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하게 활동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업자등록을 내건 자영업자인
프로그래머로서 개발프로필을 공개하여 자신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저는 그게..잘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MIS관련개발로 시작하였던 초보개발자 시절에 업체의 인사급여내역이나 영업자료들을 다루다보면...비밀유지가 전산개발자라는 직업에 동반되는 최소한의 도덕이였고...

또한 지방의 좁은 지역에서 고만고만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면,
서로가 알만한 경쟁업체들을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어디어디의 개발업무를 하였노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가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는 곳의 임직원이 저를 찾아와서
"당신이 어느업체의 전산개발을 하였다던데, 이제 시작하는 우리는 모든 틀을 새로 만들어야하는데, 이 업종의 전산업무를 잘 알고 있는 당신이 우리쪽 전산관련업무는 모두 일임하여 맡아달라."
고 한다면, 저의 사업적으로 당장의 수입은 늘어나겠지만...

난이함의 여부나 그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업무라는 것은 한 업체가 적지않은 기간동안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계를 갖춘 노하우와 역량이라는 것이 스며들어 있는 것인데,
용역개발자라는 제3자가 그렇게 쉽게 솔루션이라는 명목으로
발주자의 경쟁사가 될 업체에게 제공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소견과...
어쩌면 당장의 영리를 쫓다가 멀지 않은 장래에 제 스스로의 족쇄를 차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자중하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인근지역에서 동일업종에 대한 용역발주는 최대한 피하여 왔구요.
(비록 배가 고프더라도...ㅠ.ㅠ)

수년전에 우리 지역에 있는 결혼정보업체 3곳의 업무를 동시진행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곳은 법인설립에 관련된 총무업무를 도와드렸구요(뭐...제가 전산개발업무만 하지는 않습니다)
한곳은 회원관리및매칭/매니저관리 OA솔루션을 구축하였구요
한곳은 홈페이지 제작이었습니다.

서로가 인근지역에 위치한 경쟁업체들에, 그것도 동일 기간에 관여하기는 그때가 처음이나 마지막이었지만.
제가 맡은 업무가 서로 연관이 없었고, 또한 한쪽에서 자연히 알게된 정보를 다른쪽에서 실수로라도 흘려낸적이 없었기에 제스스로의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만,
한동안의 세월이 흘러...업체가 이합집산을 하다보니...자연히 알짬이라는 교집합이 밝혀기게 되었고...본의아니게 지은 죄도 없이 의심받아 마땅한 나쁜넘이 되더군요..

뭐...요즘에는 저의 개발프로필을 자청해서 떠들지는 않지만, 굳이 비밀스러이 숨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바닥이 좁은 한 지역에서 10년가까이 전산업을 하였다는 것이 약이 될때도 있고, 독이 될때도 있더군요.

엊그저께...수년동안 관여하여왔던 업체의 핵심실무진들이 따로이 별개의 업체를 독립하여 법인설립한 오픈식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당연히 웹구축업무(인트라넷웹프로그래밍)는 한달전부터 저에게 일임되었구요.
의뢰를 받았을때부터 프로젝트완료를 며칠앞둔 지금까지도...혼자서 고민을 하였습니다.
이것에 저에게 독이될지 약이될지...
지난 한주간은...작업량에 치여서이기도 하고...이런저런 염려로 거의 밤잠을 제대로 못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야 스스로 결론이 나더군요.
기존의 거래업체의 업무노하우는 어떻든, 저역시도 적지않은 기간동안 그 업종에서 쌓은 경험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고 하여도 무방하고...
또한 그것을 양약으로 삼는 것은, 제가 앞으로 처신하기 나름이라고...