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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텔·리조트 사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아난티 이야기

마케터의 시선·1,996·2023. 11. 03

안티에이징에서 이젠 슬로우에이징으로!

시대와 단어  


제가 마케팅을 처음 제대로 공부를 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은 없었지만, 당시에도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이 중요했고, GPS에 기반해 쿠폰을 발송하는 이야기가 등장했고, 브랜딩 전략이라는 것과 3C, SWOT 분석 등이 다루어졌습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의 행동’을 전환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보니, 오랜 시간 어떻게 하면 고객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의 연속이었죠.  


그 중에서도 ‘화장품’ 산업은 마케팅에 있어서 거의 정점에 있는 산업입니다. 요즘에는 ‘향수’에 대해 그런 생각을 더 갖고 있긴 합니다만, 화장품은 판타지를 파는 산업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출처: 캔바)


화장품을 바른다고 해서 주름이 없어지거나, 주근깨가 없어지거나, 여드름이 쏙 들어가진 않죠.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 제품의 카테고리를 ‘의약품’으로 구분하지 않고 ‘화장품’이라 하여 모니터링합니다. 그런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된 광고 환경 속에서도 화장품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판타지를 심어줍니다.


꾸준히 이 제품을 사용하면 어떻게 된다. 임상시험을 했더니 이러한 효과가 있었다. 등등 똑똑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감수성이 넘치는 고객을 위해서는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광고 카피로 사람의 마음을 훔칩니다.


그래서 화장품 산업은 궁극의 광고 카피, 메시지를 설계하고 사람들에게 다양한 광고 마케팅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게 오래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노화’ 관련된 단어로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써왔습니다.


(출처: 헬스조선)  



안티에이징은 ‘나이가 드는 것을 막는다’라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에서의 Anti 라는 부정단어 자체가 그동안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은 안좋다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했죠. 


그래서 수많은 여성들이 나이에 들지 않기 위해 화장품을 바르고 에스테틱샵을 다니고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을 통해 팽팽한 피부가 아름답다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를 보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안티에이징’ 단어를 쓰면서도 한편으로 ‘안티에이징’을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지만 패러다임이 너무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 단어를 쓰지 않고 마케팅을 하는 것은 사실 힘들었죠.


그런데 올리브영, 쿠팡과 같은 기업들이 최근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안티에이징 대신 ‘슬로우 에이징’이라는 단어로 말이죠! 



슬로우 에이징은 왜 뜰까요?  


얼마전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인구 나이의 중위값은 43세였습니다. 아프리카가 19세였고, 인도가 28세였는데, 한국의 인구를 나이 순으로 쭉 세워서 딱 중간값이 43세였다는 겁니다.  

그 의미는 우리 나라가 확실히 고령사회로 향하고 있구나, 라는 것입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평균수명은 증가하니 당연한 현상이긴 한데, 그러다보니 나이듦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분명합니다.  


나이 들면 안돼! 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나이들수 있을까? 라는 화두가 뜨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한국의 인구 구조의 변화와도 맞물리는 사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동안피부, 아기피부와 같은 단어 대신에 웰에이징, 슬로우에이징이라는 단어가 관심 속에서 뜨고 있는 겁니다.  

(출처: 캔바)  


글로벌 패션 매거진 얼루어의 경우에는 2017년부터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했는데요. 기사를 보니 얼루어에서 이 단어를 쓰지 않은 이유가 안티에이징 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가 노화를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노화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생각도 바뀐다는 것이죠.  

미국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보니 미국에서는 2022년 노화방지 관련 화장품에 7조 3000억원(USD 54억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미국의 산업에서도 ‘노화를 방지’한다는 단어를 쉽게 사용해왔고 늙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서는 판타지를 팔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이 자연스럽고 잘 늙어가는 것에 방향을 틀면서 전반적인 메시지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노화, 웰 에이징과 관련하여 기능성 제품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주름개선 화장품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거죠.


