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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그리고 사람 이야기·1,165·2021. 02. 04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조직

조직이 직무기술서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

 누구나 한 번쯤 집중해 들어봤을 법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 졸업식 연설문은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스마트폰으로 전 지구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단 10년 사이에 통째로 바꾸어 버린 그가 남긴 말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love what you do)'였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창의성이, 탁월함이 생긴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상투적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산다.

 인사담당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수시로 묻는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조직 내에서 경력 상담을 하는 순간에도, 대학생들을 만나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이제 조직을 들여다보자. 조직은 필연적으로 효율성과 효과성에 목을 맨다. 굳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좋다.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위해 분업과 전문성이 중요해졌고, 경제 성장과 함께 기업도 성장하며 프로세스와 R&R(Role and Responsibility)을 명확히 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필수가 되었다. 주로 미국식 경영방식에서 보이는 강력한 집중화(Centralization), 표준화(Standardization), 공식화(Formalization)는 글로벌 경영에 탁월한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인사는 직무와 직급을 촘촘히 설계하고,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의하여 심지어 'SoD(Separation of Duty)'라는 이름으로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직무의 상자들이 모여 큰 빌딩을 만들듯 반듯반듯 직무와 직급을 설계하고 정의했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이 여기에 익숙해져 있다. 직업을 탐색할 때면 제일 먼저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입사 후 이와 상이한 내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그저 명확하게 정의된 일의 크기를 잘 수행하는 것이 상호 간(회사 그리고 직원) 편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 효율성으로 승부가 나는 시대가 아니다. 조직과 구성원 역시 바뀐 세상에 적응해 가며 진통을 겪고 있다.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들 속에서 흥미를 잃거나 번 아웃되는 일들이 빈번해졌을 뿐 아니라, 이제 조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밀레니얼들이 가진 삶의 가치, 행복의 원천이 기존 세대의 그것과 180도 달라졌다.

 매일 같이 혁신과 창의성을 부르짖는 조직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펄떡거리며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인사담당으로 직원의 경력개발을 고민할 때면 정해진 직무의 승진 경로를 제외하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유기적 조직(Organic Organization)이란 컨셉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앞에서 말한 박스처럼 짜인 조직은 그 반대 개념이고 이를 기계적 조직(Mechanical Organization)이라 부르자.

 유기적 조직에서는 개인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틀(Frame)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외에는 개인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플러스알파(+∝)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며 인정을 받는 구조다. 당연히 박스를 촘촘히 쌓을 때처럼 빈틈이 없을 수 없다. 빈틈은 발생하지만 이를 두 겹 세 겹으로 막아내는 경우도 있고, 일정 부분은 빈틈을 허용하기도 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기회, 무언가 전력을 다해 성취와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유연성(Flexibility) 일 것이다. 감히 오늘날을 살고 있는 모든 기업이 외치며 지향하는 방향이 바로 이 유연성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가미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도록 말이다. 박스나 쳇바퀴 속에 있다는 이야기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하는 구조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이 있고, 직원들은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불평할 수도 있다.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프로세스를 터부시 하는 우리의 고정관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애매함을 관리하는(Dealing with ambiguity) 역량,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찾아내 이를 완수하는 역량은 미래 경쟁을 준비하는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라 생각한다.

 에노모토 히데 다케 코치의 천직 창조 세미나에 다녀왔다. 큰 맥락은 비슷하다.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 본인 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마음의 공명이 이는 일을 하라는 인상적인 메시지였다. 이와 함께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일을 직접 정의하고 이를 만들어(Creating) 나가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일은 본인이 정의하고 그려나갈 수도 있다. 그저 박스로 정의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일을 그리거나, 작은 상자를 조금 더 자기 색깔로 키워나가면서도 만들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사는 직무의 넓이와 깊이를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필자는 여기에도 역발상이 필요하다 믿는다. 기존의 방식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크기로 박스를 그려내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성공의 잣대로 삼았다면, 이제는 최소한의 일들만을 정의하고 나머지는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A라는 자리에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을 정리해 직무기술서로 주고, 그 영역을 키우는데 제한을 두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개념이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EXCELLENCE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민첩하고(Agile) 유연한(Flexible) 조직은 빡빡하게 들어찬 상자 안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자기의 일이 상자로 정의될 수 없는 일만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원본 작성일: 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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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삼성물산, IBM, 로레알에서 현업 인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으로 인사,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경험했다.
현재 ‘조직과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런치(brunch.co.kr/seanchoi-hr)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는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고용가능성-목마른 기업, 애타는 인재가 마주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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