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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그리고 사람 이야기·1,848·2020. 06. 18

직원을 어린이로 보는 회사

조직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제도와 관행은 달라진다.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 때문에 당시 말들이 많았다(300인 이상 사업장). 연장근로를 포함해도 주당 총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시간을 관리하라는 이 제도는 현장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필자에게도 큰 숙제 일 뿐 아니라, 연장근로가 일상화 되어있는 우리나라의 근로 형태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장근로와 눈치보기가 만연한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면 극약 처방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프기 그지없다. '결국은 시간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었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공룡들과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가장 매력적인 회사에 수차례 오르내리며 요즘 말하는 '워라밸'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율출근제는 기본이고, 주에 40시간만 채우면 되는 재량근로제 등 다양한 근로조건을 제공했다. 사실 더 급진적인 제도도 많았다. 'Location Free'라는 슬로건 아래 어느 지사에 가서도 일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집에서 일하건 카페에서 일하건 상관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인사철학은 지구 상의 모든 기업에게 새로운 경영방식의 시작을 알린 것이 사실이다.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긴 했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한 조직이 직원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과연 우리 직원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대하고 있는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근로 관행과 보안 관련 지침들을 보면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근로 형태를 바라보자. 구글을 비롯한 수많은 IT기업들은 직원들이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며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역시 직원들은 자율좌석제를 이용해 매일 다른 자리에 앉고 있으며, 의무적으로 부서장에게 얼굴을 내비쳐야 할 이유는 없다. 본질을 들여다보면 답은 명쾌하다.
 시간 관리(Time Management)가 아닌 일 관리(Task Management)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을 몇 시간 동안 어디에서 하건 당신에게 부여된 일을 제대로 해내기만 한다면 관리자는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협업은 기본이다. 협업에 문제를 준다면 이는 관리자 피드백의 제 1 순위 항목이 된다. 일 관리도 일 관리지만, 직원을 믿는 것이다. 그는 일을 충분히 완수할 능력이 있고, 그렇다면 그가 어디서 일을 하든 믿고 맡기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국내 기업 정서는 사뭇 다르다. 부장이 퇴근하기 전까지 차장이 퇴근하기 어렵다. 팀장은 직원들이 무엇을 하건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다. OECD 근로시간 최상위 등의 오명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보니 극약 처방이 나온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근로시간이 곧 생산성(Productivity)이자 성과(Performace)로 여겨졌다. 일 관리보다 시간 관리가 우선했다. 그리고 눈 앞에 없으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선입견과 의심도 자리 잡았다.

 보안은 더 우습다. 국내 대기업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침저녁으로 공항 검색대와 비슷한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한다. USB는커녕 피씨 반출은 꿈도 못 꾼다. 직원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처사라 생각한다. 반면 세계 최고 IT 기업들의 캠퍼스를 방문하면 엑스레이뿐 아니라 보안 택 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피씨는 어디서건 들고 다니기 마련이고, 저장 장치를 넘어 클라우드가 대세다. 재택근무를 위해 피씨를 들고나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우선 직원을 믿는다는 뜻이다.

 한 걸음 들어가 보자. 위에 언급한 IT 기업들은 일단 보안 문서가 빠져나가면 이를 빼낸 직원을 패가망신시킨다. 법뿐만 아니라 모든 체계가 이를 어긴 직원에게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책임을 묻는다. 왜? 그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보안 서약에 서명을 했고, 사내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성인(어른)이었기 때문에 그가 어긴 규정들은 한 사람에게 다소 가혹할 정도로 무거운 형량으로 그를 뒤덮는다. 그를 믿었던 신뢰의 대가를 함께 치러야 한다.

 왜 우리는 직원들을 온전한 어른으로 대하지 못했을까? 자기가 시간관리를 주체적으로 해가면서도 일을 매니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아침 몇 시에 출근하고 몇 분을 쉬고, 몇 시에 퇴근하는 것을 굳이 체크할 필요가 있었을까? 직원은 알아서 보안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엑스레이 검색대가 필요했을까?

 여하튼 이제 우리나라는 그가 성인이건 아니건 근로시간을 끊임없이 계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 직원을 어른으로 인정하고 그가 어디서 일하건, 얼마를 일하건 간에 직원에게 부여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여력을 주지 않는 제도다. 죽었다 깨어나도 근로시간 산정은 필수적인 요건이 된 것이다.

 돌아 돌아 이는 신뢰의 문제였을 것이다. 부장이 차장을, 아니 그 밑에 직원들을 전인적인 사람이라 믿었다면 어땠을까? 저들이 오후 5시에 책상에 안 보여도 일에 대해 제대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해오는 데 집중했다면(Task Management) 우리는 지금 어떤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을까?

 이미 제도는 공표되었고, 이제 우리는 대부분의 사무직에게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다. 다분히 시간관리(Time Management)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부분이 불만족스럽지만, 일 관리를 잘 못한 우리네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변화를 이끌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근본적으로 생각하자. 당신은 당신의 직원들을 어른으로 생각하고 있나? 믿을 만한 어른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일을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을 관리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당신과 회사는 직원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는가?

 앞에서 말했듯, 주 52시간은 근로자로서 반기지 않을 수 없으나 웃프다. 우리는 왜 이런 수직적이고 구태의연한 관행과 거시 문화를 갖게 된 것인지... 결국 우리네 조직은 밤이 깊어 가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등의 생각이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누가 먼저 믿느냐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변화의 시작은 명확하다. 회사가 직원을 믿을 때에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당신의 조직은 직원을 온전히 어른으로 믿고 존중할 준비가 되었는가?


원본 작성일 :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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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삼성물산, IBM, 로레알에서 현업 인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으로 인사,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경험했다.
현재 ‘조직과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런치(brunch.co.kr/seanchoi-hr)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는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고용가능성-목마른 기업, 애타는 인재가 마주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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