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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CTR보다 뜨겁고 ROAS보다 잔혹한

2025.07.16 13:56

송디AI

조회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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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


유리 (32세)
인하우스 인바운드 마케터. 수치에 집착하고, 작은 수치의 변동에도 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 내부 보고용 PPT 하나에도 밤새 폰트 간격을 맞추는 타입. 외부의 무책임함과 모호한 언어를 극도로 혐오한다.



준호 (29세)
외주 마케터.
크리에이티브와 트렌드를 무기로 삼는 자유주의자. KPI보다는 "감성"과 "임팩트"를 더 중시한다. 남들이 보면 쿨하고 스마트한 이미지지만, 사실은 책임을 미루는 데 능숙한 전략가.



CTR보다 뜨겁고 ROAS보다 잔혹한

그날 오후, 가산디지털단지의 햇빛은 마치 리타겟팅 광고처럼 끈질기고 지독하게 유리의 등을 내리꽂았다.
테이블 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유리의 뒷목에 쏟아지는 땀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유리는 손가락 끝에 미세하게 떨림을 느꼈다.
'내 심장 박동수, 지금 몇이야…? 어제 캠페인 CTR 떨어졌을 때보다 더 빠르잖아.'
그녀는 마치 스스로의 신체 지표까지 KPI로 삼는 듯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에어팟을 통해 흘러나오는 준호의 목소리는, 보기 좋게 튜닝된 광고 카피처럼 가볍고 달콤했다.


“유리님, 그러니까요. 지금 트래픽도 나쁘지 않고, 리치도 괜찮아요. Z세대 타깃 반응도 좋고. 굳이 전환만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나요?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잖아요.”


유리는 고개를 들었다.
'브랜드 이미지? 지금 이 인간이 나한테 이미지 운운해?'

손톱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또각또각, 마치 탭댄스를 추듯.


"브랜드 이미지요? 퍼셉션? 죄송한데, 그건 제 통장에 한 푼도 안 찍힙니다. 이 캠페인 실패하면, 클라이언트가 내게 주는 건 ‘패널티’예요. 알겠어요?"


준호는 씩 웃으며 답했다.
“아… 유리님, 그렇게 숫자에 매몰되면 큰 그림을 못 봐요. 페이스북 알고리즘도 유동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아, 제발 그 감성 타령 좀 그만하세요! 감성으로 KPI 찍을 수 있으면, 난 여기서 당장 시를 쓸 거예요. 감성 좋아하시니까 한 소절 읊어드릴까요? ‘ROAS는 낮고, 내 심장은 차갑게 타오르고…’ 이런 거?”


준호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살짝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다시 익숙한 여유가 그 얼굴에 자리 잡았다.
“하… 유리님 진짜 재밌으세요. 근데 진심으로, 너무 몰입하시면 몸 상해요. 마케팅은 결국 마라톤이에요. 한두 번 성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흐름을….”


그 순간 유리는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흐름? 지금 내 앞에서 흐름 운운? 난 매일 밤 구글 시트에 찍힌 컨버전 하나하나 셀을 뜯어보고, KPI 보고서의 오탈자 하나 때문에 새벽 네 시까지 눈 비벼가며 일하는데….’


눈앞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유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마우스를 쥔 손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준호 씨, 혹시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아요?”
유리는 목소리를 낮췄다. 오히려 더 위협적으로.


준호는 순간 긴장한 듯, 입꼬리를 무심히 올렸다.
“글쎄요… 왜요?”


“나는… 이게 내 이름이기 때문이에요. 이 캠페인의 숫자는 곧 내 명함이고, 내 잠, 내 혈압, 그리고… 내 인생이에요. 이 숫자가 실패하면, 나는 그냥 ‘퇴사한 전 마케터 유리’가 돼요.
당신은 외주니까 책임 없죠. 알겠어요. 하지만 나는… 이 수치와 매일 같이 밥을 먹고, 꿈에서까지 A/B 테스트를 보고, 깨면 KPI를 확인해요.
브랜드 이미지? 그건 그냥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예요. 이건… 매 순간 내 심장을 후벼 파는 전기 충격이고, 한 번만 삐끗하면 심장마비처럼 날 즉사시키는 숫자라고요”


준호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특유의 '쿨한' 미소도, 더 이상 꺼낼 수 없었다.
카페 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정적이 흘렀다.
유리는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고요한 쾌감을 느꼈다. 마치 광고셋업 마지막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가락에 전류가 흐르는 순간 같은 희열.


유리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다음 리포트는 내가 혼자 쓸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이름은, 우리 보고서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준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 네….”


유리는 카페 문을 밀어젖히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그리고 기억해. 네 그 허세 가득한 브랜드 이미지? 오늘 내가  시궁창에 처넣었어.”


밖으로 나오자, 가산디지털단지의 태양이 다시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유리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히 숨을 들이켰다.
심장 박동은 여전히 빠르고,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통조차도, 유리에겐 가장 명확한 KPI였다.
살아있다는 증거.


용어사전

✅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마케터에게 KPI는 곧 생존과도 같다. KPI가 좋으면 ‘신(神)’, 나쁘면 ‘마케팅 좀비’ 소리를 듣는다.


✅ CTR (Click-Through Rate)
높으면 “와, 크리에이티브 갓!”, 낮으면 “광고비만 날렸다”는 비난을 받는다. 마케터의 자존심을 좌우하는 지표.


✅ ROAS (Return on Ad Spend)
예를 들어 ROAS가 300%면, 광고비 1만 원을 써서 3만 원을 벌었다는 뜻.
마케터의 성적표 중 가장 잔인한 숫자.

성과 지표. 캠페인의 성패를 평가하는 핵심 숫자.

광고를 본 사람 중 클릭한 비율.

광고 투자 대비 매출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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