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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그리고 사람 이야기·1,733·2021. 02. 25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사일로

2020년 1월 5일. 중국 출장길에 오르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폐렴이 유행이니 마스크를 사 가지고 오라는 전화였다. 곧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라 마스크를 살 때도 딱히 없었을 뿐 아니라, 땅덩이 넓은 중국에 우한이라는 곳은 처음 들어보는 터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었다.
 상해-산동-취푸-제남-서울로 이어지는 출장길이었고, 현지인들과 뒤섞여 기차는 물론이며 가로등도 없는 길을 1시간씩 달리는 시골길을 말 안 통하는 택시기사를 무작정 믿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했다. 한 겨울 제남 역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꺼지는 일을 겪었고, 공안에게 택시 잡아달라는 요청을 해 잡아탄 택시가 길 한가운데 날 세워놓고는 돈을 두배로 달라는 협박도 했었다. 설상가상으로 귀국행 비행기는 눈바람에 5시간이 넘게 연착되었는데, 뒤돌아보면 살아온 게 감사하다.
 '다시는 중국 출장은 안 가야지'를 수도 없이 외쳤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몰랐다. 아예 그 어느 곳도 나가지 못할 상황이 펼쳐질 것을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내겐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통째로 막혀버리는 충격을 선사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줌(ZOOM)이나 팀즈(MS Teams)를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연결되지만, 작년 1월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 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았다. 1년이라는 시간은 이제 모든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초등학생부터 비즈니스맨, 글로벌 플레이어 대부분은 이제 모두 여러 가지 협업 툴에 너무나 능수능란하다. 직접 얼굴을 못 보지만, 그 나름의 방식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를 수행해 나갈 뿐 아니라 때로는 랜선 회식으로, 때로는 비디오 메시지로 서로의 기념일을 축하하고, 만나고 헤어짐을 이어간다.

 이는 비단 글로벌 비즈니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의 한국 오피스들은 1년이 넘도록 전면 재택근무를 문제없이 수행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사무실을 나가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상이 뉴 노멀이 되었다. 글로벌 본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니, 이런 재택/원격 환경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조직에 갓 둥지를 튼 신입직원임을 알게 되었다. 새로 조직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 말이다. 경력이 몇 년이어도 상관없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과 일하게 된 사람이라면 모두 초보이고, 신입이다. 이들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제약을 한가득 안고서 적응과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몇 번의 적응 경험을 가졌든 상관없다.

 우선 가장 괴로운 것은 마스크다. 누구를 만나도 얼굴의 반쪽이 가려진 상태로 사람을 만나게 되니, 아무리 인사를 해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제대로 된 얼굴을 모른 채 눈부터 이마 위까지만 아는 사이가 된다. 상상은 비껴가기 일수고, 이젠 마스크를 쓴 얼굴만 기억하게 되는 웃픈 사실이 그들에게 또 다른 공포감을 전한다. '마스크를 하루아침에 모두 벗어버리게 되면 어쩌지?'

 두 번째로는 암묵지를 배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면 미팅, 협업 업무 등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문제를 해결하며 알게 모르게 배우는 한 조직의 Norm을 학습 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한 조직의 기본적인 업무 방식은 말과 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조직에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은 이미 조직의 Norm이 몸에 배어 있고, 새로운 사람은 이를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학습이지만, 재택과 원격은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 버렸다.

 마지막은 기존 커뮤니티 안으로 나를 구겨 넣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9시면 닫히는 식당과 5인 이상 집합 금지, 더욱이 코로나로 저녁 한번 먹자고 말하기도 두려운 일상이다. 물론 술이나 밥이 모든 네트워크의 시작점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에게 밥이 남 다른 의미인 것은 분명하다. 일부러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면 소외되고 남겨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얼마 전 기업들이 자율좌석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때도 일어났던 일이다. 매일같이 마주 해야 할 동료들이 어디 앉아 있는지 알 수 없고, 자신 역시 하루하루 새로운 자리에 앉아 근무하게 되면서 동료 간의 유대감과 적응을 도와줄 상대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경력이건 신입사원이건 조직에 새롭게 들어오게 된 사람들이 퇴직의 문턱으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이 몇 해 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런 현상이 모든 기업, 모든 조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그렇다. 코로나로 새로운 사일로가 강화되고 있다. 기존의 알고 있던 편한 사람, (코로나에 깨끗하고, 술자리를 하더라도 말이 안 나올 만한) 믿을 만한 사람들과는 그 커뮤니티의 강도나 빈도가 더욱 강화되는 반면, 무언가 께름칙하거나, 완전한 신뢰가 없는 사이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저녁을 먹어요'나 '나중에 코로나 풀리면 식사 한번 하시죠'가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기존 네트워크가 더욱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다만, 조직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 잘 정착하고 융화되어야만 기업은 그들을 채용한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임을 명심하자.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가진 신규 입사자들이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조직에 빠르게 융화되어 공유된 가치를 이해하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내재화하도록 돕는 일에 몇 배의 노력을 더해야만 한다.

 특히, 내부지향성이 강화될수록 다양한 네트워크와 정보를 획득하는 물리적 창구가 줄어드는 점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무언가 일을 벌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는 다양성이 큰 힘을 발휘할 뿐 아니라, 혁신의 원천이 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폐쇄성이 조직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면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셜 네트워크나 글라스 도어(glassdoor.com), 블라인드 앱 같이 기업의 분위기나 일하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플랫폼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는 직접적으로 고용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력의 무덤', '군대식 문화' 같은 평을 가진 기업이 인재 소싱의 어려움을 겪고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데 조직문화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2020년, HR의 주요 키워드로 '코로나'와 '재택근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기업 인사관리의 방식이나 영역, 사안의 성격과 형태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 사각지대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인사는 그 그림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를 접목한 HR을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매일같이 들고 나는 사람들의 일상과 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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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삼성물산, IBM, 로레알에서 현업 인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으로 인사,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경험했다.
현재 ‘조직과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런치(brunch.co.kr/seanchoi-hr)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는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고용가능성-목마른 기업, 애타는 인재가 마주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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