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로그인 중단 안내

계정으로 로그인 기능이 2023년 11월 16일 중단되었습니다.

아이보스 계정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며, 계정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로그인 하실 수 있습니다.

▶️ 자세한 공지사항 확인

김소희의 One Day One Trend·2,275·2017. 08. 18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성비

WHAT DO YOU THINK ABOUT COST-EFFICIENCY?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이에요. 오늘 여러분과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한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바로 ‘가성비’에 관한 이야기죠. 우리는 너도 나도 ‘가성비’란 얘길 즐겨 쓰죠. 특히 가성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근데 그거 아시나요? 지금 온 세상에 ‘가성비’란 말이 이렇게 유행하고 있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 뿐일 거에요. 제가 이걸 어디서 느끼는가 하면, ‘가격 대비 성능’이란 말을 번역할 때, 자주 쓰이는 말로 표현할 만한 유행어가 영어나 일어나 중국어나 마땅한 걸 찾기가 어려워요. 다 말 그대로 ‘가격 대비 효과’ 나 ‘가격 대비 성능’을 적어야 한달까요?

 

이건 무슨 뜻인가 하면,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가격 대비 효과나 가격 대비 성능이란 말을 알아는 듣겠지만 매사 입에 붙은 말처럼 친숙하게 느끼진 않는단 뜻이에요. 이들은 저렴한 물건, 비싼 물건, 비용절감, 이런 단어를 즐겨 쓰죠.

 

물론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젊은 세대는 ‘저렴한 물건’을 선호해요. 일본에도 요즘 세대를 ‘코스파(コスパ)세대’라고 부르는 가성비랑 비슷한 단어가 있기는 하답니다. 그러나 얼핏 듣기에 비슷해보이는 한국의 가성비 세대랑 일본의 코스파세대 사이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답니다.

 

 

1. 코스파세대, 여유롭고 물욕이 없는 사람들

 

일본의 ‘코스파(コスパ)’란 말은 Cost Performance의 약자에요. 이들이 코스파세대라고 부르는 세대는 흔히 사토리세대(さとり世代), 다른 말로 여유세대(ゆとり世代)라 불리는 세대들이죠. 이 세대들의 특징은 잘 소비하지 않고, 물욕이 없는 세대란 점이랍니다.

 

일본의 소비환경이 우리나라랑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대개 물건에 붙여진 가격은 딱 그 퀄리티에 맞는 가격들이랍니다. 즉 일본 여행을 할 때, 어디 더 싸고, 좋은 호텔이 없을까 뒤지는 건 불필요한 일이에요. 거의 대부분이 싼 건 딱 그 퀄리티, 비싼건 딱 그 퀄리티거든요. 요컨대 그들의 가격은 매우 정당해요.

 

따라서 가장 현명한 선택법은 ‘더 싸고 좋은 곳이 있을지 몰라’라면서 뒤지는 게 아니라 ‘무얼 포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 골라야 하죠.

 

교통을 포기할 것인가, 멋진 인테리어를 포기할 것인가, 살가운 서비스를 포기할 것인가, 이런 것들요. 뭐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만 선택하고 다른 걸 다 포기하면 가격은 더 내려가겠죠?

 

바로 여기서 코스파세대의 특징이 나오는데, 이들은 무엇이건 잘 포기하는 세대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쉽게 포기하면서 뭐, 이 정도면 충분하네라 생각하는 거죠. 이들이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는 좋은 물건을 매의 눈으로 골라 알뜰하고 저렴하게 구매한다기 보다는 ‘눈을 낮추어(이게 중요해요)’, 허세없는 소비를 하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즐긴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2. 한국의 가성비 세대, 바쁘고 바지런한 젊은이들 

 

한편 한국의 가성비 세대는 일본의 코스파세대와는 조금 닮은 듯 다른 모습이랍니다. 특히 소비면에서 볼 때, 한국의 젊은 세대는 퀄리티와 가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싸다고 진짜 싼 걸 주면 화낸다고 할까요? 하핫. 싸지만 좋은 걸 줘야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답니다. 정말 가장 어려운 시장이에요!

 

이들은 굉장히 부지런해요. 이 순간 내 밑에 신입들은 겁나 게으르던데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하지만 이들이 친구끼리 만나 밥을 먹거나 할 때보면, 대단한 쿠폰 활용 능력과 디스카운트 활용, 나아가 얄짤없는 포인트 적립 등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답니다. 우리나라 가성비 세대는 같은 돈을 가지고 더 나은 걸 즐기려는 세대에요. 하나를 포기하고 저렴한 가격을 선택하는 코스파 세대와의 본질적인 차이는 여기서 나와요.

 

이러다보니 한 끼에 5-6,000원 짜리 밥을 먹으면서도 그 식당에서 서비스가 형편 없다는 둥의 소금 평가도 넘쳐나는데요. 이 현상은 사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아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은 아직까지 한국에서 매겨진 가격은 그렇게 정당한지가 좀 애매하다는 데 있어요. 비싼 걸 믿고 샀지만 속은 적도 많고, 싼 걸 샀는데 의외로 되게 좋은 적도 많았던 거죠. 우리 다들 비슷한 경험 가지고 있지 않은 가요?

 

비싼 호텔, 비싼 레스토랑에서 겪는 어이없는 서비스들에 놀라고, 가끔 싼 호텔, 싼 레스토랑이지만 감격스런 맛과 서비스에 감동하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손해 안보고 잘 소비하려면, 그저 내가 똑똑해야죠. 뭔가를 쉽게 포기했다간 호갱님 되기 딱 좋은 상황이잖아요.

