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소비자 데이터 얻기·1,375·2020. 04. 13

우리 고객이 아닌데 왜 응답자에 넣어야 할까? 마케팅 리서치 이론 1

제품 수명 주기 및 브랜드 수명 주기

설문조사의 첫 단추는 응답자 선정입니다

조사 문의를 받다 보면 ‘그냥 여성이면 돼요’ 혹은 ‘000 제품 사용자’ 하는 식으로 응답 대상자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분들과 좀 더 논의하다 보면 ‘그냥 여성’이 아니라 2030 수도권 거주 여성’, 혹은 ‘한 달 이내 000 제품 사용 경험자’ 하는 식으로 응답 대상자가 정교화되기도 합니다.

응답자 선정은 설문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처음 하시는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내용은 잘 준비했지만, 정작 누구에게 응답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 없거나, ‘우리 브랜드 이용자만 설문하면 되지’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럼 응답 대상자를 제대로 선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설문 응답 데이터는 얻겠지만, 의미 있는 데이터로 활용하기는 힘들 겁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3040 여성을 타깃한 신규 화장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브랜드의 다른 화장품을 이용하는 3040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면 어떨까요? 언뜻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잠재고객일지 모르는 20대와 50대, 혹은 우리 브랜드 비 이용자의 인식은 전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시장 가능성을 매우 좁게 보고 뛰어들게 되는 셈이죠.

혹 이번에 준비하는 신규 화장품이 실은 경쟁사의 3040 여성 이용자를 빼앗아오기 위한 전략적인 신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응답자에는 우리 브랜드 이용자뿐만 아니라 경쟁사 이용자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경쟁사 이용자가 혹할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하려면 경쟁사 이용자의 생각에 대해서 알아야 되니까요. 이렇듯 우리 기업의 고민 방향에 따라서 적절한 응답 대상자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제품 수명 주기’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

한때 세탁기 세상은 통돌이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통돌이의 시대가 저물고 드럼세탁기의 시대가 도래했고, 현재는 세탁과 건조 기능을 모두 갖춘 세탁기가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제품은 도입기부터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까지의 수명 주기가 있습니다. 이를 제품 수명 주기(PLC, Product Life Cycles)이라고 부릅니다.

보통은 이러한 PLC에 따라서 기업의 고민이 달라지곤 합니다. 통돌이만 있던 세탁기 시장에 드럼 세탁기가 처음 등장했던 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제품 이용 고객은 없지만 유치해야 할 잠재 고객은 많은 상황이죠. 그러니 설문조사 응답자 역시 잠재 고객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반면, 성숙기 시장이라면 잠재 고객보다는 우리 고객의 이탈을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성숙기를 지나고 있는 통돌이 세탁기 시장에 우리가 후발주자로 진출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PLC는 분명 성숙기인데,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은 이탈을 예방할 고객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때는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PLC뿐만 아니라 브랜드 수명 주기(BLC, Brand Life Cycle)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이 비즈니스 고민을 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위 PLC, BLC 뿐만 아니라 다양합니다.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우리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현재의 시장 트렌드는 어떤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