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미국 16위 은행의 48시간도 안된 파산
지난 3월 10일 미국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의 투자 생태계를 이끌어왔던 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지난 1983년에 설립되어 40년동안 스타트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은행이 갑작스럽게 파산해 실리콘밸리는 주말내내 난리였습니다.
사실 이번 파산은 너무나 놀랍게도 48시간 내에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은행은 원래 IT 스타트업, 자본가들과 거래를 해왔는데 최근에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라 꾸준히 금리를 인상을 해왔거든요.
그 결과 스타트업들이 조금씩 예금을 인출했던 겁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증자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존에 투자했던 장기국채를 만기 전 매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하면서 손실을 봤던 겁니다.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이 국채 매각으로 인한 손실은 18억 달러 (2조 4천억원)가 발생했고,
이 소식이 뉴스를 타고 SNS를 타더니 사람들의 공포심이 급격히 커진 겁니다.
그로 인해 스타트업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규모 뱅크런 (고객의 대량의 예금인출사태)이 벌어졌고, 36시간 내에 무려 56조원의 예금 인출이 벌어졌죠.
추가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실리콘밸리 은행은 공포심으로 인해 이틀동안 주가가 무려 60% 이상 급락하면서 거래 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구글 주식)
실리콘밸리 은행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미국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경기 위축을 우려해 정부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펼쳐왔고, 유동성을 공급했었죠.
넘쳐나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스타트업에는 투자붐이 불었고, 부동산, 가상화폐, NFT 등 투자가 활발해졌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역시 이러한 순풍으로 수많은 스타트업, 자본가들이 단기간 꽤 많은 예금을 했고, 2021년 예금은 전년동기대비 86%나 증가해 1,89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발생하고, 고객들에게 예금 이자를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장기 채권에 투자를 합니다.
실리콘 밸리 은행 역시 미국 국채를 비롯해 안정적인 장기 국채에 투자를 했죠.
그러나 작년부터 미국은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연중 내내 금리 인상 기조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장단리 금리가 역전하는 기현상도 펼쳐졌죠.
이렇게 지속적인 고금리 환경 속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조금씩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실리콘밸리은행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중이었던 장기채권 중 일부를 만기 전 매도했던 겁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해 국채 매각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보유한 자본 대비 투자 손실이 그렇게 치명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만,
이 뉴스가 CNN에 나오고 블룸버그를 타고 나왔고, SNS에서는 심지어 가짜 뉴스까지 양산되면서 시장에 공포심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하루동안 420억 달러, 한화로 약 56조원이나 인출했던 겁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해보면 3가지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예금자 보호를 넘어선 자금
한국은 은행에 돈을 예치하게 되면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5천만원까지 원금에 대해 보호를 받습니다.
미국은 25만달러, 한화로 약 3.3억원을 보호받는데요.
이번에 실리콘밸리은행의 예치금 1,754억 달러 중에 예금자 보호 대상을 이미 초과한 금액이 1,515억 달러로 전체 예치금의 85%에 해당했습니다.
그만큼 소규모 개인 예치금 보다는 스타트업에서 대규모 예금들이 들어왔던 겁니다.
실리콘밸리은행 고객의 44% 정도는 IT 테크 기반, 헬스케어 기반의 고객이었는데요. 만약 뱅크런으로 인해 문을 닫고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해 해당 금액이 증발할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가 초토화될 위험이 있었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급제이기 때문에 주 단위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데, 주거래 은행이 파산되는 건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은행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인도, 중국, 영국 등 전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모니터링 해야 했죠.
[2] 긴급한 대응
다행히도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만에 미국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3월 10일 사건 발생 후 이틀뒤인 3월 12일 미국 정부는 SBV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한겨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발언 모습)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부장관은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해법에 승인했던 거죠.
여기에는 미국 연준,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합심해 은행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새기금(BTFP)를 조성한다고 나섰구요. 이 용도로 최대 250억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재무부는 승인했습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시스템적 리스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이번 은행의 뱅크런, 파산 사태는 지난 2008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겁니다.
사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총 자산이 276조 5천억원이나 되고, 역대 미국 파산 은행 중 2번째 규모이다보니 시장의 우려가 크긴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어 왔고, SBV 사태 이후 즉각적인 정부 대응으로 금융권 전반에 거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떨어진 겁니다.
[3] 공포를 조장한 SNS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실리콘밸리 은행의 뱅크런 사태는 너무나 급격하게 일어난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거래의 고도화로 인해, SNS에 SBV 소식이 퍼지고 가짜뉴스가 생산되면서 시장에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일련의 심리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단기간 대규모 뱅크런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뱅크런 하면 사람들이 오프라인 지점에 줄을 서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모습들이 연출되었지만, 이제는 SNS 에 나온 소식을 보고 진위여부의 파악을 하기 전에 발빠르게 액션부터 취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의 모습은 자주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시장의 ‘공포심’으로 인한 투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성보다 공포가 누르는 상황은 SNS에서 가짜 뉴스, 선동과 관련되는 환경으로 인해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이러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