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은 무게감'과 '낮은 심리적 장벽'을 무기로 구매를 유도합니다

<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고객의 심리를 건드립니다
토스쇼핑은 출범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이미 8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토스쇼핑 이용자의 약 58%가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고요. 재구매율 역시 57.6%로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트래픽으로만 보면 지마켓을 넘어섰고, 구매 전환율과 재구매율에서는 이미 알리, 테무를 제치고 쿠팡, 네이버 다음으로 3위권에 자리 잡은 거죠.
버티컬 커머스도 아니면서 네이버와 쿠팡이라는 거대 플랫폼 사이에서 토스쇼핑이 이렇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토스가 진정한 ‘발견형 커머스’를 제대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토스쇼핑이 추구하는 발견형 커머스는 특정 상품을 찾으러 들어오는 기존의 ‘검색형’ 커머스와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평소 토스 앱을 자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포인트의 사용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우연히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구조죠.
토스는 이러한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쇼핑의 UI와 리워드 구조를 아주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상품 목록을 단순히 스크롤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성공이 입증된 전략인데요. 토스는 이를 국내 사용자들의 경험에 맞춰 다시 해석했습니다.

알리나 테무 같은 해외 C커머스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격을 낮추고 여러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한 번에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토스쇼핑은 조금 다른 접근을 취합니다. 각종 이벤트와 미션을 통해 십 원 단위로 포인트를 모으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거죠.
출석 체크, 걷기, 주변 친구 앱 열기와 같은 다양한 미션형 리워드 프로그램은 일명 ‘온라인 폐지 줍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중장년층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은 포인트를 모으는 과정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렇게 모은 포인트를 고민 끝에 상품 구매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까지 얻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리텐션 전략을 넘어, 심리적인 루프(loop) 설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알리나 테무는 개별 상품 단가는 낮아도 구매당 금액이 높은 반면, 토스쇼핑의 평균 지출액은 약 29,100원으로 쿠팡과 네이버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실제로 토스쇼핑에서 인기 있는 상품들도 식품이나, 예전 소셜커머스 시절 유행했던 딜 형태의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역할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토스쇼핑이 발견형 커머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토스 플랫폼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매우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과는 GMV(총 거래액)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같은 절대적인 지표로 평가되는데요. 하지만 토스쇼핑이 플랫폼 내부에서 부여받은 임무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토스의 포인트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부채를 효율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이죠.
토스가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포인트 리워드는 회계상으로는 일종의 부채로 잡힙니다. 사용자가 적립한 포인트를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지속될 뿐 아니라 사용자가 포인트를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리텐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스쇼핑은 사용자들이 포인트를 ‘유용하고 가치 있게’ 느끼도록 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소진까지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적정한 수준에서 포인트가 꾸준히 순환되면, 무리하게 거래액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필요가 없고요. 게다가 MAU는 이미 토스앱 내에서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 토스쇼핑이 굳이 새로운 트래픽을 견인해야 할 부담도 적습니다.
이 점에서 같은 발견형 커머스를 추구하는 올웨이즈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는 분명히 대비됩니다. 올웨이즈는 ‘올팜’과 같은 미니게임 기반의 커머스로 단기간에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단일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상품력과 운영 방식을 키워야 했죠. 그래서 지금은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이미 네이버 앱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트래픽을 확보하며 성장했지만, 쿠팡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면 더 큰 거래 규모와 높은 빈도의 방문이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브랜드 중심의 쇼핑 플랫폼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고, 결국 사용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서비스’가 되는 과제를 안게 되었죠.
반면 토스쇼핑은 상대적으로 어깨가 가볍습니다. 무리하게 MAU나 GMV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고, 오히려 사용자들의 자연스러운 포인트 소진 흐름만 잘 유지하면 충분하기 때문이죠. 또한 토스쇼핑은 SNS형 콘텐츠 커머스와도 명확히 다릅니다. 지금은 사라진 ‘스타일쉐어’나 현재 무신사가 운영 중인 ‘스냅’ 같은 콘텐츠 중심 커머스들은 고객의 흥미와 발견을 유도하는 데 적합하지만, 구매에 대한 적극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실제로 많은 플랫폼들이 SNS형 콘텐츠를 도입했지만, 콘텐츠가 아무리 풍성해도 높은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자주 마주했죠.
하지만 토스쇼핑 사용자들은 이미 ‘포인트를 써야겠다’는 목적의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구매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매우 낮습니다. 구매 전환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 이유고요. 이렇게 토스쇼핑은 명확한 ‘알맞은 무게감’과 ‘낮은 심리적 장벽’을 무기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질주하고 있는 겁니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 제대로 보여줍니다
토스쇼핑의 전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책 《플랫폼 레볼루션》이 떠오릅니다. 마셜 밴 앨스타인 외 두 명이 2016년에 출간하고 국내에는 2018년에 소개된 이 책은 플랫폼의 성장 원리와 성공 전략을 다룬 대표적인 기본서인데요. 이 책은 플랫폼이 성장하려면 결국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토스쇼핑은 이 중에서도 ‘교차 네트워크 효과’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란 한쪽의 사용자가 늘어나면 다른 쪽 사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말하는데요.
토스는 이미 높은 사용자 트래픽과 풍부한 포인트 보유자를 바탕으로 ‘토스쇼핑’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판매자들이 유입되면서 사용자와 판매자가 서로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즉, 사용자가 많아지니 판매자가 따라 들어오고, 판매자가 많아지면 포인트 사용이 활성화되어 다시 사용자가 몰려드는 양면시장 특유의 자생적 균형이 만들어진 거죠.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플랫폼의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요.
때때로 업계에서는 "토스쇼핑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네이버에 이어 3등이라도 충분히 유효하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토스쇼핑을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단순히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토스쇼핑은 독립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커머스가 아니라, 토스 앱 전체 생태계 안에서 수많은 리텐션 프로그램과 트래픽 순환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발견형 쇼핑 플랫폼으로서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히는 토스쇼핑이기에, 어쩌면 이미 1등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글쓴이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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