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특별하게 비추는 데이터 시각화의 힘
여러분, 오늘 출근길에 이팝나무 보셨나요?
얼마 전 출근길에 유난히 예쁜 연두빛으로 생기를 뽐내는 가로수를 보았습니다. 평소엔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잎사귀를 유심히 보다가 이름표를 발견했습니다(이 또한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름이 '이팝나무' 더라고요. 이국적인 이름이 기억에 남아 무심코 초록창에 검색을 해 봤는데 마침 가로수와 관련한 공공데이터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공데이터를 시각화해 가로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장마는 잠시 잊고 저와 푸른 랜선 가로수길을 산책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매일 스쳐 지나는 가로수이지만 공공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면 또 특별한 느낌이 든답니다.
가로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가로수는 도시의 쾌적한 환경을 지키는 일등공신입니다. 습한 날에는 깊은 뿌리로 수분을 빨아들이고, 건조한 날에는 넓은 잎으로 수분을 배출하는 증산작용을 통해 도시 온습도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가로수가 있는 도로는 가로수가 없는 도로에 비해 평균 2.6도 ~ 6.8도 온도가 낮고, 습도는 9도에서 23도까지 낮다고 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도심의 열을 식히는 데도 큰 기여를 합니다. 은행나무의 경우 하루 평균 잎 1㎡당 341kcal의 열을 제거하는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4대를 5시간 동안 가동하는 것과 같은 냉방 효과입니다.또 가로수는 공해 방지에도 탁월한 역할을 합니다. 가로수 47그루가 연간 경유차 한 대의 미세먼지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가로수에는 방음 효과도 있습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음을 항상 막아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호주의 생태학자 Cris Brack은 이런 가로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that we can't put monetary value on)"고 했습니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네요.
가로수 공공데이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가로수와 관련한 공공데이터는 서울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의 2개 사이트에서 공공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하나는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 홈페이지 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도까지의 가로수 데이터를 데이터셋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고, csv 파일 다운로드를 지원합니다. 제가 이용한 두 번째 사이트는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 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가로수와 관련한 정책 문서와 첨부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2019년 가로수 현황을 엑셀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이트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데이터 광장'홈페이지에서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치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데이터가 생성된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에서는 데이터셋을 한 번에 얻기는 어렵지만 정책문서 등을 통해 데이터가 생성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두 가지 사이트를 조화롭게 활용하면 공공데이터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제와 관련한 배경 지식이 없는 경우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의 관련 문서를 찾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가로수를 잘 몰랐지만 공개된 문서를 통해 가로수와 관련한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었고, 데이터 활용 맥락을 잡는 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가로수는 몇 그루일까요?
서울시의 두 사이트를 통해 얻은 가로수 관련 공공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았습니다. 우선 최근 5년 간 서울시의 가로수 증감 추이를 라인 차트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가파른 상승 추세를 기대했는데, 평행선에 가까운 직선을 보고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최근 자주 들렸던 '녹지화' '녹색 성장'이라는 단어가 데이터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이는 '가로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서울시의 전체 녹지와 나무의 수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가로수'는 도로 주변에 심는 나무만을 의미합니다. 즉 도시가 거의 개발되어 새로 도로를 만들지 않는 서울에는 새로 가로수를 심을 만한 땅이 더 이상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서울은 처음부터 가로수가 많은 도시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된 기사에 따르면, 1967년 서울시의 가로수는 지금의 1/8 수준인 4만여 그루에 불과했습니다. 그 때 즈음 가로수를 대대적으로 심을 계획을 세우고, 1971년을 1차년도로 하여 대대적인 가로수 정비계획을 실행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획했던 것의 반도 안 되는 47%만 심게 되는데요. 이후 도시 성장이 궤도에 오르고 녹색성장에 대한 시민인식이 성숙하면서 시는 가로수를 본격적으로 심게 됩니다. 가로수는 1985년 20만 그루 규모로 급증한 뒤 2004년에 27만 5천그루를 지나 2015년 현재의 30만 그루 규모를 달성했습니다. 이후 가로수는 라인 차트에서 확인한 것처럼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에는 몇 그루의 가로수가 있을까요?
가로수가 가장 많은 구는 강남구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23,349 그루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금천구의 4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2위 송파구도 22,858 그루로 강남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3위는 영등포구입니다. 18,220 그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구별로 이렇게 나무의 수가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 이유는 15년도 기사에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1970~80년대 인위적인 강남권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로변에 나무를 많이 심었으며, 영등포는 국제금융센터(IFC)·국회의사당 인근 보도가 넓어 나무를 2~3열씩 줄지어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가로수 세 그루 중 한 그루는 ㅇㅇㅇ다!
문제가 너무 쉬운 건 아니였나요? 공공데이터를 파이 차트로 시각화해 비중을 확인해 본 결과, 서울의 가로수 세 그루 중 한 그루는 은행나무였습니다. 서울의 가로수는 무려 62종이나 되는데, 그 중 37%가 은행나무인 것입니다. (가장 희귀한 가로수는 오동나무입니다.) 상위 다섯 수종만 골라 다시 도넛 차트로 시각화 해 보았습니다. 후보를 다섯으로 좁히니 은행나무의 비중이 더욱 커졌습니다. 은행나무에 이어 자주 쓰이는 가로수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벚나무, 이팝나무가 있었습니다.
뉴욕의 가로수로는 어떤 나무가 많이 쓰일까요?
한편, 서울의 가로수 현황과 데이터를 조사하다가 뉴욕과 런던에서는 도시의 모든 나무 현황을 지도 시각화로 제공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런던의 경우 지도 위에 도시에 있는 모든 나무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고, 마우스오버를 하면 상세한 정보가 나오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시의 경우에는 시각화 대시보드를 구축해 가로수와 관련한 정책과 행사까지도 한 번에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는데요,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시민과 소통하는 바람직한 사례입니다. 각각의 사이트에 들어가 인터랙티브 기능을 직접 체험해 보시면, 공공데이터의 가치가 보다 더 와닿을 것입니다. 수많은 공공데이터를 보유한 서울시도 런던과 뉴욕처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데이터 시각화 홈페이지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제 랜선 가로수 산책을 마치려고 합니다. 공공데이터의 유용한 쓰임새와 초록색이 기억에 남는다면 제가 여러분을 바른 곳으로 인도한 것이겠지요. 데이터 활용, 데이터 시각화가 궁금하다면 뉴스젤리를 언제라도 찾아주세요. 출근길은 동행할 수 없지만, 데이터 길은 항상 뉴스젤리가 함께하겠습니다.
※ 이 글에 활용된 시각화 차트는 데이터 시각화 솔루션 DAISY로 제작하였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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