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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컨펌이 났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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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상에서 인기 콘텐츠들을 보면 어떻게 광고주나 상사의 컨펌이 났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장난같은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재미와 웃음이 강조된 B급 콘텐츠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매일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방대한 콘텐츠가 내 피드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버리죠. 스크롤을 내리는 찰나의 순간, 손가락을 멈추고 사용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내 콘텐츠가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마케터들은 더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콘텐츠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친구는 물론 기업과도 소통하는 창구로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들은 공유에 능숙하고 가치중시 성향을 지닌 이들의 입맛에 맞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B급 정서를 사용합니다. 과거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고급스럽고 우아한 A급 광고를 제작했다면 지금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감각적이고 유머가 있다면 얼마든지 B급 광고에 투자합니다. 여기 B급 정서를 활용해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기업이 있습니다.
똑똑똑~ 여기가 '드립맛집' 인가요?
( 출처 : theclub_homeplus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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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 Ya-Kureut 〃™ 를 즐긴다…
∑ 야쿠르트 궁둥ㅇ1를 뜯어 ㅁrㅅl는 얼린 야쿠르트만ㅇ∫…
㉡ㅏ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 ㉤ㅏ약 †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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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대 초반 싸이월드 감성을 떠오르게 하는 해당 문구는 최근 ‘드립 맛집’으로 떠오른 홈플러스 인스타그램 더클럽(theclub)의 야쿠르트 홍보 게시물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 같은 홈플러스 더클럽 계정 게시물들은 젊은 감각이 듬뿍 담긴 ‘저세상드립’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실제로 이런 병맛 게시물이 가능했던 것은 작년 10월에 입사한 모바일 사업부 신입사원의 젊은 감성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사람들은 몰입도 높은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하다며 담당자의 필력을 극찬했습니다. 친구를 태그하고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점차 입소문을 탄 홈플러스 더클럽 계정은 현재 2만3천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계정이 되었고, 브랜드 인지도 또한 상승했습니다.
또 하나의 '수능금지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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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암치 요리로, 촤~암치 조리로, 촤~암치 이건 맛의 대.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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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능보기 전 절.대. 듣지 말아야 할 ‘수능금지곡’이 또 한번 탄생했습니다. 수능금지곡은 수능을 치룰 때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아 시험을 방해하는 노래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수능 금지곡으로는 김연자-아모르파티, 레드벨벳-Dumb Dumb 등이 있는데요. 이번 동원그룹에서 공개한 동원 참치송 TVCF가 새로운 수능 금지곡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오로지 단순하고 반복적인 후크송으로 B급 감성을 내세운 이번 광고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유튜브 레드 구매하고 동원참치 광고를 못 봐서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한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시점으로 누적 조회수 1,400만 회를 넘으며 계속해서 잘 만든 광고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잘 만든 B급 바이럴 광고기업들의 B급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주 삼다수는 유튜브 바이럴 영상으로 영화 스타트렉을 패러디한 ‘깨끗한 물을 찾아서 水타트랙’ 광고를 공개했고 이틀 만에 유튜브 조회수 약 200만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삼다수는 영상을 통해 삼다수 배송 앱의 편리함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맑고 아름자운 자연경관까지 알리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열 TV광고 안부럽다!
아무리 재밌어도 과유불급
( 출처 : 충주시 페이스북 )
위트 있는 B급 콘텐츠로 잘 나가다가 하나의 잘못된 콘텐츠로 역풍을 맞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느 대기업 홍보채널 못지않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충주시의 SNS 채널입니다. 충주시 SNS는 병맛 B급 코드를 컨셉으로 다른 지자체와는 차별화된 채널로 성장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행사 홍보 포스터는 포토샵을 못 하는 홍보 담당자 덕분에 피피티로 제작되어 저퀄리티지만 다채로운 드립으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충주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19년도 4월에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고 6개월 만에 구독자 6만 명을 돌파하며 현재 지자체 구독자 수 1위인 서울시(7만 3천 명) 계정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하지만 충주시 유튜브는 얼마 전 하나의 영상 때문에 고난을 겪었는데요. 충주사과 언박싱 영상 중간에 타지역 사과에 안 좋은 평가를 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더 큰 재미를 주려고 했던 과감한 시도에서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소비자가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B급 유머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됩니다. 같은 욕을 썼지만, 한쪽은 욕을 먹고 한쪽은 재밌다며 극찬받는 경우가 나오는 것처럼 꾸준한 댓글 모니터링과 기획단에서 여러 방향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