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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마케팅과 브랜딩, 로켓티어·413·2020. 01. 15

트렌드 다이어리 3

TV를 왜 봐요?

TV를 반드시 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대세 프로그램을 보아야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었던 시절. 하지만 본방사수라는 표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을 지금은 오히려, TV를 왜 봐야해? 라는 질문마저 어리석게 느껴진다.

잠깐 TV가 얼마나 대단한 매체였는지 설명을 굳이굳이 하자면 근 백년의 인류 커뮤니케이션 역사를 쥐고 흔든 매체다. 영화의 위력으로 힘이 빠졌다할지라도, 특정 장소에 가서, 특정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전원을 켜면 뭐든 나오는 TV는 일상을 재단하는 매체였다. 시청률 40프로의 초히트작! 이런 말은 이미 20년전에 끝이 났지만 TV 나오는 연예인이라는 존재를 생각해 보면 아직도 TV는 막강하다.

요새 간간히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방영시간대에 거의 온 국민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대발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대발이 어머니가 무슨 명언을 남기셨는지 대사 하나하나가 회자되고 다음 회를 기대하는 대화를 꽃피우곤 했다.

그와 함께 명절이나 연휴가 오면 신문마다 TV프로그램을 전면으로, 양면 가득히 싣고, 그걸 보며 재미있는 영화, 드라마, 프로그램 뭐 하는지 동그라미 치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렇게 쓰고보니 아주 아주 예전같지만, TV편성표는 비교적 최근까지 신문이 다루는 아주 중요한 꺼리였다.


20년전 신문.. 이 페이지는 아주 소중했습니다, 가족 모두에게요

TV프로그램 편성표가 그 큰 신문의 전면 사이즈로, 양면으로 나올 시절이니 광고라고 하면 당연히 TV광고였고, 마케팅,브랜드한다는 사람들은 TV광고를 잘 만들어서 한방 크게 터뜨리고 이름을 드높이고 싶어 했다. 그게 브랜드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믿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TV로 몰리는 광고 물량이 넘쳐났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어급 업계가 변화해 왔다.

70-90년대까지는 소비재의 위상이 대단했다. 설탕부터 냉장고,에어컨까지 뭐든 광고를 했다. 2천년대 들어 모바일과 인터넷의 도입, 파급과 함께 통신사가 거대물주로 오랫동안 군림했다. 가장 최근의 TV광고의 최대 광고주는 게임업계다. 각종 게임들이 국내외 스타들을 내세워 드라마처럼 광고를 만들어 프라임타임이고 아니고 상관없이 마구 송출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TV광고 먹여살린다는 얘기 나온지 꽤 됐는데 그 포문을 연 게임이 크래시 오브 클랜.

요새는 온-오프 연계 전략에 따라 전철역에도 버스에도, 내 모바일 속에도 컴퓨터 화면에도 게임 광고는 마구 뜬다.  


불분명한 경계에서 무경계로

최근에는 TV프로그램의 광고가 유튜브에 뜬다. 아주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종편,케이블 또는 지상파 채널의 프로그램들이 뭐가 있는지 알게 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는데 유튜브나 옥수수, 푹 같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편한 시간에, 편한 방식으로 TV프로그램을 보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수목드라마니, 일요특집이니 하는 시청시간대로 지어진 프로그램 명칭은 여전히 TV 프로그램 기준으로 살고 있는 50대 이상의 세대에게 유효한 구분일 뿐, 모바일 세대에게는 언제 업로드되는가? 가 기준이다.

이제 TV(수상기)를 산다는 의미는 정해진 시간에 온가족이 함께 메이저 프로그램을 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내가 편한 시간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만족스럽게 즐기기 위한 시간과 경험을 만든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영상시청 플랫폼들이 모바일이 기반이기 때문에 가속화되고 보편화 됐다. 왜냐하면, 모바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개인화 기기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온 세상의 드라마와 영화, 각종 오락 컨텐츠를 입맛에 맞게 골라 상시 볼 수 있게 해 준 넷플릭스 덕분에 가족의 ritual 로서의 TV 시청은 사형선고를 받은지 오래다.  

철저한 개인의 시공간, Timeless time 이 TV가 직면한 현실. 그러니 TV를 왜 봐요? 라는 질문 자체가 어리석어 보이는게 당연한 지경.

그런데, 라디오가 죽을거라고 했지만 라디오는 아직 살아있고, e-book 이 나오면서 책의 종말을 왁자왁자 떠들었지만 책은 여전히 팔린다. 잡지의 종말을 단언하지만 매년 새로 생기는 잡지들이 있고, 승승장구하는 잡지들도 많다. 대격변의 시기에 매체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살펴보면 세 가지로 선택지가 나뉜다. 바로  1)인간의 본질에 호소하기, 2)유저 환경의 한계에 기대기와 3)기술 끌어안기다.

책은 e-book이 주지 못하는 소유감, 텍스쳐와 질량이 주는 만족감, 안정감을 준다. 소비량이 줄기는 했지만, 종이와 인쇄의 역사가 인간의 DNA에 심어준 책이라는 물체의 정신적 만족감을 도저히 e-book으로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이 책을 사고, 읽고 있다.

한편 라디오는 모바일 기술로 살아남았다. 보다 파편화된 채널, 니치 채널과 전문화된 채널로 다양성이 풍부해졌고, herd culture와 함께 존재의 기반을 어느 정도 챙기고 있다. 기술을 끌어안은 결과인데, 스푼라디오의 성공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TV는 인간의 어떤 감성과 환경의 제약에 기댈 것인가? 어떤 기술을 끌어안고 살아남을 것인가?

언어를 살펴보면 조금은 미래를 점칠 수 있는데, TV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유튜브 채널들을 살펴보면 각종 ~~TV 라는 채널들이 아주 많다. 이미 작은 개인 방송국들이 차려진 것이다. 실제로 유뷰버들은 컨텐츠 기획부터 전문적 촬영, 편집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고 구독자를 늘려가는데, 이 과정에서 소위 인플루언서란 직업까지 탄생했다.

55인치, 100인치짜리 TV수상기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은 TV라는 매체를 어떻게 접하는가? 영상플랫폼에서 컨텐츠로서의 TV를 인지하고 경험한다면 TV는 수상기인가, 방송사인가, 컨텐츠(프로그램)인가? 그 모두인가? 모바일폰이 TV로 불리는 날이 올까?

TV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모바일 플랫폼화 되어가고, 그에 맞춘 컨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면 통신사와 가전사와 어떤 전략적 제휴로 살아남아야 할까? 이 글에선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TV가 더 이상 수상기가 아니고 지상파가 아니며 시청율 40프로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보며 미래를 상상하는게 점점 공상에 가까와 진다는 느낌적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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