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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텔·리조트 사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아난티 이야기

김소희의 One Day One Trend·1,641·2017. 07. 20

빠른 성장이 스타트업에게 의미하는 것

WHAT ‘FAST SCALE’ MEANS FOR START-UPS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이에요! 올 여름은 별로 안더운 것 같은 건 저의 착각일까요? 작년엔 뭔가 되게 더웠던 것 같은데, 올핸 아침 저녁으론 가을 같아요.

 

오늘, 모든 스타트업들이 한번 귀기울여 들어 봐야할 이야기를 들고 나왔어요. 2015년 최고의 스타트업을 뽑히기도 했던 미국의 한 패션 스타트업 이야기랍니다. 이 스타트업은 온라인으로 수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한 때 어마무지 잘나갔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지금 고객 컴플레인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태가 민망하게도 여기 저기 언론들에서 터져나오고 있답니다.

 

저 또한 늘 스타트업들을 볼 때 옆에서 조마조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한번 뭐가 문제인지 살펴보고, 미리 피해갈 수 있는 건 피해갔으면 좋겠네요.

 

 

1. COMBATANT GENTLEMEN 사태, 뭐가 문제?

 

이 수트 스타트업의 이름은 ‘컴버턴트 젠틀맨(Combatant Gentlemen)이에요. 저렴한 수트로 인기를 끌던 이 사이트는 각종 언론에서도 스타트업 순위 상위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포브스지 선정 유망기업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죠.

 

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한번 볼까요?

 

3월 13일에 이 사이트에서 가방 하나를 주문한 고객, 예상 배송일은 4월 15일이었어요. 그런데 가방이 오지 않아 컴버턴트 젠틀맨에게 전화를 했죠. 어이없게도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주문이 밀려 5월 말까지는 언제 배송할 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네요. 당근 고객은 주문 취소.

 

여기까지도 뭐..용서하는 고객들은 있을 거에요. 근데 문제는 오더를 취소한 고객에게 환불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죠. 환불은 이 회사 규정에 따르면 3-5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데도 말이죠.

 

또 다른 고객은 결혼식에 입기 위해 2개의 양복을 주문했어요. 이 고객도 예상 배송일이 2주가 지나서도 옷은 오지 않았죠. 놀란 고객, 창업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 겨우 겨우 환급을 받죠. 이 회사의 CS 창구는 거의 소비자의 분노를 터뜨리는 폭탄 역할을 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페북이며 뭐며 창업자 연락처를 뒤져 연락하는 경우가 허다한 지경.

 

원래 이 회사의 규정은 ‘귀하의 결혼식이나 파티 의상은 1달 전에 쉬핑이 시작됩니다’랍니다. 이 회사는 이런 결혼식 의상에 대해 별도의 서비스를 갖추고 있거든요. 결혼식에 양복을 못받는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피해고객이 한 두명이 아닌겁니다! 한 고객은 결혼 의상은 물론 들러리 의상까지 모두 컴버턴트 젠틀맨에 주문했다가 하나도 못받아 지금 떼로 소송을 제기했죠.

 

이런 불만 사례가 SNS에 최근 확 퍼졌어요. 그러다 보니 언론들도 너도 나도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죠.

 

 

2. 애초에 SCALE-UP이 가능한 사업인가?

 

이 사례는 우리가 꼭 한번 살펴보아야 할 사례에요. 특히 ‘스트라입스’ 이후 한국에도 너도나도 맞춤 수트를 하겠다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모든 스타트업의 꿈은 scale-up일 거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이 scale-up에 맞지 않는 사업구조로 시작하는 모순적인 스타트업들이 너무나 많답니다.

 

컴버턴트 젠틀맨의 사업 형태는 사실 지금 봐도 매력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맞춤 양복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들의 방식을 한번 스터디할 필요가 있을 듯 해요.

 

우리나라에선 스트라입스처럼 ‘체촌’이란 걸 매우 중시하는 풍토가 있는데, 컴버턴트 젠틀맨의 경우는 이걸 고객이 몇개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으로 충분하게끔 간소화시켰어요. 이들은 맞춤을 하는 대신, 사이즈를 미리 매우 다양하게 마련하는 방식을 택해요. 무려 자켓의 사이즈가 31개, 팬츠의 사이즈가 11개랍니다.