(출처: 매거진 한경) 


올리브영에서는 최근 ‘슬로우 에이징’의 슬로건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존의 안티에이징이라 생각했던 영역인 ‘탄력 관리’ 에서 확장해 모공, 안색, 흔적 개선 등을 슬로우 에이징 영역에 넣어 기능성 제품들을 선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너 뷰티 쪽의 제품 카테고리도 함께 넣어서 슬로우 에이징 영역으로 분류했죠. 예를 들어 W케어(여성건강과 밀접한 상품), 이너뷰티(제품 섭취를 통해 관리를 돕는 화장품)과 같은 제품을 슬로우 에이징 영역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쿠팡도 슬로우 에이징 뷰티 테마관을 만들었습니다.  

쿠팡에서는 클렌징을 통해 모공을 청소한다는 개념으로 클렌징 라인, 미백 탄력 보습으로 피부를 채운다는 개념의 제품 라인업, 자외선 차단 네일 등 스페셜 케어, 마스크 패드를 이용한 데일리 케어까지 5개 단계 제품을 라인업 해서 선보였죠.  


이들 모두 집중하는 것은 MZ세대입니다.

40대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안티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홍삼 추출물, 캐비어를 비롯해 각종 귀한 재료를 넣었다고 선전해오던 화장품 업계가 이제는 천천히 아름답게 늙자는 테마로 아예 20-30대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고 타깃 포지셔닝을 바꾼 겁니다. 


그러면서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다운(Down)이 되었습니다. 4050세대를 겨냥한 ‘안티에이징’ 제품들은 가격대가 상당했었죠. 보통 10-30만원대 제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2030대부터 노화를 관리하기 위한 제품들을 마케팅 하려니 가격은 몇 만원 대로 확 떨어진 겁니다. 


국내 기능성 시장은 점점 확장 추세에 있습니다. 시장 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이 올해 1분기 기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최근 1년 사이에 국내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4조 1113억원인데 이 중 기능성 제품 비중이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살펴보자면, 언어와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안티에이징에서 슬로우에이징으로 바뀌기까지 사실 올리브영, 쿠팡과 같은 뷰티 업계의 독적점 유통플랫폼 지위를 갖는 업체들이 나서서 하기 전에도 수많은 회사에서 안티에이징을 쓰지 말자는 논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출처: 캔바) 

그러나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매몰되어서 그동안 패러다임이 흘러갔기 때문에 새로운 단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새롭게 인식의 전환을 위한 학습 비용이 들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대단한 마케팅 비용을 투하해야 겨우 바뀔까 말까 하는 단어가 바로 ‘안티에이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용기있게 시장에 새로운 단어를 정의내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써야만 소비자의 객단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내로라하는 명품 화장품들이 ‘안티에이징’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 제품들은 대부분 고가의 기능성 제품들입니다. 그리고 그 제품들의 가격은 때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쌉니다. 


일전에 시슬리라는 브랜드에서 글로벌안티에이징? 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본적이 있는데 제품 가격이 95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 한통을 다 쓰면 정말 동안피부, 촉촉 아기피부가 될까? 라는 생각을 가진 구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 제품을 쓰겠죠.  


그리고 이 환상을 더하기 위해 업체들은 홍삼과 같은 약성분을 넣기도 하고 캐비어를 넣어 70만원 이상의 가격을 붙여 팔기도 했습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로 객단가를 10배나 올릴 수 있다보니 화장품 업계는 그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죠.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화장품 업계의 경쟁은 지나치게 치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사항은 너무나 많습니다. 중국에서 활약했던 많은 기업들도 최근 중국내 소비 흐름이 바뀌면서 국내에 더 몰입하는 모습이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이 필요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고가의 ‘안티에이징’ 제품이 아니라 저가,중가의 ‘슬로우에이징’ 제품을 어필해야 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탄력/주름개선에 초점을 두었던 안티에이징 제품 영역이 슬로우 에이징으로 확장되면서 미백, 모공, 흔적, 클렌징 및 이너뷰티까지 확장해 세일즈를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있어 상술이라는 것이 너무나 뚜렷해 보이고, 그만큼 여러 카테고리 제품을 하나의 단어 안에 판매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그러나 상술을 넘어 중요한 것은 이제는 늙지 않는게 미덕이 아니라 잘 늙는 것이 현명하다는 문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름 없이 탱탱한 50대보다는 약간의 세월의 주름과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으로 늙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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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년동안 증권사, 미디어업계에서 쌓은 금융,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이슈, 트렌드를 분석하고 마케터 시각에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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