 

특히 저는 지식산업을 하고 있어서, 이 부분을 굉장히 민감하게 느낀답니다. 지식산업은 ‘지식’을 파는 산업이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통 한 달에 얼마, 이런 식으로 유료 정보 사이트를 만들거나, 혹은 기타 지식기반의 행사들을 수익 모델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랍니다. 지식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 가면 사짜 취급을 처음에 받기 일쑤에요. 왜냐하면 이 시장이야 말로 가격의 정당성이란 개념이 매우 모호한 시장인게 현실이에요.

 

비싼 유료강의였지만 들어보니 시시했더라, 해외에서 온 트렌드 정보라길래 기대했더니, 엄청 일반적인 내용이더라, 거액의 컨설팅을 받았는데 다 하고나니 뭐했는지 모르겠더라, 라는 경험들을 너무나 많이 한 탓이죠요. 개인적으론 쬠 슬프지만 사실 뭐 제가봐도.. 이 시장 자체가 그러한지라.. 그런 선입견들을 이해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에요.

 

이건 결국 무슨 뜻인고 하면요. 사회가 아직 덜 성숙했단 뜻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가격을 정할 때 자신의 가치를 모릅니다.

 

내가 얼마를 붙여야 하는지, 이 퀄리티는 얼마의 가격이 정당한지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이 정도는 받아야 회사가 운영이 된다에 포커스를 두는 분들이 아직도 있거든요. 전에 어떤 스타트업이 서비스 유료화를 진행하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길래, 왜 가격이 그렇게 됐는가 물어보니, ‘회사가 돌아가려면 얼마가 필요한데…그러려면 이 정도는 받아야…블라블라블라..’

 

쩝.. 그 애들도 젊은 가성비 세대이면서도 자신이 사업할 땐 가격을 그리 붙이니 정말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게 틀림없다는 걸 느끼는 대목이었죠. 아직도 우리 사회는 미성숙의 반복이 남아있죠. 어이없는 것에 비싼 가격이 매겨지기도 하고, 또 그게 가끔 팔렸다 욕먹기도 하고, 좋은 것이지만 여러가지가 두려워 싼 가격을 매기기도 하고, 그러다 수익이 안나서 회사를 닫기도 하구요.

 

 

3. 성숙한 사회, 성숙한 기업, 성숙한 소비자

 

얼마 전 저는 ‘프로젝트앤’에 가입했어요. 평군 40-80만원짜리 의류를 2만원에 빌려주는 서비스니까 가성비가 짱인거죠? 제가 이 서비스를 왜 이용했는가 하면, ㅋㅋ 앱에 달려있는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리뷰들 때문이에요. 불친절, 안예쁨, 불편함 기타 등등 악플이 엄청 달려있더군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얼마나 엉망진창이길래 칭찬이 하나도 없을까..? 그래서 제가 이용해본 결과는? 글쎄요. 매우 무난하던걸요? 뭐, 제가 한달에 80만원을 내었으면 소소한 것에도 화가 날 지 모르는데, 제가 낸 건 8만원’이었으니까요.

 

누군가 그런 얘기도 하더군요. 자기가 옷을 반환하면서, 옷에 딸린 벨트를 깜박 잊어버리고 안보냈는데, 그 얘길 하니까 소비자인 자기 돈으로 반환하라고 했다면서 프로젝트앤은 엄청 불친절한 곳이라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서비스의 미성숙인가요? 소비자의 미성숙인가요?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별마당 도서관.

 

저도 지난 주 거기 들렀었답니다. 너무 예뻐서 깜놀했어요. 그리고 나도 책이라도 좀 보다갈까, 싶어 서가를 뒤지는데, 잡지들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비치한 곳이 있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그 잡지들의 상태를 여러분 유심히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또한번 깜놀했어요. 책 상태가 너무나 엉망진창이어서 말이죠. 뭐 여러 사람 손을 타서 새책같을 순 없겠지만..아니 어쩜 그렇게 구겨지고 말리고 난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인 건지..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보통 구립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책들도 공공의 손을 타지만, 뭐 가장자리가 닳는 정도지 그 정도는 아닌데.. 이건 ‘함께 보는 책’이란 인식이 부족한 이용자들의 미성숙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이에요.

 

우리 앞에 여러 최우선 과제들이 놓여있어요. 4차 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테크놀러지 혁신의 압박은 지금 무척 거세죠. 하지만 제 생각엔요, 우리 사회가 미래에 조금이라도 경제적 성장을 꿈꾼다면, 사회적 성숙이야말로 최최최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해요. 지금처럼 정당성없는 가격, 가성비에 대한 혈안, 미성숙한 소비가 잔재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은 조금의 수익을 더 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소비자 또한 가성비를 이루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의 비효율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겁니다.

 

오늘 좀 잔소리였나요? ㅋㅋㅋ 가끔 이런 거 쓰고싶을 때도 있다니깐요.

 

주말 잘 쉬시고, 담주에 뵈어요~~

 

 

 

 

ⓒ 김소희트렌드랩 김소희

www.onedayonetrend.com/what-do-you-think-about-cost-efficiency

가성비 소비트렌드 유토리 일본소비자 코스파

스크랩

공유하기

신고

하트 아이콘날아라금붕어님 외 11명이 좋아합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김소희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LF 인디안 아이비클럽 베이직하우스 컨설턴트
홍콩무역협회 초청 2008 홍콩패션위크 세미나 간사
국제패션포럼 2008 Prime Source Forum 한국 대표 패널
말콤브릿지(Malcom Bridge) 대표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댓글 8
댓글 새로고침

당신을 위한 추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