 이어졌죠.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코인과 부동산 시장은 모두 폭락을 경험합니다. 

 

 

  

 

(출처: 뉴스1)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MZ세대들은 그동안 투자로 재미를 봤던 시장에서 돈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되죠.  

 

한국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는 4.2%, 외식 물가는 7.4%나 오른 환경 속에서 MZ세대의 지갑은 얇아졌습니다. 이에 더해 청년 대출은 역대급으로 오른 상태였죠.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끌족’으로 그동안 부동산,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MZ세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졌고요. 

 

국내의 안정적인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면 청년들의 불안함도 커질 수 밖에 없죠.  

 

이렇게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부동산 및 주식, 코인 시장의 하락세에 고용의 불안함으로 인해 MZ세대들의 마음은 “소비를 줄여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귀결된 것입니다.  

 

 

그래서 짠테크에서 시작했지만, 그걸 넘어서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무지출챌린지’라 하여 아예 일주일동안 냉장고 털기, 집에서 헤어컷 하기 등 지출을 하지 않는 챌린지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작년 하반기에 무지출챌린지의 경우 각 개인이 무지출에 도전하고 인증하는 것이었다면, 올해 들어와서는 서로가 함께 자극받고 응원 또는 욕을 하면서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서 ‘거지방’이 등장하게 된겁니다.  

 

혼자가 아닌 여러명이 서로 함께 절약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 거지방이 활성화가 된 겁니다. 

 

 

 

거지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톡에 ‘거지방’과 관련해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은 수백개 이상이 됩니다. “소비습관 고치기” “티끌모아 부자되기” 이런식으로 소개말이 붙어 생성된 채팅방들인데요. 주제별 모임도 있고 거지방의 지역별 모임도 생성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오픈채팅방은 거의 비슷하게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지출 금액 목표와 최종 지출 목표를 적고 입장하고요. 구입하고 싶은 상품이 있어 채팅방을 공유하게 되면, 오픈 채팅의 참여자들이 이에 대해 평가하고 절약을 하라고 유도하는 거죠.  

 

그러나 문제는 생필품과 관련되는 내용을 제외한 모든 소비에 대해 ‘사치’라 평가하고 과도하게 이야기가 오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택시비를 아껴서 수십km를 걸어가라 하던지, 목이 마르면 비를 기다리라는 등의 비현실적인 조언도 있다보니, 농담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자조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출처: 여성신문) 

 

 

또한,  거지방에 들어갈 때부터 ‘거지입니다’ 라는 자기소개 규칙을 하는 방의 경우 자기 스스로를 거지라 정의하면서 채팅방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어려운 시기를 서로 자극하면서 극복하려는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한창 구매 욕구가 왕성한 MZ세대의 극단적 절약 정신은 오히려 사회를 보는 태도에 있어서 부정적인 인식을 낳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케터의 시선 

 

최근, ‘절약’과 ‘거지방’이라는 단어가 SNS 상에서 얼마나 언급이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에는 지난해 말부터 ‘절약’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횟수가 직전 1년 전보다 무려 485%나 증가했다는 뉴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해당 키워드의 언급량을 살펴봤습니다.  

 

  

 

작년 5월부터 올해까지 1년동안 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 트위터에 언급된 ‘절약’이라는 언급량은 28만건이 넘습니다. 그 중에 트위터가 전체 언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13.8만 정도의 언급량으로 나왔죠.  

 

  

 

그리고 절약이라는 단어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연관어를 살펴보니, 에너지, 소비, 에너지 절약, 돈, 물절약 등이 나왔습니다. 실제 물가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에 대한 언급량이 ‘절약’과 함께 많이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거지방’이라는 단어의 SNS 상에서의 언급량을 살펴보니, 최근에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시면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의 데이터인데요. 6개월 동안 거지방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3월부터 입니다. 그리고 이 거지방이라는 단어가 언론, 커뮤니티를 통해 인기를 끌면서 이 채팅방이 더욱 활성화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6개월 동안 언급량은 18만회가 넘는데요. 대부분의 언급은 트위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요.  

 

이렇게 거지방에 대한 키워드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1,654%나 높았습니다. 즉 34만 퍼센트나 높게 나왔다는 것은 그 전에는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단어였고 올해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추가적으로 ‘거지방’과 함께 많이 언급되는 연관어를 살펴봤는데요. 상위 5위까지 거지, 돈, 개, 타래, 누나, 방인지 였습니다.

 

여기에서 ‘방인지’는 왜 언급이 되었나 했더니, ‘거지방이 뭐 하는 방인지’ 에서 방인지 키워드가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즉 거지방이라는 키워드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은 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화제성 키워드라는 것을 알지만 무얼 하는 방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언론에서 ‘거지방’이라는 키워드를 더욱 확산시키면서 바이럴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MZ세대의 거지방 활성화가 대세라기 보다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SNS나 언론에 등장하면서 재확산을 통해 유행을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거지방’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서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비 습관에 대해 공유하면서 과도한 지출에 대해 경계하고 서로 응원, 자극을 하는 현상은 분명 경제 상황이 예년과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처: 충청 투데이) 

 

 

아직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다, 완만하게 횡보하다가 지나갈 것이다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의 불안함은 가중되고, 여전히 물가는 높은 상황이 ‘거지방’ ‘무지출챌린지’와 같은 키워드를 낳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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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년동안 증권사, 미디어업계에서 쌓은 금융,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이슈, 트렌드를 분석하고 마케터 시각에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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