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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시선·594·2024. 01. 06

더바디샵, 빛나던 시절 어디로 갔나?

이대 앞의 더바디샵 회상


여러분은 더바디샵을 잘 아시나요? 


아마 20-30대라면 더바디샵보다는 오히려 이솝, 러쉬와 같은 브랜드를 비슷한 느낌으로 먼저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출처: happi)


더바디샵은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상륙한 영국계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대학교 1-2학년 때 처음 이화여대 앞의 더바디샵 매장에 처음 가면서 이 브랜드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 때만 해도 브랜드의 스토리와 철학에 매료되어 참 좋은 브랜드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더바디샵은 영국 남부 브라이턴에 주부였던 애니타 로딕이 1976년 첫 매장을 오픈했었는데요. 처음에는 용기도 없어 화장품을 리필해주는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했지만 입소문을 타서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 업체는 공정무역으로 원료를 조달하고 천연 성분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다보니 선한 기업, 착한 기업의 이미지로 급성장 하게 됩니다. 


(출처: 조선일보) 


또한 용기가 없어 시행했던 리필 정책은 이제는 더바디샵을 포함해 록시땅과 같은 브랜드도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해 빈용기를 가져오면 제품을 담아주는 정책을 하고 있죠.  

하나의 브랜딩 요소로 재탄생한 겁니다.


제 대학시절 한달에 몇 십만원으로 생활을 했다보니, 더바디샵의 제품은 저에게는 꽤 고가였습니다. 그래서 갈 때마다 테스터기로 시향도 하고 테스트 제품을 바르며 브랜드를 경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맡았던 ‘화이트머스크’ 향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지금도 화이트 머스크향이라고 하면 표준향을 더바디샵의 바디스프레이를 떠올릴 정도니까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더바디샵의 성장세와 성공스토리는 대단했습니다. 

초반에 했던 마케팅 캠페인도 ‘자신의 몸을 사랑하자’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내 몸 긍정주의’의 선구자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게 소비자에게 꽤 설득되었고요. 


그 결과 1980년대 초반에 100여개였던 매장이 1990년대에는 1,000여개로 늘어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2,000개 이상의 매장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착한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갖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고래포획금지 운동, 오존층 보호 캠페인,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등은 더 바디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죠.  


(출처: cosmetic business) 


그러나 더바디샵의 주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사세는 확장했지만 무언가가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더바디샵, 4분의 1토막 나다 



더 바디샵이 승승장구하던 2006년에 로레알에 6억 5,200만 파운드에 인수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현재 가치로 환산해보면 1조 860억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브라질의 최대 화장품 기업인 나투라에 2017년 재매각이 됩니다. 더바디샵의 주인이 로레알에서 나투라로 바뀌고, 이 때 인수 가격은 8억 7천만 파운드로 기존 대비 훨씬 높은 가치로 평가받았죠.



참고로 나투라는 브라질 최대 화장품 기업으로 더바디샵 외에도 지난 2013년에 호주의 고급 스킨, 바디케어 브랜드인 이솝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바디샵을 인수했던 브라질 기업 나투라는 실적 악화와 부채 등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결국 더바디샵을 매각하기로 합니다. 앞서 인수했던 이솝은 로레알에 25억 3천만 달러에 매각했고, 2023년에 더바디샵을 사모펀드운용사인 아우렐리우스에 2억 7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매각합니다.  


이 가치는 더바디샵이 최고의 몸값을 찍었던 8억 7천만 파운드 대비 4분의 1토막난 수준입니다. 


(출처: 매일경제)  



더바디샵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대학시절 동경했던 더바디샵은 저 역시 그 후 오랫동안 찾지 않았습니다. 다른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요. 물론 이유는 제각각이었겠지만, 소비자들이 더바디샵에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는 데에는 크게 (1)가치의 표준화 (2)트렌드에 뒤처짐 (3)선택지의 다양성 을 들 수 있겠습니다.  


(1) 가치의 표준화


더바디샵이 기존 화장품들과 차별점이 있었다면 제품 자체보다는 그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천연성분을 넣은 화장품은 당시에도 더바디샵만의 특징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성분만을 강조했다면 경쟁자들에게 충분히 밀릴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브랜드의 MEC(Means-End Chain)인 수단목적 가치사슬 모형에서 래더링 기법(Laddering technique)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좌우간, 더바디샵은 성분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그들은 화장품 회사이지만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들은 1999년부터 화장품 제조에 있어 동물실험 반대캠페인을 벌였고, 이는 더바디샵의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준 대표적인 활동이었죠. 


(출처: 조선일보,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하는 더바디샵의 이미지)  


이 외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고래포획금지, 오존층 보호 캠페인과 같은 환경보호 문제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성매매근절 캠페인, 가정폭력 반대 캠페인과 같은 사회 문제에도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의 경우 소비자 400만명의 탄원서를 모아서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움직임을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에 영감을 받은 후속 경쟁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고, 환경에 관심을 갖고 사회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화장품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즉 모든 후발 경쟁 기업의 기본 장착템으로 ‘사회문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ESG 기업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겁니다.


이후 등장한 이솝, 러쉬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들이 더바디샵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소비자들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선사하면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전부터 ESG 소비, 가치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로 인해 다른 기업들도 비건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더바디샵의 차별화는 표준화가 되어 더이상 차별적 요소가 되지 않았던 거죠. 


(2) 트렌드에 뒤처짐


두번째로 소비자들이 외면한 이유에는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것을 들 수있습니다. 

