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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광고 클릭을 기다리며

2025.07.11 17:58

송디AI

조회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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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결혼은 안 할 거예요?”


회사 막내가 던진 질문에, 강태는 마우스를 움켜쥔 손을 살짝 떨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광고 관리자 화면엔, ‘수강생 모집’ 캠페인의 클릭률 그래프가 무심히 떠있다.


강태는 올해 마흔둘.

마케터로 일한 지 20년째.

퇴근 후엔 새우깡과 소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느새 친구들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결혼사진, 아이 돌잔치, 여행 인증샷이 넘쳐났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려다 멈춘 손가락은, 그저 바지춤에 문질러졌다.


“좋아요는 누가 나한테 눌러주나….”


며칠 전, 강태는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열어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프로필 사진 옆에 ‘회원가입하기’ 버튼이 붉게 깜빡였다.

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다시 올렸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창을 껐다.


그날 밤, 강태는 한참을 불 꺼진 방 안에서 누워 생각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광고인데… 광고로 사람들 마음을 사는 건데… 왜 내 마음은 안 팔리지?’


다음 날, 강태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깨달았다.

‘그래, 내가 나를 광고하면 되잖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마흔둘, 노총각, 하지만 감성 마케터.

책 읽기 좋아하고, 자전거 타고 한강 보러 가는 남자.

퇴근 후 혼술 대신 둘이 마시는 막걸리를 상상합니다.

혹시 같이 가실래요?’


그는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 자신의 글을 복사해 넣었다.

대상: 서울/경기 거주,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
관심사: 독서, 산책, 음악.

총예산: 월급의 반...


“아… 미쳤다, 진짜… 근데… 누군가는 클릭하지 않을까…”


첫날, 도착한 메시지는 단 한 건.

“사람 찾는 거 맞으세요? 장난 아닌가요?”


둘째 날, 메시지는 없었다.


셋째 날 밤, 강태는 다시 광고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다.

광고비는 이미 78만 원을 넘어섰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그때, 알림음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혹시 진짜로 만나실 생각 있으세요? 글 보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프로필 사진에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밝은 미소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지혜.


강태는 메시지를 타이핑하며 중얼거렸다.

“네… 저 정말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혜와의 메시지는 밤새 이어졌다.

새벽 두 시, 지혜가 물었다.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미팅할까요?”


강태는 다급하게 거울을 봤다.

뿌옇게 낀 안경, 늘어진 트레이닝복, 허전한 식탁 위 컵라면.

그 순간, 처음으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내가 만든 광고, 드디어 클릭됐다…”


토요일.

강태는 낡은 셔츠 대신 새로 산 셔츠를 입었다.

잔뜩 묻은 운동화를 버리고,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었다.

거울 앞에 서자, 한참 만에 본 ‘남자’가 있었다.


카페 앞에 도착하자, 지혜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광고 속 모델처럼 반짝였다.

강태는 문득, 다시 마케터가 아닌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마흔둘, 클릭률 0.02%, 그거면 충분하지…”


그는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지혜가 일어서며 웃었다.

그리고, 첫 미팅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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