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코 베이는 불량 대행사의 그놈 목소리

2017.01.06 14:28

타스케

#1 하이에나는 힘든 사냥을 하지 않는다.
저는 서울의 작은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타스케라고 합니다.

저희 가게는 아이보스 대학교 근처 떡볶이 거리에 있습니다. 저희 가게와 같은 떡볶이집이 참 많지요. 뭔가 좋은 마케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직 마케팅에 ‘마’ 자도 잘 모르는 저는 그저 가게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만 조그맣게 만들어 두었을 뿐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공식 제휴사라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네이버 공식 제휴사 SG네이버 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시죠?”

“타스케 떡볶이 대표님 맞으시죠?”

“그런데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네이버에서 ‘아이보스대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상단 1위 고정 자리가 나와서 연락 드렸습니다. 대표님 가게가 우수 업체로 선정되어 1순위로 입점 가능하십니다."

“네?! 우수 업체요?”

“네, 축하드립니다. 현재 대표님의 업체만 네이버에서 ‘아이보스대 맛집’ 키워드를 검색하시면 나오는 검색결과 1위 자리에 1순위로 입점하실 수 있으십니다. 원래 저 자리가 한번 클릭 될 때마다 2,000원씩 광고비가 빠져나가는 자리인데, 저희 SG네이버는 공식 제휴사라서 클릭 광고비 없이 한 달에 50,000원에 고정 노출 가능합니다!”
‘네이버? 네이버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포털인데 공식 제휴사가 왜?!'

상담원의 '네이버 공식'이라는 단어는 제 머릿속을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고, 네이버에서 우리 가게를 우수 가게로 선정했다니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한번 누를 때마다 2,000짜리 키워드면 10번만 눌러도 20,000원인데, 한 달에 고정으로 50,000원이면 정말 경제적인 것 아닌가요?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위와 같은 전화를 받아보신 적 있으실 듯합니다. 저도 하루에 많게는 5통까지도 ‘네이버 공식 업체’라는 곳에서 전화를 받아 봤었습니다.

신뢰도가 뚝뚝 묻어나는 ‘네이버 공식’이라는 단어, ‘대행사’보다는 ‘제휴사’나 ‘공식 매체’, 정말 그럴싸한 광고상품, 이런 것들은 광고주의 눈과 귀를 속입니다.

그러나

실제는 네이버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반 대행사인 경우가 많으며, 1순위 등록은 네이버 검색광고 광고주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광고주 등록은 무료입니다!)

그중에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제시하는 광고 상품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광고상품이지만, 실상은 그들이 말하는 클릭당 2,000원짜리 키워드는 겉보기와 달리 한 달에 5클릭도 채 일어나지 않는 키워드인 경우가 많습니다(아니면 굉장히 저렴한 키워드이거나).

불행히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보 사업주 혹은 초보 마케터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2 장기 계약의 늪
저는 상담원이 말한 매력 있는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광고 같았습니다.
담당자는 1시간 남짓 지나 몇 가지 서류와 함께 3년짜리 계약서를 보내왔습니다.

“3년 계약을 하면 3년 동안 고정 노출되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3년 동안은 다른 업체에서 대표님보다 검색 노출하실 수 없습니다~”

“그럼 결제는 어떻게 하나요?”

“이건 특별 상품이라서 일시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으세요, 3년 계약 결제금액 1,800,000원입니다.”

“조금… 부담스럽네요?”

“음, 제가 팀장님께 말씀드려서 3개월 추가로 더 진행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1,800,000에 3년 계약의 네이버 상단 고정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큰돈을 덜컥 투자하고 나니 걱정이 되었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 가게는 네이버 검색 1위로 잘 노출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불량 대행사들은 위와 같은 계약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도 제시합니다.

광고주는 상단에 고정 노출 시켜준다는 말 만 믿고 거금을 대행사에 건네게 됩니다.

큰 액수가 순간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투자한 만큼 긴 기간 동안 1위로 노출된다는 보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장기계약을 수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한 기간에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광고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장기계약은 광고주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3 달콤한 자몽의 끝 맛은 쓰다.
그렇게 광고를 진행한 지 2개월이 조금 넘었을 즈음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9시 뉴스에 아이보스 대학교가 올해의 대학교로 소개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보스대 떡볶이 거리에 대한 소개까지 나왔습니다. TV에 한 번 소개되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맛집을 많이 봐왔던 터라, 네이버에 1위 광고까지 하는 우리 가게가 이번 기회로 크게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평소보다 많았던 거리의 손님들은 우리 가게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네이버 '아이보스대 맛집' 키워드 검색 결과에는 저희 가게는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저희 가게가 1위로 노출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맞은편 가게가 1위로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공식 제휴사라는 곳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전화가 되질 않습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한 달 뒤, 연락을 받지 않던 SG네이버라는 회사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광고주들은 아마도 위와 같은 상황을 위해 그들의 광고 상품을 택했을 것입니다.

몇백 클릭이 일어나도 한 달에 고정 금액으로 광고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불량 대행사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상적인 그림은 한 달에 몇 클릭 되지 않는 키워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야 그들의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말했던 클릭당 2,000원짜리 키워드가 갑자기 매스컴을 타고 하루에 몇백 클릭이 일어나게 되면, 그들이 이제껏 벌어 놓은 3년 동안의 부풀려진 광고비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 역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클릭당 단가(CPC)로 광고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위와 같은 불량 대행사들이 생기게 된 데는 대행업체와 직원 간의 수익구조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행사는 인센티브제로 운영됩니다.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아주 소액의 기본급을 받거나 아예 기본급이 없이 인센티브만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대행사 직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한 명의 신규 광고주라도 더 늘리고 지출을 유도하는 것이 기존 광고주를 성실히 관리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만들어 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와 같은 기형적인 영업방식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예시로 든 불량 대행사보다는 사업자의 편에서 성실하게 노력하시는 좋은 대행사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일부 불량대행사로 인해 좋은 대행사 분들이 함께 피해를 보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나 마케터가 스스로 광고 상품에 대해 이해하고 대행사와 함께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정리해 보자면

1. ‘네이버 공식 XXX’라는 전화가 오면 해당하는 업체가 정식으로 계약된 대행업체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http://saedu.naver.com/adguide/manage/adAgency.nhn

이곳에서 공식으로 계약된 업체리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고정으로 1순위에 광고해준다는 말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CPC 형태의 검색광고는 실시간 입찰 / 과금 방식이므로 누구나 1순위에 광고하실 수 있으며 타인이 상위 입찰할 경우 자동으로 순위가 떨어지게 됩니다.

3. 광고를 진행하게 되면 반드시 매월 혹은 매주 광고 중인 키워드에 대한 데이터를 요청해야 합니다.

-> 해당하는 키워드가 한 달에 몇 클릭이 일어나고 몇 번 노출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통계확인이 가능합니다.

4. 장기 계약과 일시금을 요구하면 응하지 말자!

-> CPC 검색광고는 굳이 기간 계약을 할 필요가 없는 광고 상품입니다.

위의 검색 광고상품 외에도 최근에는 블로그나 카페, 구글 애드워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기형적인 영업 형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사업주분들의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신 내용이실 수 있지만, 초보 마케터분들 혹은 초보 사업주분들께는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준비해 본 콘텐츠입니다.

2017년에는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