 

맞춤양복 하시는 분들 꼭 한번 들러보세요. 저는 이 기업의 사이즈 주문 방식을 좋아하는 1인이랍니다. 

 

만약, 여기서도 원하는 사이즈를 찾지 못하거나 디자인 변경을 원한다면, 이 사이트가 마련한 ‘design lab’이란 코너를 방문해 직접 원하는 옷을 만들어 주문할 수도 있어요.

 

요게 디자인랩

 

남자들은 복잡한 걸 싫어하는 데다, 낯선 대면관계에는 의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동물이에요. 개인적 체촌을 한다는 발상은 ‘소수의 수트 매니아’를 겨냥한다면 좋은 생각이지만, ‘다수 대중의 남성’을 겨냥한 사업일 땐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어요.

 

사람이 하는 번번의 체촌은 곧 Scale-up의 저해요소가 될테니까요. 혁신으로 이걸 돌파할 수 있다면 최강점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될거에요. 이럴 땐 scale-up이나 투자는 잊어버리고, 차라리 멋진 명품 수트 회사가 되겠단 일념으로 개인 하우스가 되는 게 나아요. 그리고 말해두건데, 이런 명품 하우스가 되는 길도 멋진 일이에요.

 

컴버턴트 젠틀맨의 이런 합리적인시스템은 CEO가 전직 재단사 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Vishaal Melwani 은 수트 재단사로 일하면서, 어느 정도의 사이즈와 안내면 적절할 것인지 충분한 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는 여기에 매우 저렴한 가격과 스타일리시한 소재를 매치하죠. 그래서 곧 뉴욕 월스트리트 직원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해요. 이 브랜드의 셔츠의 가격은 $44이며, 정장의 가격은 $320 이에요.

 

‘맞춤수트’란 발상은 애초에 스케일업하기 어려운 발상이에요. 거기에 비해 컴버턴트 젠틀맨은 스케일업하기 좋은 ‘사이즈 다양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 좋았다고 봐요. 우리는 이미 일본의 ‘양복의 아오야마’에서 사이즈 다양화는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걸 눈으로 보았으니까요.

 

그럼 이 기업의 문제는 어디서 발생했을까요?

 

바로 ‘저렴한 가격’이 문제였어요. 저렴한 가격은 저렴한 생산을 담보로 할 때만 가능하잖아요. 누가 과연 저렴하게 생산을 해줄까요? 현재로선 딱 둘 밖에 없어요. 실력이 떨어지는 공장, 아니면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작은 공장이죠. 이 둘의 문제는 둘다 스케일업이 불가능해요. 품질이 떨어지면 당연히 외면당할 것이요, 작은 공장은 주문이 늘면 병목현상이 생기죠. 지금 컴버턴트 젠틀맨은 딱 후자의 위기에 봉착해 있어요.

 

처음엔 좋은 제품을 납품하고 싶어, 어렵게 실력 있으면서 단가를 맞출 수 있는 공장을 찾아내었겠죠. 그런데 의외로 주문량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생각을 못했구요.

 

Vishaal Melwani는 지금 자충수를 두고 있는게, 고객들이 자신에게 직접 항의하는 일이 많아지자, 이 손해를 자신의 공장(중국에 있답니다…그것도…)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어요. 만약 이 생산처마저 잃는다면 대책은 있기나 한 걸까요?

 

한국의 스트라입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은 거 같기는 해요.

이 기업은 아예 공장을 매입해버렸죠. 드림팩토리라고 신사복업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공임도 비싸고 잘하는 공장이에요. 사실, 여기서 생산하면서 스트라입스 단가를 맞추기는 어려워요. 아마 그래서 매입을 했을 텐데요. 이건 다른 한편으론 기업이 먹여살려야 할 식구가 또 늘어났단 이야기, 또 다른 리스크가 하나 늘었단 이야기로 통하니 귀추가 주목될 밖에요.

 

 

3. 스타트업이 놓치고 있는 것들

 

어제 누가 그러시더군요. 최근 VC업계에서 투자하는 경향을 보면 3가지 흐름이 있는데, 첫째 젊은 CEO, 둘째 여자 CEO, 셋째 IT가 들어갈 것이란 3가지 요소를 맞출 때 가장 투자가 수월하다구요. 으음..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하핫.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이 얘긴 그만큼이나 VC들이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이들은 투자자이지 실무자가 아니니까 이건 당연한 거랍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일단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볼 수 밖에는 없으니까요.

