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를 어디서 만들 것인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많은 사람들이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열의를 지니고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노력만큼 뚜렷한 결실을 얻기는 쉽지 않다. 대체 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은 하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만 돌고 있는 것일까?
창업을 하기 전 사업자들은 한 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고생을 좀 하겠지만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소문나면 틀림없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좌절되고 만다. ‘생각보다’ 소문이 잘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 (사업자가 보기에)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하거나 거짓 혹은 과대 선전하고 있는 경쟁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모르고 속고 있는 고객들도 안타깝고 광고비가 부족하여 고객에게 진실을 잘 알리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업자들은 대개 ‘자금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포장을 하고 이를 알리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사업자는 그 자금이 없는 반면 경쟁사는 이를 갖추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 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자금을 탓하기 전에 사업자가 먼저 자각해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잉여’에 대한 것이다.
사업자가 하는 업무를 돌이켜보면 ‘거래’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사업자는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사무실을 임대하고 설비를 갖추며 직원을 고용하고 상품을 사입하거나 원료를 구매하고 광고를 통해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거래’한다.
‘거래’에서 손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사업자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를 입기 싫어할 것이고 오히려 이익을 취하고 싶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무실 임대인은 최대한 임대료를 비싸게 받고자 할 것이고,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최대한 비싼 금액을 받고자 할 것이고, 직원은 최대한 많은 연봉을 원할 것이며, 상품 공급자도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자 할 것이고 광고는 경쟁으로 인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
그러니 이 거래 과정에서 사업자가 ‘잉여’를 발생시키기는 어렵다. 서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적정한 수준에서 거래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에서 적정한 수준이란 바로 서로의 이익이나 손실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말한다. 그러니 정당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잉여’라는 것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자기 이익 극대화 노력’이 ‘가격’을 결정하고 그 결과 시장 참여자들을 고루 만족시키며 사회 전체의 이익도 극대화시킨다고 하였다. 시장에는 정말로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함을 체감한다. 그 손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로 하여금 ‘잉여를 남길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은 확실히 와 닿는다.
사업자의 성공은 ‘잉여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정당한(?)’ 거래에서는 ‘최소한의 이익’만이 남겨질 수 있으므로 잉여의 총량이 커지지 않는다. 물론 ‘박리다매’의 경우는 가능하다. 개별 잉여는 적다 하더라도 판매수량이 많으면 그 총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리다매를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것이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올바른 사업자보다는 세금을 탈루하거나, 원재료를 속이거나,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는 사업자가 오히려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들 사업자는 다양한 거래 관계 속에서 어느 한 곳에서라도 ‘잉여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정당한 거래를 통해서는 잉여를 발생시킬 수가 없으므로 부당한 거래를 통해서 잉여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잉여가 발생되지 않는 것은 경제 논리로 볼 때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함으로써 잉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거래에서 어느 한 곳이라도 잉여가 발생된다면 이를 다른 거래에 재투자하여 전체 잉여가 증대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므로 사업자가 해야 할 핵심적인 일은 ‘어디서 잉여를 발생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거래 관계를 펼쳐보라. 그리고 각 거래에서 잉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높은 곳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라.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잉여의 발생’이라는 것이 거래 상대방에게 지불하는 비용의 절감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직원을 고용해야 할 것을 두 명의 직원만 고용함으로써 잉여를 발생시킬 수도 있겠지만, 직원이 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높게 함으로써 발생시킬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광고 노하우’로 한 명의 고객을 홈페이지로 유입시키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웹사이트 운영 노하우’와 ‘고객 관리 노하우’로 더 많은 고객이 결제하도록 하거나 한 명의 고객이 더 많은 금액을 결제하도록 하거나 재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도 잉여를 발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