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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그리고 사람 이야기·666·2020. 07. 23

한국 기업 글로벌화에 남은 숙제들

10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HR 업무를 담당했고, 기어이 미국, 유럽 기업에서 일을 한 경험을 모두 합치고 나니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마주하는 어려움과 한계점, 그리고 극복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정리하는 이 다섯 가지가 국내 기업 글로벌화의 난제를 모두 정리했다 할 수 없지만, 인사를 담당하는 한 기업의 일원으로 꼭 이 부분만은 개선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글을 정리한다.

 우선,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바로 언어다. 아무리 인공지능 스피커가, 음성 번역기가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협업하는 상대와 rapport를 쌓고 신뢰를 구축해가기 위해서는 언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 기업을 비롯해 영어를 일상어로, 주요 언어(Primary Language)로 사용하는 국가나 그 나라의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며 이미 상당한 이점(Advantage)을 가진다 하겠다. 싱가포르, 홍콩 등을 비롯해 모든 계층이 영어를 하는 나라의 기업들은 한국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구축에 쏟아붓는 시간적, 절차적 노력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특히 인트라넷 시스템이나 공용문서 작성 등에 한국어가 주 언어라 발생하는 여러 비용들과 외국인들이 한국어 사이트, 한국어로 작성된 알 수 없는 문서를 보며 느끼는 박탈감을 고려하면 언어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장벽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는 주재원 활용과 현지화에 대한 불안감이다. 물론 이는 한국 본사의 경영진이 가지는 불편함 때문일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지 않은 경영진들과 주요 의사결정자들 입장에서 현지 상황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보고 받을 수 있는 창구로 한국인 주재원을 활용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다르지 않지만, 국내 기업의 주재원 파견 정도와 범위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또, 이런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지 인력에 대해 100%, 120% 권한 위임을 하는데 따른 불안감도 함께 작용한 터라 생각한다. 결국 믿을만한 사람은 주재원, 한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사업의 시급성을 이유로 준비 안된 주재원을 파견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는 사람중심 인사 모델에서 만들어진 인사의 기본 뼈대가 글로벌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도 그렇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1960년대부터 일본의 종신고용과 규범적 애사심을 기본으로 한 인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성장해왔다. 하지만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구조가 급격히 변화했고,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전 세계의 경영 모델로 자리 잡으며 직무중심 인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제도와 시스템을 그다지 합리적이거나 선진화되어 있다고 여기지 않는 직원들도 허다하다. 특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유럽의 구성원들은 한국식 제도가 정말 그들에게 합리적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직원 개개인이 이해와 공감을 이루어야 하는 문화적 특성도 한 몫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는 상당 부분 제도의 통합과 일원화에 포커스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곡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본사-지사의 Disconnection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글로벌화가 한창인 한국기업들이 100년이 넘도록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 해온 미국, 유럽의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가장 큰 격차를 실감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과 관리/운영 시스템이다. 어떤 부분은 현지에 자율권을 주고, 어느 항목은 본사가 의사결정을 할 지에 대해 기반 시스템, 인프라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 시 사업적 니즈를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공통의 프레임과 규칙을 적용할 틈이 없었던 경우도 많다. 최소한의 관계 법령 만을 준수하며 영업이면 영업, 생산이면 생산에 적합해 보이는 기준과 규칙을 각자가 만들어 운영하게 되다보니, 이를 전사적이고 글로벌 통합관리 관점에서 하나하나 정리할 때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또, Co-Location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사가 아예 모르고 넘어가거나, 해외사업장은 나름대로 자기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며 운영을 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정기적인 소통창구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이런 Disconnection을 부추기지만, 매트릭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오히려 한국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맞이한다. 매트릭스 조직의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글로벌 운용에 있어서 매트릭스 조직은 기능별 리더와 조직별 리더가 하나의 문제를 크로스 체크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데 강점이 있다. 한국의 많은 리더들은 누군가와 이런 정보를 나누는 것이 권위와 책임을 떨어뜨린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 글로벌 리더의 부재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리더 양성은 한국기업의 글로벌화에 아주 심각한 어젠다다. 앞에서 언급한 언어를 시작으로 해당 문화권에서 반드시 해야 할,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제대로 숙지하고, 시간을 내어 현지 인력들과 교류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기본 중 기본이다. 답답하면 한국말을 연신 쏟아내고, 한국어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보내며, 중요 의사결정은 주재원들을 모아 미팅룸에서 해결하는 리더십은 현지인들에게 존중받기 어렵다. 특히 일부러 자기 시간을 내어 주요 인력들과 1:1을 진행하고, 서로 일하며 생기는 감정과 온도를 아는 것은 현지인 동기부여와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필수적이다.
 글로벌 호스팅 능력도 중요하다. 많은 현지인 앞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시로 보여줄 기회가 주어진다. 미팅을 진행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면 자연스럽고 자신감 넘치게 아이스 브레이킹을 시작하고, 먼저 걸어가 인사를 나누는 등 리더로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행동들이 몸에 배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을 다해 글로벌 인력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중요 의사결정이 여전히 본사에 집중된 한국 기업의 주재원들은 자연스럽게 본사 임원의 입과 정보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비록 이 구조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더라도 현지 인력들에 대한 진심 가득한 존중이 없다면 인간은 누구나 그 태도와 자세를 쉽게 알아차린다.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한국기업에 근무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본인들이 정말 도구로 사용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인정할만한 한국인 리더를 목말라하는 점은 그들도 마찬가지다.

 직급, 평가, 보상체계 등 인사의 개별 타픽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산업, 제품, 서비스의 특성상 글로벌 경영의 모습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필자가 접한 미국 IT 회사와 유럽의 뷰티/코스메틱 회사가 가진 글로벌 경영의 양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제도나 통합의 정도를 말하기 전에 이런 기본적인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이야기하는데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안 없이 문제만 나열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시간이 지나며 국내 기업 역시 글로벌화에 성공을 이루고 모두에게 존중받는 글로벌 리더를 수도 없이 양성하기를 기대한다.


원본 작성일 : 19.07.26

글로벌경영인사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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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삼성물산, IBM, 로레알에서 현업 인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으로 인사,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과 연구를 경험했다.
현재 ‘조직과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런치(brunch.co.kr/seanchoi-hr)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는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고용가능성-목마른 기업, 애타는 인재가 마주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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