주 소비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MZ세대들에게 있어 더바디샵은 올드한, 예전과 그대로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키지가 일부 변경했지만 이들은 예전 방식의 유통채널을 고수하고 있고, 매장을 꾸미는 일도 게을리 했죠.  


Z 세대에게 더바디샵의 이미지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 경쟁업체 ‘러쉬’는 톡톡 튀는 신선함을 가져다 줍니다. 참고로 러쉬의 경우 작년 유럽 전역의 신규매장, 리모델링을 위해 740만 파운드(124억원)를 투자했지만 더바디샵 매장은 오랫동안 같은 디자인을 지키려고 애썼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예전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 역시 브랜드를 관리하는 전략입니다.  


(3) 선택지의 다양성


그리고 선택지가 정말 많아졌죠. 굳이 더바디샵을 사지 않아도 더바디샵과 아주 비슷한 성능을 가진, 그러나 훨씬 저렴한 제품이 시장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일례로 어느 기사를 보니, 더바디샵에서 판매하는 시어 버터(바디용) 제품은 19파운드에 판매가 되지만, 화장품 전문점인 ‘부츠’에서 PB 브랜드로 만든 비슷한 제품이 8파운드에 팔립니다.  


소비자들이 더바디샵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매력적이라 동일한 성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에 2배의 가격을 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바인딩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더바디샵은 그러지 못했죠. 


더불어 수년동안 고금리,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에 관심을 갖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선택을 합니다. 이 선택지에 더바디샵은 밀리고 있는 것이죠.  



마케터의 시선 


더바디샵이 옛 영광을 잃어버린 상황에 대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분석해 본다면 저는 브랜드의 래더링 기법, 브랜드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선 브랜드의 래더링 기법은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브랜드 래더링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강화하고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다리 타기 효과라고도 하는데요. 


브랜드가 속성-편익-가치의 방향으로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 구분을 하게 만들고 브랜드 포지셔닝에 중요한 전략적 메시지를 만드는 기법입니다. 


브랜드 속성은 Attribute로 브랜드의 물리적, 기술적, 디자인 특정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든다면 화면 크기, 카메라 품질 등을 들 수 있죠.  


브랜드 편익은 benefits로 제품,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이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부여하는 심리, 사회, 감정적 가치를 나타냅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든다면 혁신적 가치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또 다른 예로 자동차 메이커 BMW의 속성-편익-가치를 이야기하면 엔진의 역량(속성) - 운전의 즐거움(편익) - 최고의 운전경험(가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래더링 효과의 경우 더바디샵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더바디샵의 경우 


속성 - 천연성분, 다양한 제품 라인업

편익 - 쇼핑의 편의성, 피부에 맞는 맞춤형 제품의 선택

가치- 사회적 책임, 환경에 관심이있는 브랜드, 내 몸 긍정 주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바디샵의 문제점은 속성, 편익의 상위 개념으로 내 몸을 사랑하고 사회 환경에 관심있는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지만, 스스로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브랜드가 로레알에 매각된 것입니다. 더바디샵은 주인이 3번 바뀌었습니다. 창업자 애니타 로딕 이후 로레알(2006년)로 바뀌었고, 2017년에는 브라질 최대 화장품 기업인 나투라에 인수되었죠. 그리고 실적악화로 인해 2023년 아우렐리우스에 다시 팔리면서 주인이 바뀝니다.  


주인이 바뀐 것을 보니 브랜드 훼손에 대한 의미를 아실 겁니다. 더바디샵이 강조했던 사회 캠페인, 동물실험 반대가 브랜드 가치, 아이덴티티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레알에 매각했던 겁니다.


로레알은 30년 넘게 동물실험을 진행해온 역사가 있고, 2006년에도 로레알은 여전히 동물실험을 했던 기업입니다. 2013년 들어서야 제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즉 더바디샵이 로레알의 품에 안겼던 2006년에는 동물실험 반대캠페인을 외치던 기업이 동물실험을 하는 기업의 품에 들어가니,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더바디샵은 래더링 기법 중 가장 상위 개념인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전략을 세우고 소비자들에게 고몰입을 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를 발로 차 버린거죠. 어쩌면 2006년부터 더바디샵은 시나브로 빛을 잃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측면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은 기업들은 경영자가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어도 꾸준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브랜드 경영권을 갖고 움직입니다. 이들은 브랜드가 아이덴티티를 쌓아올리고 소비자들에게 동일함 감정을 심어주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견고하게 올라서기 전까지는 어떠한 작은 요소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공들여 쌓아올린 것들에 대해 지키고 유지보수하기 위해 트렌드를 읽고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변형해 가면서도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고 하죠.  


아래 스타벅스도 그러했고, BMW도 그러했습니다.  



더바디샵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경쟁기업 러쉬에서 받는 느낌과 사뭇 다릅니다. 

새롭게 주인(?)이 바뀐만큼 옛 영광을 찾기 위해 더바디샵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고 브랜드는 밸류에이션을 올리기 위해 단기간 상당히 빡센 노력을 할 겁니다.


사모펀드 회사가 인수를 했다는 것은 몇 년간 체질개선하고 다시 판매하겠다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훼손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대학교 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더바디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에서 나아가 레트로를 이끄는 새 트렌드가 되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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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년동안 증권사, 미디어업계에서 쌓은 금융,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이슈, 트렌드를 분석하고 마케터 시각에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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