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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그리고 사람 이야기·610·2021. 01. 21

비난하면 원하는 것을 얻는가?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당신은 항상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으며 살고 있는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이 기대하는 무언가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게 된다. 아주 개인적인 문제인 자신의 급여나, 여러 복리후생부터 시작해 업무에서의 우선순위, 협업 시 R&R(Role and Responsibility) 등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이들이 대부분 모두 다른 생각을 하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선호와 가치, 각자가 원하는 목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고 얻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인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 때 보여주는 개개인의 반응 또한 다양하다.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방향을 잡아가며 논쟁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 다소 감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그 상황을 대처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부는 위험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리를 지르거나 서류를 던지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앞에서는 한마디 못하고 뒤에서 비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서적은 주위를 둘러보면 쌓이고 쌓였다. 와튼 스쿨의 최고 명강의로 손꼽히는 스튜어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부터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등 굳이 검색창에 도움을 받지 않아도 떠오르는 이름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오늘은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아빈저 연구소)'의 예를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개인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방식은 그/그녀가 정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정 반대의 상황에서 혼자만 허우적거리게 하기도 한다. 후자의 상황을 우리는 '상자 안에 갇힌 상태'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도그마(Dogma)에 빠진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책에는 한 엄마와 청소년 아이의 귀가 시간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아이가 늦게 들어오는 것이 못마땅한 엄마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통금시간도 정해보고 나름의 룰도 정해 둔다. 늦은 행동이 계속되는데 대한 못마땅에 엄마의 비난과 목소리는 커져간다. 아이의 반항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저녁 약속을 나간다고 하고, 엄마는 10시까지 들어오라 신신당부한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엄마는 9시 55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사례의 반전과 재미는 여기서 시작했다. 아이가 9시 59분에 딱 맞추어 귀가해 버린 상황을 맞닥뜨린 엄마의 감정 말이다. 그간 엄마와 아이가 관찰하고 경험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통상 인간의 행동은 꽤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은 엄마가 진짜 원하는 것은 아이가 약속을 지키고 10시 전에 집에 들어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서로가 보여준 행동은 서로를 자극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엄마가 아이에게 비난을 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데 대해 화가 났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자기 합리화일 뿐 아니라 상자 속으로 본인이 걸어 들어가는 순간이다. 일단 상자 안에 들어가고 나면, 개인이 필요한 전부는 자기가 정당하다는 믿음이다. 엄마는 아이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상자 안에서 아이가 비난받을 행동을 필요로 한다. 계속 화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약속을 지켜버리고 나면 상자 속 엄마는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특히 그 상황에서 진심을 담아 약속을 지켜주어 고맙다고 포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조직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가 아무리 나의 뜻에 따라 완벽한 결과물을 가져다준다 하더라도 그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뜻하는 생각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을 우리는 자기기만(Self Deception) 혹은 자기 배반(Self-Betrayal)이라 부른다. 이 악순환의 시작에 들어서면 개인은 자기기만을 정당화시키는 방식으로 세상/타인을 바라보고, 이 과정에서 현실감각은 왜곡된다. 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금세 습관이 되고, 이런 습관은 상대방 역시 상자 안에 들어가게 한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정반대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조직 또는 팀 내에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서로가 상자 안에서 비난과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개개인의 믿음의 방 안에서 자기가 보고 듣고 필요한 정보만을 부여잡고 외로운 전투를 계속해 나간다. 직장 내 갈등과 의견 대립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의견이 만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한 조직에 모아 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비난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상자 밖으로 나오는데 비교적 도움이 되었던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선 한 걸음 물러나 의도적으로 사안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보기(Detachment)를 권한다. 제삼자처럼 그 사안과 이해관계자를 바라보고 나면 가끔은 한없이 부끄러웠던 나의 모습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확인하고, 내가 상자 안에 있었던 것인지, 상대방이 그랬던 것인지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쿨하게 진심을 담아 내가 상자 안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보는 것도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조직 생활을 하며 마냥 순진하게 하루하루를 살라 권할 수는 없다. 다만, 순수함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조직에 대한 사랑, 일을 바라보는 태도, 또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제 정말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만큼, 그간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시작으로, 또는 내가 잠시나마 편하기 위한 요행을 시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적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비난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원본 작성일: 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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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삼성물산, IBM, 로레알에서 현업 인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으로 인사,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경험했다.
현재 ‘조직과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런치(brunch.co.kr/seanchoi-hr)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는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고용가능성-목마른 기업, 애타는 인재가 마주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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