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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보인다 - 매드타임스·518·2019. 07. 19

[사례로 본 지적재산권] 폰트 정확히 알기: 서체, 폰트 디자인, 폰트 프로그램?

폰트라고 하면 보통 글자체를 의미합니다. 서예와 같이 창작성을 갖춘 글자체도 있고, 동일한 스타일의 크기와 모양을 갖춘 글자체 한 벌인 “폰트 디자인”도 있습니다.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웹사이트나 문서를 작성하고요. 이 중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서예 글자체”와 “폰트 프로그램”입니다.

서예가의 글자는 저작물로서 당연히 보호됩니다. 이른바 영화 “축제” 사건인데요. 영화제작사인 태흥영화㈜는 영화 포스터를 만들면서, 서예가인 효봉 여태명이 출품한 “춘향가”의 내용에서, “축” 및 “제” 글자만을 따와서 사용했습니다. 문제가 된 이 글씨체는 일반 서민들의 삶과 얼이 담긴 독특한 서체로서, “民體”라고 명명되었는데요. 법원은 서예가가 연구하고 체계화한 글자체로 작품화한 서예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고, 이를 무단으로 포스터, 광고물 등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하였습니다.

영화 '축제'와 여태명 글씨체
영화 '축제'와 여태명 글씨체

그럼 오늘날 흔히 말하는 한 벌 글씨체인 “폰트”도 저작물로 인정될까요? 우리 법원은 폰트는 저작물이 아니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폰트를 웹사이트나 문서에 사용했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폰트파일을 다운받지 않고, 인터넷에 게시된 폰트 이미지를 캡처하여 일종의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붙여 넣은 후, 그 문서작성 프로그램에서 글자크기를 확대하여 출력한 다음 이를 스캔하여 그림파일로 저장하고, 그 후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그림파일을 불러들인 다음, 필요한 글자의 외곽선에 점을 찍은 행위는, 프로그램을 복제하거나 개작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습니다.

폰트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법무법인이 합의금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폰트 가 사용된 결과물을 보고 연락을 하는데요. 폰트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구매해서 작성했는지, 출처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폰트 이미지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므로,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폰트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설치해서 사용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폰트 프로그램은 컴퓨터나 프린터 등의 기기에서 글자를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폰트 도안을 디지털화하여 화면에 표시.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적인 데이터 파일입니다. 우리 법원은 글자체를 화면에 출력하거나 인쇄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 프로그램은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불법 복제된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복제권 침해, 이를 배포할 경우에는 배포권 침해에도 해당합니다. 아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함께 설치된 번들 글꼴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함께 설치되는 글꼴을 “번들”이라고 하는데, 이 글꼴들이 저장되는지, 어떤 위치에 저장되는지 일일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정품 소프트웨어(한컴오피스)를 설치할 때 저장된 번들 글꼴(윤고딕)을 다른 소프트웨어(포토샵)에서 사용한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일까요? 개발업체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요. 현재 한컴오피스는 번들 글꼴이 다른 소프트웨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도록 기능적으로 막아 놓은 상태입니다. 2014년 버전부터는 번들 글꼴을 별도 위치에 저장해서 다른 프로그램의 폰트 목록에 표시되지 않게 하는 개인 글꼴 컬렉션 기능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MS는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확실하게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어도비입니다. 어도비는 “타입킷(TYPEKIT)” 이라는 별도의 폰트 관리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타입킷의 폰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다 정확하게 저작권 문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폰트 프로그램은 삭제하거나 숨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래는 한글 폰트 개발업체와 교육기관의 저작권 소송에 대한 것입니다.

2015년에 윤서체를 개발한 그룹와이(구 윤디자인 연구소)는 인천지역 90개 초.중.고등학교가 윤서체를 사용하여 가정통신문 등을 작성하였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습니다. 해당 학교들은 교육청이 지정한 문서 프로그램을 설치했더니 윤서체가 자동으로 설치되었다고 항변했고, 이에 교육청은 교육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윤서체 글꼴이 포함된 프로그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천교육청이 윤서체를 275만원에 구매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그룹와이는 인천교육청과 1개 학교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요. 그룹와이의 주장은 윤서체가 설치된 컴퓨터의 경우, 문서 프로그램의 문서정보에 윤서체가 “사용된 글꼴”로 나오는데, 도교육청 문서에서도 윤서체가 “사용된 글꼴”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도교육청은 본청과 지원청, 학교에 확인해본 결과, 윤서체로 작성된 문서가 “대체된 글꼴” 로 나온다고 반격했습니다. 즉, 컴퓨터에 윤서체가 설치되지 않으므로 비슷한 글꼴로 대체되었고, 결국 윤서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고, 그룹와이가 요구한 4천만원은 과도하므로 1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후 그룹와이는 서울시교육청과 도교육청에까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룹와이는 도교육청에 배상액을 200만원까지 낮추어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은 200만원을 배상한 선례가 남게 된다면 향후 도내 학교를 대상으로 수십억원의 배상을 해야 하므로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외주업체를 통해서 홍보전단을 제작했는데, 외주업체가 불법으로 설치한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면 외주를 의뢰한 측이 책임을 질까요?

외주업체는 독립적인 지위에서 자신의 재량에 의해 저작물을 창작합니다. 따라서 결과물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외주 제작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주 제작을 의뢰한 이는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물만을 제공받았을 뿐, 폰트 프로그램을 받은 것이 아니니까요. 다만, 해당 이미지 파일에 사용된 글꼴을 특별히 지정하여 제작을 요청하거나, 이미지 파일이 아니라 AI, EPS와 같이 폰트가 내장되는 파일의 형태로 전달받는 경우에는 제작을 의뢰한 지에게도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 프로그램은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까요?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비영리 사용”을 조건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비영리 사용이어도 비영리 단체의 폰트 이용을 영리적 사용으로 규정한 폰트 업체들도 있고요. 따라서 인터넷에서 무료 폰트라 하더라도, 반드시 저작권사의 라이선스 정책을 확인하여 이용 가능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성된 한글은 획의 작은 변화에 따라 심미감이 크게 달라지며, 폰트 디자이너 한 명이 1년에 만들 수 있는 폰트는 기껏해야 2-3종일 것입니다. 한글 폰트를 제대로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종에 최소한 3~5천만원 정도가 필요하고요. 대법원에서는 윤서체의 손해액을 1백만원으로 산정했으니, 폰트 개발업체에서는 차라리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에게 폰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더 이익일 것 같습니다.

폰트 개발업체 산돌은 산돌구름 폰트를 만들어서 매월 9,900원의 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배포했습니다. 한 벌에 수 백만원을 요구하는 경우에 비하면,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은 아닐 것입니다. 단 이 경우에도 CI/BI 작업이나, 상업적 영상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아두어야 하고요.

폰트 자체의 사용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지만, 폰트 프로그램의 설치는 저작권 침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과연 폰트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폰트를 이용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요? 위의 대법원 판단처럼 폰트 이미지만을 따와서 사용한 것이 아닌 이상, 누군가는 폰트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설치, 배포했고, 저작권 침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폰트 개발업체에서는 컴퓨터에 해당 폰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일단 내용증명을 송부합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적법하게 구매했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개되어 있는 폰트 이미지만을 이용했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폰트가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하여, 정당한 권리침해 주장에도 억지를 부리는 것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한글 폰트 문제는 “무료 배포” 를 미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것인데요. 폰트 개발업체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폰트 프로그램의 재배포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폰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폰트는 돈을 주고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윤혜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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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타임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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