 

근데 문제는 스타트업들도 소비자보다는 VC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에요. VC에게, 적절히 순수하고, 신용있고, 의미있는 사업을 하는 바른 사람이란 걸 증명한다 한들, 과연 이 기업이 시장에는 어떤 기여를 할 것이며, 소비자에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는 거기서 생기는게 아니거든요.

 

제일 큰 문제는 창업자가 전문적이지가 못하다는 것과, 비즈니스의 백엔드를 볼 줄 모른다는 거에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너무 바빠서인지 스터디도 제대로 안한다는 거에요.

 

요즘 저는 페메로 스타트업들의 메세지를 자주 받아요. 대부분은 이런 거죠.

 

‘저희가 시작한 사업인데, 어떤가 한번 봐주시겠어요?’

 

으음… 이 친구들이 보낸 걸 열어보면, 대부분이 ‘아이디어’거나 자기 사이트의 주소들이랍니다.. 하핫. 워쩌라는 거여유?

 

근데 이 아이디어들이 대부분 막강 강점이나 이런 게 있다기 보다는 큐트한 수준의 아이디어들이 많죠. 이게 뭐가 어떤지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요. 소비자 사이드의 아이디어는 덜 매혹적이어도, 생산에 막강 강점이 있을 수 있고, 혹은 물류나 인건비 절감에 획기적인 강점이 있다면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도 있거든요.

 

근데 그냥 ‘이거 어때요’라고 물어오면요… 그 때 제 머릿속은 하얘집니다…일단 아이디어만 가지고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백엔드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거고, 백엔드에 대한 고민없이 잘되기엔 프론트엔드의 강점은 먼가 부족해 보이고, 백엔드 얘기를 잘못 꺼내면 나의 직설이 어린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지도 모르겠고…이런 기분?

 

일단 제가 모든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요.

스타트업이건, 은퇴창업이건 뭐건 간에요. 사업이라는 걸 하려면, 적어도 하나는 믿어야 해요. 기업가에겐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지금은 그 소명이 없을지라도, 장차 그런 기업가가 되어야 하고, 소명있는 기업가가 좋은 기업가라는 것. 자기가 좋은 사람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 없듯이, 기업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리고 그 기업가로서의 소명은 ‘자기 소비자’와 ‘자기 시장’을 상대로 무르익어야 하는 거랍니다. VC가 아니구요. 스타트업들에게 소명이 없다면.. 앞으로 닥칠 수많은 난관을 똑바로 돌파할 수 없을 거에요. 난관이 왔을 때, 어렵고 옳은 결정들을 아프게 내리는 법을 결코 알 수 없을 거에요. 난관이 올 때마다 자충수를 두며, 시장과 사람을 잃어가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매출이 작으면 다음 투자를 받고 싶어질 거에요. 운영을 해야 하니까.. 이해해요. 그러나 그러기 전에 두 주먹 불끈 쥐고 내 시장과 소비자, 내 사업의 백엔드를 한번 보세요. 수술해야 할 지점이 과연 없는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응답과 보상이 충분했는지. 이런 난관에 성공한 기업들은 어떤 자구책으로 돌파해왔는지 이런 것들요.

 

앞으론 한국도 투자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어떤 기업이 투자받으려고 한다면, 그 기업에 최적의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인볼브 되어 있는가라는 건 반드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랍니다. 어제 브랜드레스 같은 사례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런게 가능하려면, 스타트업과 기존의 패션기업, IT 기업과 동대문, 이렇게 서로 담쌓고 있었던 영역의 사람들이 서로 섞이고 만나는 자리가 필요해요. 꼭 포럼이고 뭐고 가보면 끼리끼리 만납니다. 그러니 자기들이 하는 말이 다 맞고, 혁신이란 거기서 거기며, 솔루션 또한 미적미적한 것이 나올 수 밖에요.

 

아침부터 잔소리가 심했나요? 하핫

 

암튼 잘 하자구요~ 낼뵈요~

 

 

 


ⓒ 김소희트렌드랩 김소희

www.onedayonetrend.com/what-fast-scale-means-for-start-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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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LF 인디안 아이비클럽 베이직하우스 컨설턴트
홍콩무역협회 초청 2008 홍콩패션위크 세미나 간사
국제패션포럼 2008 Prime Source Forum 한국 대표 패널
말콤브릿지(Malcom Bridge) 대표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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